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스텔로 반피 끼안티 아나타(Castello Banfi Chianti Annata) DOCG
마리아니 가문이 경영하는 까스텔로 반피 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Toscana) 지방의 몬탈치노(Montalcino) 마을에 있습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BDM) 와인의 위대한 생산자인 까스텔로 반피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해 왔지만, 와이너리가 설립된 배경을 알아보려면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19세기 후반에 이탈리아계 이민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존 F 마리아니(John F Mariani)는 1910년 반피 빈트너스(Banfi Vintners)라는 와인 수입사를 설립합니다. 줄기찬 노력으로 반피 빈트너스의 와인 수입 사업은 번창했고, 1950년대에 이르러 미국의 와인 수입사 중 최고의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회사가 되었죠. 그 뒤의 이야기와 까스텔로 반피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까스텔로 반피 끼안티 아나타(Castello Banfi Chianti Annata) DOCG의 레이블에는 두 명의 왕이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악수하는 그림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AD 1559 - La pace in Toscana, Re di Francia e Re di Spagna”라는 글귀가 있죠. “서기 1559년 - 토스카나의 평화, 프랑스 왕과 스페인 왕”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 그림은 아래의 큰 그림의 일부분입니다.
이 그림은 1559년 이탈리아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인 프랑스와 스페인의 왕이 종전하면서 평화조약을 맺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이 조약을 ‘카토-캉브레지 조약’이라고 부르며, 이로 인해 이탈리아의 지배권을 놓고 1494년부터 1559년까지 65년간 지속되어 온 프랑스와 스페인의 분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림의 두 왕은 스페인 왕 필리페 2세와 프랑스 왕 앙리 2세입니다. 사실 두 왕이 직접 회담 장소에 나온 것은 아니고 양국의 대사들이 조약서에 사인했다고 합니다. 위의 그림은 일종의 상상화인 셈이죠.
끼안티 아나타 DOCG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에 있는 끼안티(Chianti) 지역의 대표 포도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로 만듭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발효하며,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5~6개월간 숙성했죠. 와인 숙성에 스테인리스 스틸 통을 사용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신선한 과일 풍미를 강조한 와인으로 오래 보관하지 않고 어린 상태일 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다가 곧 체리와 서양 자두 같은 붉은 과일 향이 나옵니다. 오크와 홍차 향에 약간의 타임(Thyme) 향도 풍기죠. 시간이 지나면 산딸기와 블랙커런트 향도 얼핏 나타납니다.
처음엔 부드럽다가 끝 부분에 입안을 조여주는 탄닌 느낌이 살아납니다. 미디엄 바디의 구조는 제법 탄탄합니다.
드라이합니다. 풍부한 산미가 인상적이지만, 우아하거나 섬세하지 못한 것이 아쉽군요. 탄닌의 수렴성이 입안을 기분 좋게 조여줍니다. 알코올이 12.5%인데도 제법 자극을 줍니다. 자두와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나오는데, 푸릇푸릇 신선한 느낌이 아니라 과숙한 듯 눅진합니다. 오크와 스모키(smoky)한 풍미에 홍차처럼 씁쓸한 풍미도 곁들여지죠. 이탈리아 와인 특유의 사우어 체리(sour cherry) 맛이 나지만 세련되진 않았습니다.
제법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씁쓸한 탄닌과 드라이한 맛, 적당한 알코올 도수가 과일과 오크 풍미와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잡습니다. 뛰어난 와인은 아니지만 데일리 와인으로 꽤 괜찮습니다. 함께 먹을 음식으로 피자와 파스타, 닭과 칠면조, 오리 같은 가금류 요리, 쇠고기, 잘 숙성된 치즈 등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11월 2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