시음회&강좌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 Greek Wine Bar 2017 시음회 참석 후기

까브드맹 2017. 5. 4. 15:33

지난 2017년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_COEX C홀에서 <서울국제와인&주류박람회 2017>이 열렸습니다.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각종 주류를 업계 관계자들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죠. 해마다 유행에 따라 출품되는 주류들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는데,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되는 와인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초창기에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이 중심이 되었다가 점차 남부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와인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칠레와 호주 와인은 매번 볼 수 있었고요. 

올해의 와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끌은 것은 유럽 와인의 탄생지이지만, 그동안 국내 소비자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그리스 와인들이었습니다. 그리스 와인이 국내에서 제 모습을 보인 것은 최근 3년 사이의 일로 알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그리스 전통 와인으로 송진을 넣어서 만드는 렛시나_restina 와인이나 조금 단 맛이 나는 레드 와인 정도만 들어와 있었고, 드라이한 레드나 화이트 와인은 거의 수입되지 않고 있었죠.

하지만 끼르-야니_Kir-Yianni와 부따리_Boutari 와이너리가 국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뛰어난 그리스 와인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 와인들이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최근 국내 시장에서 그리스 와인의 성장은 눈길을 끌만 합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이번 주류박람회에선 <Greek Wine Bar 2017>이라는 이름으로 큰 부스를 설치했고, 끼르-야니와 도멘 코스타 라자리디_Domaine Costa Lazaridi, 찬탈리_Tsantali 세 곳의 와이너리와 엔터프라이즈 그리스_Enterprise Greece에서 와인 시음회를 열었습니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와인 잡지를 출판해왔고, <Greek Wine Bar 2017>의 행사 대행을 진행한 <와인 리뷰(Wine Review)>의 소개로 저도 이번 행사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인 29일 오후에 참석해 다양한 그리스 와인을 시음했죠. 매우 많은 와인이 출품되었기에 모든 와인을 시음할 수는 없었지만, 제가 맛본 와인들에 대한 간략한 시음기를 사진과 함께 올려보겠습니다.

참고로 PDO와 PGI는 모두 원산지 표시입니다. PDO는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의 약자로 “원산지의 명칭으로 보호받는”이란 뜻이며, PGI는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의 약자로 “지리적인 표시로 보호받는”이란 뜻입니다. PGI가 PDO보다 구역이 더 넓은 편입니다.

1. 끼르 야니 파랑가 스파클링_Kir-Yianni Paranga Sparkling NV

PDO 아민데온_Amyndeon에서 수확한 샤도네_Chardonnay와 시노마브로_Xinomavro, 모스카토_Moscato를 혼합했습니다. 사과와 달콤한 누룩향, 살짝 단 느낌이 있습니다. 여운에선 버터 스카치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산도는 중간 정도. 기분 좋은 씁쓸함이 있습니다.

2. 끼르 야니 아카키스 스파클링_Kir-Yianni Akakies Sparkling 2016

PDO 아민데온에서 재배된 시노마브로만 사용해서 만든 드라이 로제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덜 익은 딸기와 베리류 과일의 여린 향이 나고, 붉은 풋사과의 느낌도 있습니다. 드라이한 맛에 적당한 산미를 지녔고, 여운은 씁쓸하지만 기분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달한 붉은 과일 향이 점점 진해집니다. 

3. 끼르 야니 람니스타_Kir-Yianni Ramnista 2013

PDO 나우싸_Naoussa에서 재배한 시노마브로 100%로 우아한 나무와 향긋한 스파이스 향 속에서 잘 익은 레드 체리 향이 퍼집니다. 맑고 깨끗하면서 탄탄한 바디, 강하고 조화로운 산미, 기분 좋은 떫은맛, 길고 우아한 여운으로 균형이 매우 뛰어납니다. 굉장히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와인입니다. 

4. 끼르 야니 디아포로스_Kir-Yianni Diaporos 2013

PDO 나우싸_Naoussa의 싱글 빈야드에서 수확한 시노마브로 포도 87%와 시라 포도 13%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시원한 향나무 향 속에서 레드 체리와 레드 커런트,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 향이 퍼집니다. 풍부한 산미와 입안을 가득 채우지만 거슬리지 않는 탄닌, 뒤에 남는 기분 좋은 떫은맛이 좋습니다. 여운은 길고, 향긋한 나무와 과일 풍미가 이어집니다. 굿 밸런스!

5. 산토 브뤼 메쏘드 트라디시오넬레_Santo Brut Methode Traditionnelle 2014 

산토리니와 에게해의 여러 섬에서 재배한 아시리티코_Assyrtiko 포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풍성한 거품을 지닌 맑고 가벼운 맛입니다. 연한 복숭아 풍미가 인상적입니다.

6. 트로우피스 만티니아_Troupis Mantinia 2016

PDO 만티니아에서 수확한 모스코필레로_Moschofilero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맛을 지닌 화이트 와인으로 미네랄과 흰 복숭아 풍미가 가득합니다.

7. 모넴바시아 키도닛사_Monemvasia Kydonista 2016

PGI 라코니아_Laconia에서 재배한 키도닛사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씁쓸한 맛과 진한 바디를 지닌 화이트 와인입니다. 미네랄과 향긋한 나무 풍미가 일품입니다.

8. 파파기안나코스 사바티아노 올드 바인스_Papagiannakos Savatiano Old Vines 2016

PGI 마르코풀로_Markopoulo에서 수확한 사바티아노 포도로 만듭니다. 진하고 부드러운 풀 바디 와인으로 고소하고 향긋한 견과류 향이 가득합니다.

9. 셀레포스 산토리니_Tselepos Santorini 2016

PDO 산토리니에서 많이 재배되는 아시리티코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부드럽고 씁쓸한 맛을 지닌 와인으로 견과류의 고소한 견과류와 말린 과일의 단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10. 알파 말라구지아 싱글 빈야즈 터틀스_Alpha Malagouzia Single Vineyard “Turtles” 2016

PGI 플로리나_Florina에서 수확한 말라구지아 포도로 만듭니다. 잘 익은 살구와 복숭아, 청포도 같은 단 과일 향이 납니다. 부드럽고 가벼우며 살짝 단 느낌이 있습니다.

11. 젠틸리니 로볼라 오브 세팔로니아_Gentilini Robola of Cephalonia 2016

PDO 로볼라 오브 세팔로니아에서 재배한 로볼라 포도로 만듭니다. 굉장히 맑고 연한 밀짚 색의 와인입니다. 산미가 뛰어나며 흰 복숭아와 미네랄의 풍미가 있습니다.

12. 샤토 줄리아 아시리티코_Ch. Julia Assyrtiko 2016

PGI 드라마_Drama에서 재배한 아시리티코 포도로 만듭니다. 드라이하고 씁쓸하며 나무와 견과류 풍미가 가득합니다. 복숭아와 연한 살구 향도 피어오릅니다. 


13. 테오도라 이스테이트 림니오나-시라 로제_Theopetra Estate Limniona-Syrah Rose 2016

PGI 메테오라_Meteora에서 재배한 림니오나 포도 70%와 시라 포도 30%를 혼합해서 만듭니다. 흰 채소와 덜 익은 딸기향이 나며 미네랄 풍미가 있습니다.

14. 트로우피스 토미 로제_Troupis Tomi Rose 2016

PGI 아르카디아_Arkadia에서 수확한 모스코필레로 포도로 만듭니다. 모스코필레로는 청포도치곤 붉은 색이 돌기 때문에 색소를 추출하면 로제와인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연한 살구색의 로제 와인입니다. 색깔처럼 잘 익은 살구와 황도 복숭아 향이 나며 아주 살짝 단 풍미가 있습니다.

15. 라우라 네라_Laura Nera 2015

PGI 슬로프스 오브 아이기아리아_Slopes of Aigialia에서 수확한 마브로다프네_Mavrodaphne 포도로 만듭니다. 말린 과일과 대추 향이 납니다. 살짝 단맛이 있고 검은 과일 풍미가 가득한 와인입니다. 

16. 카비노 네메아 그란데 레세르바_Cavino Nemea Grande Reserva 2010

PDO 네메아에서 재배한 아기오르기티코_Agiorgitiko 포도로 만듭니다. 검은 과일 향 속에 먼지와 흙 내음이 있습니다. 견과류 향도 나고요. 조금 단 느낌이 나며 블랙베리와 까시스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납니다.

17. 싼탈리 랍사니 그런데 리저브_Tsantali Rapsani Grande Reserve 2010

PDO 랍사니에서 재배한 시노마브로, 크라싸토_Krassato, 스타브로토_Stavroto 포도를 각각 1/3씩 섞어서 만듭니다. 커피와 견과류의 고소한 탄 내음이 가득합니다. 검은 과일의 풍미를 지녔고, 살짝 단 느낌이 있습니다.

18. 아반티스 홀리 이어_Avantis Holy Year 2013

PGI 에비아_Evia에서 수확한 시라 92%에 비오니에 8%를 섞어서 만듭니다. 전형적인 북부 론의 꼬뜨 로띠_Cote Rotie 블렌딩인데요, 향에서 론 와인처럼 나무와 향신료 향이 가득합니다. 맛에서도 스파이시한 느낌과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납니다. 

19. 시갈라스 빈 산토_Sigalas Vin Santo 2009

PDO 산토리니에서 수확한 아시리티코 포도 75%와 아이다니_Aidani 포도 25%를 말린 후에 양조합니다. 진한 호박색으로 밤꿀과 한약재의 향이 풍성합니다. 말린 과일과 말린 대추의 단맛이 나며 견과류의 풍미도 느껴집니다. 꿀처럼 달지만 풍부한 산미로 인해 질리지 않고 계속 마실 수 있습니다. 

더 많고 다양한 그리스 와인이 있었지만, 다 시음을 했다간 취해버릴 것 같아서 되도록 품종별로 19종의 와인을 시음해봤습니다. 모두 뛰어난 품질과 개성을 지닌 와인이었습니다. 

앞으로 그리스 와인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홍보와 가격에 달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는 점에선 의심이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특히, 보편적으로 맛있는 와인보다 지역과 품종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만족스러울 겁니다. 앞으로 그리스 와인이 국내 와인시장에서 안착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