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 라파르디유 에스프릿 쌩-소베르 꼬뜨 뒤 론(Jean Lapardieu Esprit Saint-Sauveur Cotes du Rhone) 2009
장 라파르디유에서 생산하는 에스프릿 쌩-소베르 꼬뜨 뒤 론은 남부 론의 주요 품종인 그르나슈 누아(Grenache noir)와 시라(Syrah)를 섞어서 만든 AOC 등급 와인입니다. 두 품종의 혼합 비율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자료마다 그르나슈 누아가 먼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르나슈의 함량이 더 많은 듯합니다.
꼬뜨 뒤 론(Cote du Rhone)은 론(Rhone) 지역 와인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등급으로 보르도 와인과 비교하면 보르도(Bordeaux) AOC에 해당합니다. 레이블에 반드시 "Cote du Rhone"이라는 글귀가 들어가므로 쉽게 알아볼 수 있죠. 꼬뜨 뒤 론에 대한 더 자세한 사항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이 와인은 다른 꼬뜨 뒤 론 와인처럼 오크통에서 숙성하여 복합적인 풍미를 갖도록 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색이 꽤 진하며 주변 테두리는 자줏빛입니다. 푸근하고 진한 향이 느껴집니다. 레드커런트와 블랙 커런트, 프룬, 블랙베리 같은 과일 향이 나오고 나무줄기와 향신료의 살짝 맵싸하고 스파이시한 향이 느껴집니다. 오크 향이 깔려 있지만 앞선 두 향에 눌려 또렷하진 않습니다. 살짝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향도 약간 흘러나옵니다. 알코올 13.5%로 코 끝에 닿는 느낌이 제법 강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곯은 딸기와 딸기잼에서 맡을 수 있는 단 향을 풍깁니다. 시간이 꽤 지나면 다시 검은 과일 향을 물씬 풍깁니다.
미디엄 바디 정도이며 탄닌의 조여주는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은 건 아니지만 꼬뜨 뒤 론 와인답게 맵고 화끈한 느낌을 선사해 주네요. 지중해의 따가운 햇살이 내리쪼이는 것처럼 따끈합니다.
매우 드라이하며 제법 산도가 높습니다. 숙성이 덜 된 탄닌은 가벼우면서도 거칩니다. 이 두 요소가 조금 삐끗했는지 살짝 어설프네요. 주로 느껴지는 풍미는 검은 과일과 향신료, 오크 계열의 나무 풍미인데 좀 단순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떫은맛은 줄어들고 산미가 조금씩 향상됩니다. 과일 풍미도 진해집니다. 2시간 정도 지나서 음식과 함께 하면 맛이 상당히 좋아지니 천천히 드십시오.
복합적이지만 매력적인 면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첫 느낌이 강하고 억세기 때문에 풍미가 강한 고기 요리, 즉 소고기 잡 부위나 내장과 잘 어울릴 수 있고 바비큐도 잘 맞습니다. 섬세한 고기 요리보다 좀 거친 부위, 혹은 거칠게 조리한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죠. 여운이 느껴지지만 길지 않고 느낌도 덤덤합니다.
탄닌이 가볍고 거칠기 때문에 한 잔 하면 입안에 메마른 느낌이 가득합니다. 만약 탄닌에 무게가 느껴지고 풍부한 추출물이 곁들여지면 느낌이 아주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난감하죠. 게다가 과일 풍미도 적습니다. 그냥 마시면 별로 좋은 느낌이 없네요.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탄닌이 둥글어지면서 맛이 꽤 좋아지고 과일 향도 올라갑니다. 초반 평가는 박할지라도 후반 평가는 좋은 쪽으로 가는 와인입니다.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가격을 생각해 보면 괜찮은 와인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싸구려 조잡한 맛은 아니니까요. 고기와 곁들이면 그래도 만족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생산자가 추천하는 음식은 그리스식 오이 요리, 호박과 빵, 새우를 넣은 스페인식 수프, 오렌지 소스를 얹은 오리 요리, 프로방스식 양고기 요리, 그릴에 구운 고기 요리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10월 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