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랑그독-루씨옹에는 와인이 있다.”
“노동자, 농민의 와인.”
이 글귀들은 모두 남부 프랑스 와인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남부 프랑스 와인의 정체성을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대량 생산 와인"으로 규정짓는 말들이죠. 필록세라의 창궐과 세계 1, 2차 대전으로 인해 와인의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긴 기간 동안 랑그독을 비롯한 남부 프랑스 지방은 와인에 목마른 유럽인을 위한 와인 공장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당시엔 와인 품질보다 오로지 생산량, 생산량, 생산량만 중요 했죠.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유럽 와인 산업이 정상화 되었을 때 대량 생산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남부 프랑스는 싸구려 저질 와인을 만드는 지역으로 취급 받으면서 고급 와인 시장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남부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들은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남부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와인 등급 중 가장 낮은 뱅 드 따블(Vin de Table) 등급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규정에서 자유롭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와인 생산자가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품종과 양조법으로 와인을 만들 수 있었죠. 또한 이곳의 잠재력을 눈여겨 보던 세계 각국의 와인 생산자와 양조학과 학생들이 남부 프랑스로 몰려들어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후 수십년 동안 남부 프랑스 와인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죠.
물론 아직도 싼 가격의 대중적인 와인 생산량이 절대적이지만, 다른 고급 와인 생산지의 우수한 와인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와인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과 규정에 구애받지 않는 남부 프랑스 와인은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혁신적인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손꼽히며,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2월 15일에 있었던 Real Blind Tasting! 테이스팅 세션 제 18회의 주제는 남부 프랑스 와인이었습니다. 지난 번 테이스팅 세션과 마찬가지로 엄선된 8종의 와인이 나왔고,. 여러가지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남부 프랑스답게 화이트 2종, 로제 2종, 레드 4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다음은 와인 리스트를 선정한 조수민 소믈리에가 전하는 남부 프랑스 와인 소개글입니다.
“프랑스 와인에서 새롭게 급 부상하고 있는 지역을 꼽으라면 론과 루아르 남부 프랑스를 들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가격 대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남부 프랑스 와인에 빠져보세요. 남부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 지역이면서도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많이 생산됩니다. 프랑스 최대의 생산지이기도 하며 피레네산맥에 둘러 쌓여있어 바람과 산, 물이 만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녔습니다."
"남부 프랑스 지역은 일조량이 좋아 까리냥, 시라, 무르베드르, 그르나슈 같은 토착 품종들이 잘 자라는데, 그중에 랑그독과 루시옹은 마시기 편한 레드 와인에서부터 오래된 고목에서 생산된 풍부한 과실 향과 부드러운 탄닌을 잘 표현하는 고급 와인까지 다양한 종류의 레드 와인 생산지입니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남부 프랑스 와인의 꽃 프로방스가 있는데 랑그독과 루시옹이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면 프로방스는 로제 와인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이곳은 해양성 기후로 지중해의 감미로운 해풍과 함께 여름은 덥고 건조하여 포도 재배에 아주 이상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로제 와인이 많이 생산됩니다. 꼬뜨 드 프로방스와 방돌의 로제 와인은 밝고 투명한 빛깔과 향이 풍부하며 과일 맛이 일품이고, 전체적으로 드라이한 와인으로 쌉사름한 느낌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8종 와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토크 에 클로쉐 오세아니크(Toques et Clochers Océanique) 2009 / 샤르도네 100%.
2. 도멘 다르퓨이 로리지넬르 블랑(Domaine d'Arfeuille l'Originelle Blanc) 2009 / 마까베오(Macabeo) 100%.
3. 샤토 라 불뜨 가스빠레 로제(Château La Voulte Gasparets Rosé) 2011 / 그르나슈(Grenache) 50%, 무르베드르(Mourvèdre) 30%, 시라 10%, 까리냥(Carignan) 10%.
4. 샤토 프라도 로제(Château Pradeaux Rosé) 2011 / 무르베드르 95%, 그르나슈 5%.
5. 샤토 드 까즈뇌브 르 록 데 마떼 픽 쌩 룹(Château de Cazeneuve Le Roc des Mates Pic Saint-Loup) 2006 / 시라 80%, 그르나슈 20%.
6. 샤토 프라도 루즈(Château Pradeaux Rouge) 2007 / 무르베드르 95%, 그르나슈 5%.
7. '베' 드 부뜨낙('B' de Boutenac) 2007 / 그르나슈 50%, 까리냥 40%, 시라 10%.
8. 마스 줄리앙(Mas Jullien) 2008 / 무르베드르 40%, 까리냥 30%, 시라 25%, 그르나슈 5%.
진지한 시음 끝에 나온 8종 와인의 점수와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8. 도멘 다르퓨이 로리지넬르 블랑 2009 / 평점 86.6점.
7. 샤토 프라도 로제 2011 / 평점 87.5점.
6. 마스 줄리앙 2008 / 평점 88.3점.
5. 토크 에 클로쉐 오세아니크 2009 / 평점 89.0점.
4. '베'드 부뜨낙 2007 / 평점 89.2점.
3. 샤토 라 불뜨 가스빠레 로제 2011 / 평점 89.2점.
2. 샤토 프라도 루즈 2007 / 평점 91.4점.
1. 샤토 드 까즈뇌브 르 록 데 마떼 픽 쌩 룹 2006 / 평점 91.5점.
개인적 평가로는 샤토 드 까즈뇌브 르 록 데 마떼 픽 쌩 룹 2006이 88.8점으로 1등, '베'드 부뜨낙 2007이 86.0점으로 2등, 샤토 라 불뜨 가스빠레 로제 2011이 .84.8점으로 3등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다른 멤버보다 점수를 짜게 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