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맛도 가격도 착한 프랑스 남쪽의 와인 - Marrenon Classic Luberon Rouge 2009

까브드맹 2012. 1. 13. 06:00

마레농 클라식 뤼베롱 루즈 2009

1. 마레농(Marrenon)

마레농은 꼬뜨 뒤 뤼베롱과 꼬뜨 뒤 벙뚜(Côtes du Ventoux)의 와인 생산자 1,200명이 참여해서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1966년에 설립해서 역사가 거의 50여 년에 이르죠. 원래는 셀리에 드 마레농(Cellier de Marrenon)이란 이름의 협동조합으로 시작해서 꼬뜨 뒤 뤼베롱 지역의 와인 생산자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줬지만, 최근에 꼬뜨 뒤 벙뚜 지역의 생산자와 힘을 합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네고시앙(Negociant)과 다르게 마레농은 직접 관리하는 7,6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짙은 색과 완숙한 과일 풍미, 쉽게 즐길 수 있는 맛을 가져서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와인을 생산합니다. 아비뇽(Avignon)과 액-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사이에 있는 마레농의 포도밭은 일조량이 연간 3,000시간에 이르고 강수량도 적당해서 포도 재배에 훌륭한 조건을 갖췄습니다. 또한, 물이 잘 빠지는 석회암이 토양 아래에 있어서 천혜의 기후와 함께 당분이 포도에 충분히 쌓일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고 있죠.

마레농의 와인은 유통 과정에서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생산한 와인을 직접 판매하므로 가격보다 와인 품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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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양조

마레농에서 만드는 기본적인 레드 와인인 마레농 클라식 뤼베롱 루주(Marrenon Classic Luberon Rouge) 2009는 남부 론(Southern Rhone)의 꼬뜨 뒤 뤼베롱(Côtes du Luberon) 지역에 있는 석회암 언덕 위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시라(Syrah)와 그르나슈 누아(Grenache Noir)를 6:4로 혼합해서 만들었습니다. 9월 말에서 10월 중순까지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해서 20~22℃로 유지되는 발효조에서 7~12일간 껍질의 색소와 탄닌을 빼내면서 양조했죠. 병에 담은 후 3년 이내에 마시는 게 좋고, 마시는 온도는 18℃ 정도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맑고 깨끗한 루비색이지만, 살짝 퍼플빛이 돕니다. 서양 자두와 레드커런트 향이 풍부하게 나오고, 푸릇푸릇한 나무줄기와 매콤한 향신료, 오크 향을 풍깁니다. 희한하게 김 같은 해조류 냄새가 계속 나와서 조금 거슬립니다. 시간이 갈수록 과일 향, 그중에서도 서양 자두와 라즈베리, 빌베리 향이 강해집니다. 나중에는 딸기 사탕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제법 무게가 있으며 미디엄 바디에서 조금 웃도는 정도입니다. 매우 부드럽지만, 마신 후엔 탄닌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드라이한 맛과 생생한 산미가 어울려서 좋은 맛을 보여줍니다. 알코올 도수는 13.5%로 프랑스 남부 와인으로는 별로 높지 않고 강도도 적당합니다. 너무 묽고 약해서 밋밋하거나 흐리멍덩하지 않고, 너무 진하고 강해서 마시기 힘들 만큼 뻑뻑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에 활력 있는 신맛이 명랑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죠.

 

 

서양 자두와 레드커런트 정도의 붉은 과일 풍미에 약간 진한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섞여 있습니다. 깊은 맛은 없어도 상당히 마시기 편해서 와인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죠. 여운이 아주 길진 않지만, 꽤 괜찮습니다. 깊이와 느낌도 좋고요. 

탄닌과 산도, 알코올 등등 각 요소의 균형과 조화도 좋습니다. 깊은 맛은 없지만, 적당히 맛있고 재미있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 과일 풍미가 강하면서 질감은 부드러워 레드 와인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도 좋은 기분을 느낄 겁니다. 다만 저가 와인이다 보니 지구력은 조금 떨어집니다. 고급 와인처럼 시간이 갈수록 피어나는 맛과 향은 느끼기 힘들죠. 여러 명이 모여서 한 잔씩 따른 다음 빠르게 마시는 게 좋습니다. 허브를 얹은 양고기, 소고기,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12월 2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