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 블렌딩 - Santa Helena Vernus Blend 2010

까브드맹 2013. 10. 4. 06:00

산타 헬레나 베르누스 블렌드 2010

1. 산타 헬레나 베르누스 블렌드(Santa Helena Vernus Blend) 2010

산타 헬레나는 칠레의 와인 전문 그룹인 VSP 그룹에 속한 와이너리로 194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VSP 그룹은 남미의 유명 와이너리를 소유하거나 많은 지분을 보유한 와인 전문 경영 그룹이죠. 산타 헬레나 외에도 비냐 산 페드로(Vina San Pedro), 타라파카(Tarapacá), 알타이어(Altaïr), 비냐 타발리(Vina Tabali)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의 핀카 라 셀리아(Finca La Celia) 와이너리도 VSP 그룹의 일원이죠.

VSP 와인 그룹의 모회사는 CCU 법인인데 칠레에서 가장 큰 음료수 회사라고 합니다. 산타 헬레나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산타 헬레나 베르누스(Santa Helena Vernus)는 산타 헬레나의 중간 가격대 와인입니다. 베르누스의 이름을 달고 생산되는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 말벡, 시라, 피노 누아, 리슬링 레이트 하베스트, 소비뇽 블랑, 그리고 블렌드. 이렇게 7종이죠. 이중 까베르네 소비뇽과 시라, 블렌드 3종만 국내에 수입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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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누스 블렌드는 꼴차구아 밸리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듭니다. 혼합 비율은 매년 달라지죠. 2010 빈티지는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에 있는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지역인 꼴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5%에 시라(Syrah) 15%, 까르메네르(Carmenere) 10%,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0%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2011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을 60%로 줄이는 대신 시라를 21%로 늘렸고, 까르메네르 대신 말벡(Malbec)을 넣었죠. 매년 달라지는 포도 작황에 따라 와인 품질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포도 품종까지 바꿨기에 빈티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매년 수확철이 되면 산타 헬레나의 일꾼들은 일일이 손으로 포도를 수확합니다. 상태가 안 좋은 포도알을 골라낸 후 6℃의 온도로 조절되는 탱크에서 5일간 저온침용(低溫沈鎔) 과정을 거치죠. 이렇게 하면 와인에서 과일 풍미가 더 진하게 나옵니다. 저온침용이 끝나면 24℃의 온도에서 7일간 알코올 발효합니다. 알코올 발효와 함께 15일간 침용(沈鎔)을 하는데, 이때 포도 껍질에서 탄닌과 색소가 빠져나와 와인에 들어갑니다.

침용이 다 끝나면 젖산 발효를 한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2개월간 숙성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오크통은 두 번째 사용하는 중고 오크통입니다. 이런 오크통을 쓰는 이유는 와인에 오크 풍미가 지나치게 강하게 스며드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죠.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퍼플색입니다. 서양 자두부터 블랙베리, 블랙 체리, 블랙커런트로 이어지는 붉고 검은 과일 향이 매우 풍부합니다. 향긋한 오크와 삼나무 향이 더해지네요. 정향이나 육계피 같은 향신료 향도 조금 풍깁니다. 양은 풍성하지만 종류는 단조로운 편이네요.

부드럽고 진하며 잘 짜인 구조를 가졌습니다.

잘 익은 과일 풍미가 강해서 약간 달게 느껴집니다. 산미는 부드럽고 다소 빈약한 듯 하지만 부족하진 않습니다. 탄닌은 처음엔 부드러우나 후반에 껄끄러운 뒷맛을 남깁니다. 검은 자두와 블랙베리, 블랙 체리 풍미가 진하고 눅진하며 탄닌과 과일을 갈아 넣은 듯한 맛이 납니다. 14.1%의 알코올은 다소 강하군요. 생산자는 마시기 전에 약 30분 정도 미리 따놓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여운은 제법 길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습니다.

맛과 향, 탄닌, 산미, 알코올의 균형감은 괜찮으나 특별히 감동적인 구석은 없군요. 쇠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양한 육류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고기 스튜,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2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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