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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와인 시음기

화려한 레이블 뒤의 신선한 사우어 체리맛 - Barone Ricasoli Rocca Guicciarda Chianti Classico Riserv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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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와인과 바론 리카솔리 

끼안티(Chianti)는 이태리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입니다. 이태리 와인을 마시다 보면 꼭 한 번은 마시게 되고, 종류도 가격도 매우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는 와인이죠. 검붉은 과일 풍미와 함께 신맛이 강해서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얇은 도우에 치즈 위주로 토핑을 올린 이태리식 피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랄 수 있습니다. 

끼안티 와인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13세기의 문헌을 보면 "플로렌스_Florence 주변의 끼안티 산맥_Chianti Mountains에서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가 번창하고 있다"라는 기록이 나와 있고, 피렌체_Firenze와 시에나_Siena 사이에 있는 라다_radda, 가이올레_Gaiole, 까스텔리나_Castellina 지역의 상인들이 '레가 델 끼안티_Lega del Chianti'라는 조합을 결성하여 끼안티 와인을 생산하고 판매했다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죠. 1716년 토스카나 대공_Grand Duke of Tuscany 코시모 드 메디치 3세_Cosimo III de'Medici는 레가 델 끼안티를 구성하는 세 마을과 그레베_Greve 마을, 그리고 그 북쪽의 언덕을 추가하여 이곳을 끼안티의 경계로 정하고, 이 마을의 와인 생산자들을 공식적인 끼안티 와인 생산자로 인정한다는 칙령을 발표했습니다. 훗날 이태리 정부가 1930년대에 그 영역을 확대할 때까지 이 칙령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위의 네 마을은 오늘날 끼안티 끌라시코_Chianti Classico라고 부르는 끼안티 핵심지역의 일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래 초창가의 끼안티 와인은 요즘과 달리 화이트 와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끼안티에서는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 생산이 더 많아졌고, 18세기에 이르면 “키안티? 당연히 레드 와인 아냐?”라고 사람들이 생각할 정도로 레드 와인이 주류가 되었답니다. 이 당시의 끼안티 와인은 어떤 포도를 사용해야는지, 또 어떤 비율로 블렌딩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칙도 규정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 스타일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지금과 달리 까나이올로_Canaiolo를 많이 사용해서 요즘 나오는 끼안티 와인과는 맛과 향이 같지 않을 거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죠.

1872년에 끼안티 와인 역사에 신기원이 될만한 일이 일어납니다. 한때 이태리 총리를 역임했던 바론 리카솔리_Baron Ricasoli 경이 오랫동안 끼안티 와인을 연구한 끝에 새로운 끼안티 와인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죠. 바론 리카솔리경 이전의 끼안티 와인은 까나이올로 품종을 가장 많이 사용했으나 바론 리카솔리경은 산지오베제_Sangiovese 70%에 까나이올로 15%를 섞고, 여기에 청포도인 말바지아_Malvasia 10%를 넣은 후 나머지 5%는 지역의 토착 품종을 넣도록 레시피를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큰 호응을 얻었고, 많은 와인 생산자들의 바론 리카솔리경의 방법을 따라하게 되죠. 

콧수염이 멋진 이분이 베티노 리카솔리_Bettino Ricasoli, 즉 바론 리카솔리씨로 현대적인 끼안티 와인의 아버지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Bettino_Ricasoli.jpg

1967년 이태리 정부는 와인의 색을 맑게 하기 위해 10~30% 정도의 말바지아와 트레비아노를 섞는 리카솔리의 블렌딩 방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탐욕에 눈이 먼 많은 생산자들이 최대 30%의 청포도를 섞을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합니다. 청포도가 적포도보다 더 수확량이 많고 가격이 쌌기 때문에 품질은 고려하지 않고 청포도를 최대한 많이 넣어서 양을 늘리고 가격을 떨구는 방향으로 와인을 만들었던 것이죠. 이렇게 되자 끼안티 와인의 명성은 급속도로 추락하게 되고, 결국 시칠리의 벌크 와인과 함께 "이태리 와인은 싸구려 와인"이란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식있는 생산자들은 규정을 무시하고 와인을 만들던가, 규정 내에서 가능한 최고의 품질을 지닌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들의 노력과 함께 이태리 정부도 잘못된 규정을 고치고 관련 법규를 계속 개정했죠. 그리하여 끼안티 와인은 오늘날 이태리와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현재 끼안티 와인의 양조에 사용할 수 있는 포도와 블렌딩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끼안티의 경우 

산지오베제 75~90% + 까나이올로 5~10% + 트레비아노 혹은 말바지아 5~10% + 까베르네 쇼비뇽 0~15% + 기타 적포도 품종 

○ 끼안티 끌라시코의 경우

산지오베제 75~100% + 까나이올로 0~10% +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시라 0~20%

※ 2006년 이후로 말바지아와 트레비아노는 사용 금지

일반적인 끼안티 와인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한 후에 출시합니다. 신선하고 산뜻하면서 체리나 자두 같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시간이 지나면 흙내음의 풍미가 나는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으로 만들어지죠. 또한 '고베르노_Governo'라고 하여 반쯤 말린 포도에서 짜낸 즙을 첨가하여 와인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바론 리카솔리_Baron Ricasoli 와이너리

리카솔리는 이태리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이며, 미국 잡지에 따르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가족 경영 체제 회사라고 합니다. 오늘날 리카솔리 와이너리는 끼안티 클라시코_Chianti Classico 지역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입니다.일찌기 베티노 리카솔리_Bettino Ricasoli 남작이 끼안티 와인의 제조법을 발명했던 브롤리오_Brolio 성 주위는 가이올레_Gaiole와 카스텔누오보 베라르디노_Castelnuovo Berardino 두 마을에 속한 1,200헥타르의 영지(?)로 둘러싸여 있고, 그곳에는 계곡과 언덕, 참나무 숲과 밤나무 숲, 240헥타르의 포도밭, 그리고 26헥타르의 올리브 숲이 있습니다. 이처럼 리카솔리 와이너리는 중부 끼안티 지방의 아름답고 다양한 토양과 기후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죠. 인근의 최첨단 와인 양조장은 리카솔리 남작이 끼안티 와인 제조법을 연구했던 것처럼 지금도 우수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리카솔리 가문이 소유한 브롤리오 성의 모습. 이미지 출처 : http://www.ricasoli.it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는 거의 1천년에 달하는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리카솔리 남작의 증손자인 프란세스코 리카솔리_Francesco Ricasoli는 말합니다. 1993년부터 리카솔리 와이너리의 경영을 맡고 있는 프란세스코 리카솔리는 리카솔리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포도밭의 특성이 스며있고 와이너리의 역사성을 최대한 살린 뛰어난 와인들을 만들면서도 와인의 개성을 일신_日新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와인이 출시되고 있으며, 전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던 기존의 훌륭한 와인들은 더욱 완벽해지고 있죠. 바론 리카솔리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와인 양조와 문화에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바론 리카솔리 로카 기치아르다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리카솔리 와이너리의 로카 기치아르다_Rocca Guicciarda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DOCG급 와인입니다. 최소 80%의 산지오베제에 메를로와 까베르네 쇼비뇽을 사용해서 양조하며, 15개월간 바리끄_barriques와 토노_tonneaux 두 종류의 오크통에서 숙성한 후 블렌딩해서 병입합니다.  

● 외관 

짙은 루비색이지만 약간 보랏빛 기운이 있습니다. 오래되서 그런지 아니면 필터링을 하지 않았는지 조금 흐린 편입니다.

● 향 

레드 체리와 블랙체리, 서양자두의 향이 풍부하며 블랙베리 향도 약간 풍깁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오크와 블랙커런트 향이 흘러나오고, 스파이스한 식물성 향도 느껴집니다. 

● 질감 & 밀도 

첫맛은 비단처럼 부드럽고 끝맛엔 탄닌의 떫은 맛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신선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감은 섬세하고 우아합니다.

● 맛 

끼안티 와인의 전형적인 사우어 체리맛을 갖췄습니다. 드라이하고 신맛이 강한 가운데 검붉은 과일의 단 풍미가 입안 에 가득 찹니다. 탄닌의 수렴성이 느껴지면서 나무 풍미도 강하게 느껴지며, 약간의 향신료 풍미가 곁들여집니다. 마신 후에는 나무의 풍미가 입안에 길게 이어집니다.

베리류 과일의 신맛이 아주 잘 느껴지는 와인으로 이태리 스타일의 피자와 파스타에 잘 어울리며, 스테이크나 오래 숙성시킨 치즈와 먹어도 좋습니다. 돼지나 쇠고기를 베이스로 한 맵지 않은 중국요리에도 잘 맞는 편입니다. 

● 여운 

여운이 길게 이어지며, 검붉은 과일 풍미에 이어 나무와 스파이스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 균형 및 조화 

드라이한 맛, 여러가지 과일의 단 풍미, 여기에 적당한 알코올이 잘 어우러졌고, 긴 세월 동안 숙성되면서 훌륭한 맛을 갖췄습니다.

● 가격 대비 

소비자 가격은 약 7만원 정도로 제법 비싼 편입니다만, 그만한 가치의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절대평가 : B    가격 고려시 : B-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_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_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끼안티 와인 항목

4. 바론 리카솔리 홈페이지

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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