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 제 17회 테이스팅 세션 - 피노 누아 대결. 부르고뉴 vs 오레건.

피노 누아는 전 세계 수많은 와인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양조용 포도로 평가받는 매력적인 품종입니다. 와인으로 만들면 맑고 깨끗한 루비색에 체리와 딸기, 산딸기, 크랜베리,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향과 제비꽃 같은 꽃향기, 오크 숙성을 통해 배인 나무와 향신료 향, 젖은 나뭇잎과 송로버섯, 야생 고기 같은 이질적인 향을 풍기는 이 매혹적인 포도는 많은 와인 양조자가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어 하는 품종이기도 하죠.

원래 피노 누아는 프랑스 동부의 부르고뉴(Bourgogne) 공국과 주변 지방에서 주로 자랐지만, 유럽인이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함께 퍼져 나가 오늘날엔 많은 와인 생산국에서 재배합니다. 그러나 성질이 튼튼해서 날씨가 너무 서늘하지만 않으면 어디서나 잘 자라고 맛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달리 예민한 성질을 가진 피노 누아로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피노 누아로 특급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을 꼽아보자면 전통의 강자인 부르고뉴와 미국 오레곤(Oregon)주, 미국 캘리포니아의 러시아 밸리(Russia Valley) 정도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이곳의 피노 누아 와인은 각자 개성 있는 스타일로 생산되어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맛과 향을 겨루고 있죠. 그런데 가격마저 비슷하게 높은 수준으로 겨루는 것이 함정…

그 밖에 프랑스 남부와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를 비롯한 뉴질랜드의 세 지역, 루마니아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야라 밸리(Yarra Valley), 독일 바덴(Baden), 남아프리카 공화국, 칠레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에서도 괜찮은 피노 누아 와인이 나옵니다. 이 지역의 피노 누아 와인 중에도 정말 빼어난 제품이 있긴 하지만, 맛과 향에서 아직 특급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죠. 

17회를 맞이한 Real Blind Tasting! 테이스팅 세션에서는 피노 누아로 만든 8종의 와인을 시음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출전한 와인들의 출신지는 역시 최강의 생산지이자 라이벌 관계를 구축한 부르고뉴 꼬뜨 도르(Cote d’Or)와 미국의 오레곤이었죠.

와인 리스트와 와인 선정자인 조수민 소믈리에의 한 줄 평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가일 리저브 피노 누아(Argyle Reserve Pinot Noir) 2005

"알콜이 높고 향기가 깊어 과실의 쥬시함과 매끄러운 타닌이 긴 뒷맛으로 연결됩니다. 마시기 편하고 풍부한 향이 특징입니다."

2.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보몽 알랭 위들로-노에라(Vosne-Romanee 1er Cru Les Beaumonts Alain Hudelot-Noellat) 2007

"로버트 파커가 꼭 손에 넣어야 하는 도멘이라고 평가한 알랭 위들로 노엘라. 특히 본 로마네 레 보몽은 에세죠 위에 위치하고 있어 매우 향기로우면서 파워풀한 텍스쳐를 가지고 있습니다."

3. 끌로 생-드니 그랑 크뤼 도멘 삐에르 아미오 에 피스(Clos Saint-Denis Grand Cru Domaine Pierre Amiot et Fils) 2007

"모레 생드니의 미네랄 뉘앙스와 함께 과즙의 향연, 탄탄한 구조와 탄닌의 느낌은 피노 누아 중에서도 굉장히 기품있는 맛을 보입니다."

4. 셰아 와인 셀라스 이스트 힐(Shea Wine Cellars East hill) 2006

“파커 포인트 90점대를 항상 넘기는 오레건의 숨은 보석 피노 누아. 단정한 향기가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연상 시킵니다."

5. 샹베르땅-끌로 드 베즈 그랑 크뤼 도멘 드루앵-라로즈(Chambertin-Clos de Beze Grand Cru Domaine Drouhin-Laroze) 2007

"1850년도에 설립된 전통적인 도멘으로 쥬브레 샹베르탱 지역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아로마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양조하기 때문에 어릴 때도 향이 살아있는 피노 누아를 보여줍니다."

6. 펜너 -아쉬 듀신 빈야즈(Penner-Ash Dussin Vineyards) 2006

"고소한 스파이스의 향기가 강하고 응축된 향기와 스모키한 풍미, 엑조틱한 여운이 인상적인 와인."

7. 켄 롸이트 셀라스(Ken Wright Cellars) 2007

"굉장히 완고한 와인으로 타이트한 느낌과 체리 스파이시한 느낌이 강하다. 컬트 피노 누아. 완고함이 느껴진다."

8. 꼭똥 끌로 뒤 루아 그랑 크뤼 라 뿌세 도르(Corton Clos du Roi Grand Cru La Pousse d'Or) 2006

"뉘 지역의 화려함은 없지만 와인의 구조가 제대로 잡혀있고 스케일이 굉장히 큰 와인입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꼬르통이 가진 탄닌의 느낌과 향기가 기존의 피노 누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과 마찬가지로 약 3시간에 걸친 시음 끝에 나온 8종 와인의 점수와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8. 셰아 와인 셀라스 이스트 힐(Shea Wine Cellars East hill) 2006 / 평점 88.0점

[미국] 오레곤의 숨은 보석 같은 와이너리의 와인 - Shea Wine Cellars East hill 2006

 

7. 아가일 리저브 피노 누아(Argyle Reserve Pinot Noir) 2005 / 평점 88.8점

[미국] 오레곤 1급 와이너리의 피노 누아 와인 - Argyle Reserve Pinot Noir 2005

 

6. 펜너 -아쉬 듀신 빈야즈(Penner-Ash Dussin Vineyards) 2006 / 평점 89.1점

[미국] 상태가 좋았다면 더 훌륭한 맛과 향을 보여줄 듯한 와인 - Penner-Ash Dussin Vineyards 2006

 

5. 샹베르땅-끌로 드 베즈 그랑 크뤼 도멘 드루앵-라로즈(Chambertin-Clos de Beze Grand Cru Domaine Drouhin-Laroze) 2007 / 평점 90.8점

[프랑스] 새콤하고 강렬한 산미와 탄탄하고 날카로운 탄닌 - Chambertin-Clos de Beze Grand Cru Domaine Drouhi

 

4.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보몽 알랭 위들로-노엘라(Vosne-Romanee 1er Cru Les Beaumonts Alain Hudelot-Noellat) 2007 / 평점 91.8점

[프랑스] 차갑고 냉정하며 날카로운 느낌 - Domaine Alain Hudelot-Noellat Vosne-Romanee 1er Cru Les Beaumonts 2007

 

3. 켄 롸이트 셀라스(Ken Wright Cellars) 2007 / 평점 92.1점

[미국] 가볍지만 깨끗하고 탄탄한 느낌 - Ken Wright Cellars Carter Vineyard 2007

 

2. 끌로 생-드니 그랑 크뤼 도멘 삐에르 아미오 에 피스(Clos Saint-Denis Grand Cru Domaine Pierre Amiot et Fils) 2007 / 평점 93.1점

[프랑스] 어머니나 큰누이처럼 푸근하고 후덕한 느낌 - Domaine Pierre Amiot et Fils Clos-Saint-Denis Grand Cru

 

1. 꼭똥 끌로 뒤 루아 그랑 크뤼 라 뿌세 도르(Corton Clos du Roi Grand Cru La Pousse d'Or) 2006 / 평점 93.4점

[프랑스] 화려함은 덜해도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 Domaine de la Pousse d'Or Corton Clos du Roi Grand Cru 200

 

개인적 평가는 꼭똥 끌로 뒤 루아 그랑 크뤼 라 뿌세 도르 2006이 94.4점으로 1등, 셰아 와인 셀라스 이스트 힐 2006이 92.8점으로 2등, 끌로 생-드니 그랑 크뤼 도멘 삐에르 아미오 에 피스 2007이 90.8점으로 3등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