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라송 드 부르고뉴(Blason de Bourgogne)
블라송 드 부르고뉴는 역사와 전통이 깊거나 명성이 뛰어난 와인 생산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부르고뉴 전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가격보다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죠. 부르고뉴 북쪽의 샤블리(Chablis)부터 남쪽의 마꼬네(Mâconnais)까지 약 800개의 농가로부터 포도와 와인을 공급받아 단일 브랜드로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일종의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죠.
홈페이지의 지도를 보면 부르고뉴 전역의 포도밭을 망라하지만, 정작 유명한 와인 생산지에는 포도밭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높은 등급이 샤블리와 몽타니(Montagny) 프르미에 크뤼이며 대부분 아펠라시옹 레지오날 등급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블라송 드 부르고뉴 와인의 가치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값싼 가격에 괜찮은 와인을 공급한다고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생산자라고 볼 수 있죠. 일반 소비자가 매번 10만 원이 넘는 비싼 와인을 마실 순 없으니까요.
홈페이지의 와인 설명도 매우 독특합니다.
COAXING AND THIRST QUENCHING : 달래면서 갈증을 담금질하는(…?)
SPONTANEOUS AND ENTICING : 즉흥적이며 유혹적인
SIMPLE AND MERRY : 단순하며 명랑한
DENSE AND DAZZLING : 빽빽하며 현혹적인
LIVELY AND CONVIVIAL : 활기 넘치며 명랑한
이런 식으로 와인 특징을 재미있게 적어 놓았죠. 이 도멘의 와인이 전부 수입되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해 놓으면 소비자들이 와인을 살 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고를 수 있지 않을까요?
2. 와인 양조
블라송 드 부르고뉴의 부르고뉴 샤르도네(Bourgogne Chardonnay) 2009는 홈페이지에 "FINE AND COAXING : 훌륭하게 달래주는"이라는 글귀가 나와 있습니다. 훌륭하다는 말은 이해 가는데 "달래주는"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군요.
샤르도네(Chardonnay) 100%로 만들었으며 온도 조절이 되는 스테인레스 스틸 통에서 발효하고 약간 숙성한 후 병에 담았습니다. 마시는 온도는 11~13℃ 정도가 좋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밀짚 색, 또는 레몬색입니다. 이물질도 없고 흐린 것도 없이 맑고 깨끗합니다. 레몬과 속살이 노란 사과, 백도 복숭아 향이 나옵니다. 약하지만 미네랄과 흰 꽃, 나무, 견과류, 버터, 그을린 나무 향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깨끗하고 깔끔하며 약간의 무게와 부드러운 느낌이 있습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산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약간 씁쓸한 맛도 나옵니다. 무게감과 13%의 알코올이 함께 작용해서 입에 제법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복숭아와 사과, 오렌지 껍질 풍미가 주로 나오며 오크와 미네랄 풍미도 약간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산미가 살아나며 좀 더 생기있는 맛이 되니 너무 차갑게 마시면 안 됩니다.
다소 기름진 맛으로 그냥 마시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생선구이와 소스를 얹은 농어나 연어 스테이크와 함께하면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 개성은 약하지만, 품질은 지역 등급에 속한 평균적인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보다 나은 편입니다. 여운은 제법 길며 느낌도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인상적이진 않군요.
개성은 약해도 균형은 잘 맞습니다. 특별히 트집 잡을 구석이 없네요. 다만 개성이 별로 없고 무난한 맛이라 음식과 함께 마셔야 좋습니다. 지구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가격과 품질을 생각하면 훌륭합니다.
치즈를 넣은 프랑스 과자인 구제레(gougères), 생선과 해물 요리, 양파 타르트, 채소로 된 속을 넣고 둥글게 말은 고기 요리인 퍼피츠(paupiettes), 보포르(Beaufort)와 꽁떼(Comté), 생 넥타르(Saint Nectaire) 같은 치즈, 치즈를 듬뿍 토핑한 피자 등 여러 음식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12월 9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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