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변화무쌍하고 복합적인 향의 행진 - Domaine Prieure Roch Vosne-Romanee 1er Cru Les Suchots 2001

까브드맹 2012. 1. 11. 06:00
도멘 프리에르 로크 본-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쉬쇼 2001

1. 도멘 프리에르 로크(Domaine Prieure Roch)

도멘 프리에르 로크는 꼬뜨 드 뉘를 중심으로 11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을 관리하는 와인 생산자입니다. 석회암 언덕 지대 위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로 레드 와인만 만들다가 2010년에 구매한 르 클라우드(Le Cloud)에서 샤르도네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죠. 도멘 와인의 3분의 2 이상이 그랑 크뤼와 프르미에 크뤼 와인일 만큼 고급 부르고뉴 와인을 주로 생산합니다. 도멘 프리에르 로크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포도밭은 모두 13개입니다.

끌로 드 부죠(Clos de Vougeot) : 그랑 크뤼 와인 생산

② 끌로 드 베제(Clos de Bèze) : 그랑 크뤼 와인 생산

③ 끌로 데 코르브(Clos des Corvées) : 뉘-생-조르쥬(Nuits-Saint-Georges). 프르미에 크뤼 와인 생산. 모노폴(Monopole)

④ 레 쉬쇼(Les Suchots) : 본-로마네(Vosne-Romanee). 프르미에 크뤼 와인 생산

⑤ 르 끌로 고이요트(Le Clos Goillotte) : 본-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와인 생산. 모노폴

⑥ 레 오-메지에르(Les Hautes-Maizieres) : 본-로마네. 빌라즈 등급 와인 생산

⑦ 레 끌루(Les Clous) : 본-로마네. 빌라즈 등급 와인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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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끌로 데 자르질리에르(Clos des Argillières) : 뉘-생-조르쥬. 프르미에 크뤼 와인 생산

⑨ 르 클라우드(Le Cloud) : 라두와(Ladoix). 빌라즈 등급의 레드와 화이트 와인 생산

⑩ 글래피니(Glapigny) : 본-로마네. 꼬또 부르기뇽(Coteaux Bourguignon) 레드 와인 생산

⑪ 글래피니 퐁세(Glapigny Poncet) : 본-로마네. 평균 수령 60년의 가메(Gamay)로 꼬또 부르기뇽 레드 와인 생산

⑫ 글래피니 봉쿠르(Glapigny Boncourt) : 본-로마네. 평균 수령 30년의 샤르도네로 뱅 드 따블 등급의 화이트 와인 생산

⑬ 오 데슈 데 골라르(Au Dessus des Gollardes) : 사비니(Savigny). 레드와 화이트 와인 생산

<부르고뉴의 위대한 도멘(The Great Domaines of Burgundy)>이란 책을 쓴 레밍턴 노만과 찰스 테일러는 레 쉬쇼 밭에서 나오는 와인을 "인접한 많은 그랑 크뤼 에셰조 와인보다 훌륭하고 최고의 품질을 지닌 풍부하고 호화로운 와인"이라고 평가합니다.

도멘의 소유주인 앙리-프레드릭 로크(Henry-Frédéric Roch)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존경받았던 인물이면서 할아버지인 앙리 르로아(Henry Leroy)로부터 영감을 물려받아 전통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을 함께 아우른 뛰어난 와인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향년 57세에 암으로 타계하셨죠.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본-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쉬쇼(Vosne-Romanee 1er Cru Les Suchots) 2001은 디켄터에서 9시간가량 브리딩(breathing)한 후에 시음했습니다.

본-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쉬쇼의 색상

색은 다소 탁하며 오래된 와인에서 볼 수 있는 옅은 벽돌색입니다. 첫 향은 말린 구기자와 말린 자두(Prune),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 설탕에 졸인 과일 향입니다. 마치 뉴질랜드산 꿀처럼 달콤합니다. 잠시 뒤에 그윽한 나무와 향긋한 나무 수지 향이 나오는데, 과일 향과 섞여서 마치 포트 와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향이 흘러나오면서 새롭게 농후하고 진한 오렌지 향과 오렌지 껍질 향이 나타납니다. 또한, 사과와 배, 라이치(lychee) 같은 흰 과일, 육계피 같은 향신료, 고급 부르고뉴 와인에서 종종 맡곤 하는 동물성 향, 그을린 나무 향 등을 맡을 수 있죠. 아주 변화무쌍하고 복합적인 향의 행진이 이어지네요. 시간의 흐르면서 점차 검은 과일에서 노랗거나 흰 과일 쪽으로 향이 이동합니다.

 

 

부드럽고 순하지만, 안으로 굳센 힘을 가졌습니다. 밑바닥에 잔잔히 깔리는 탄닌은 아주 편안합니다. 드라이한 맛에 상큼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오묘한 신맛이 겹쳐집니다. 와인의 강도는 순하나 연하지도 약하지도 않습니다. 말린 구기자와 말린 살구, 자두 같은 건과류와 삼나무, 매콤하고 풋풋한 향신료 풍미가 은은한 알코올과 뒤섞인 것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듯한 향에 아직 강건한 맛이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와인으로 느낌이 다른 와인과 확실히 다릅니다. 강하게 울리지 않는 여운은 굉장히 편안하고 독특해서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훌륭한 균형과 모든 것을 감싸는 조화로운 맛이 매우 기묘합니다. 맛과 향의 느낌이 다르면서 이토록 맛있는 와인은 처음이네요. 육류는 물론이고 해산물에도 잘 어울릴 와인으로 단순한 술이 아니라 아주 향긋한 물약 같습니다. 상당히 비싼 와인이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합니다.

어울리는 음식은 섬세하게 조리한 육류 요리, 진한 소스를 사용한 생선과 해산물 요리, 그릴에 구운 채소,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1년 12월 1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