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플리 리저브 쉬라즈(Simply Reserve Shiraz)
테스코 심플리 와인(Tesco Simply Wine)은 영국의 체슌트(Cheshunt)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식료품과 잡화 소매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에서 주문자 생산방식(OEM)으로 만드는 와인 브랜드입니다. 세계 각지의 와인 생산국에서 나오는 24종 이상의 와인으로 구성되어 있죠.
심플리 리저브 쉬라즈는 호주 빅토리아의 머레이 달링(Murray Darling)과 뉴 사우스 웨일스의 머럼비지(Murrumbidgee) 강 일대에서 수확한 쉬라즈(Shiraz) 포도로 만듭니다. 두 지역은 관개용수를 사용해서 재배한 포도로 저가 와인을 만들어 여러 와인 회사에 공급하는 곳으로 저렴한 호주산 와인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생산하죠. 이곳에서 나오는 와인은 레이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South Eastern Australia"라는 지역명을 적습니다.
"리저브(Reserve)"는 원래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일정 기간 이상 오크통과 병에서 숙성한 와인에 붙일 수 있는 등급 표시입니다. 하지만 신세계에선 와인 회사가 품질 좋은 와인에 임의로 붙이는 표시일 따름이죠. 요즘엔 다소 남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 와인은 마개로 코르크 대신 스크루 캡을 썼습니다. 요즘 호주 와인에서 흔히 쓰는 방식이죠. 스크루 캡은 일단 따기 편하고 유통 과정에서 불량 코르크로 인해 발생하는 와인의 변질을 막을 수 있어서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다만 와인 병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기계를 설치해야 하는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 작은 와이너리에서는 쓰기 어렵죠. 작은 와이너리에서 여전히 코르크를 쓰는 이유 중에선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루비와 퍼플의 중간색으로 루비 쪽에 더 가깝습니다. 쉬라즈 특유의 후끈한 기운이 먼저 나오고 약간 조잡한 후추와 식물성 냄새를 풍깁니다.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 향에 블랙커런트 향이 약간 올라오지만, 레이블에 적힌 레드커런트 향은 별로 느낄 수 없군요. 시간이 지나면 향이 더 부드러워지면서 검은 과일 향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향도 살짝살짝 나타나고요. 꽤 시간이 흐른 후에는 달착지근한 산딸기 사탕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중간에서 조금 가벼운 정도의 무게와 다소 거친 질감을 갖고 있습니다. 거칠긴 한데, 고급 와인의 탄닌이 가진 싹수가 보이는 거칠음이 아닌 조잡하고 얕은 거칠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드러워지지만, 맛의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약간 씁쓸합니다. 산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13%이지만, 그 이상의 강렬한 느낌을 남깁니다. 향신료와 타임(Thyme) 같은 식물성 풍미가 조화롭지 못해서 마치 타이어 같은 맛이 나옵니다. 이런 맛이 나오는 것은 아마 기계로 수확하면서 포도 줄기나 나뭇잎이 섞여 들어갔기 때문일 겁니다. 고급 와인이라면 기계 수확을 했어도 선별대에서 일일이 손으로 불순물을 골라냈겠지만, 이런 저렴한 와인은 비용 때문에 그냥 양조했거나 기계로 선별했을 겁니다.
그래도 더운 지역의 와인인지라, 비슷한 가격의 프랑스 와인보다 더 진하고 과일 맛도 풍부합니다. 따라서 진한 와인을 좋아한다면, 이쪽을 선택하는 편이 좀 더 낫겠죠. 시간이 지나면 더 부드러워지면서 안정된 느낌이 납니다. 쓴맛도 많이 줄고 타이어 같은 향이나 맛도 많이 사라집니다. 검은 과일 풍미도 제법 올라오고요. 그러니 개봉 후 30분가량 지난 다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운은 제법이지만, 느낌은 별로군요.
초반의 거친 질감과 조잡한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탄닌의 품질이 영 아니라서 그런 것 같군요. 과일 풍미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와인의 균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동급의 와인과 비교해서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고기와 치즈로 토핑 한 피자, 소고기와 양고기,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동남아식 고기 요리, 라면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2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