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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붉은 과일 향 폴폴 풍기는 가성비 데일리 레드 와인 - Como Gran Coleccion 2020

까브드맹 2024. 7. 30. 11:07

Como Gran Coleccion 2020

꼬모 그란 콜렉시온(Como Gran Coleccion) 2020은 스페인의 보데가스 페르난도 카스트로(Bodegas Fernando Castro) S.L이 발데페냐스(Valdepeñas) DO에서 재배한 뗌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꼬모(COMO)?

꼬모는 이마트24의 편의점 와인 브랜드입니다. 와인 소비가 대중화되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마트24가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부터 와인 애호가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을 콘셉트로 하여 기획한 브랜드죠.

"COMO"는 'Convenient Moment'의 줄임말로 '(와인을 즐기는 가장) 편안하고 적당한 순간'을 뜻하며, 7개의 명칭 후보군 중에서 임직원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꼬모 제품은 총 9종입니다.

1) 레드 와인

① 꼬모 밸류 까베르네 소비뇽(COMO Value Cabernet Sauvignon) : 칠레

② 꼬모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COMO Reserva Cabernet Sauvignon) : 칠레

③ 꼬모 시라(COMO Syrah) : 프랑스

④ 꼬모 끼안티(COMO Chianti) : 이탈리아

⑤ 꼬모 그란 콜렉시온 : 스페인

⑥ 꼬모 샹그리아(COMO Sangría) : 스페인

2) 화이트 와인

① 꼬모 리슬링(COMO Riesling) : 독일

② 꼬모 모스카토(COMO Moscato) : 이탈리아

3) 스파클링 와인

① 꼬모 까바(COMO Cava) : 스페인

꼬모 와인의 가격은 대부분 9,900원이며, 품질은 가격 대비 우수한 편입니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품종이나 지역의 특성도 잘 드러나고요. 무엇보다 음식과 함께 먹기 위한 저렴한 데일리 와인으로는 꽤 괜찮죠. 세계 각지의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다는 측면에선 예전에 나왔던 테스코(Tesco)의 심플리(Simply) 와인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다만 국내에 22종이나 나왔던 심플리 와인에 비해선 아직 종류가 매우 부족하죠.

 

2. 꼬모 그란 콜렉시온 2020

꼬모 그란 콜렉시온을 만든 보데가스 페르난도 카스트로는 스페인 중남부의 카스티야 라 만차(Castile-La Mancha) 지방에 있는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주에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5개의 포도원과 7개의 병입 시설을 갖추고 세계 70개국에 와인을 수출하는 대형 와이너리이죠.

1850년에 설립된 보데가스 페르난도 카스트로는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1895년에 근처에 철도가 깔리면서 와이너리 성장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중엔 자체 운송 네트워크를 통해 대규모 구매자의 신뢰를 얻었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리적 여건 덕분에 보데가스 페르난도 카스트로의 와인은 어느 곳에나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70개국 이상으로 시장이 확장되었습니다.

현재 카스트로 가문의 두 세대가 함께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제조와 숙성, 마케팅에 대한 전문가들의 귀중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실현할 수 있는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시설을 갖췄습니다.

보데가스 페르난도 카스트로에서는 일반 테이블 와인부터 단일 품종 와인, 리오하(Rioja)와 발데페냐스의 PDO 와인, 스파클링 와인, 팩 와인까지 수십 종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국내에도 캄포 로호 그란 셀렉시온(Campo Rojo Gran Seleccion)과 핀카 로스 알토스(Finca Los Altos)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와인이 수입된 적이 있습니다.

꼬모 그란 셀렉시온에 사용된 뗌프라니요 포도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레드 와인용 포도로 일찍이 페니키아인이 이베리아반도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시대부터 재배했다고 전해지는 품종입니다. 뗌프라니요란 이름은 '일찍(early)'을 뜻하는 스페인어인 뗌프라노(Temprano)에서 유래했으며, 실제로 뗌프라니요는 스페인의 다른 포도 품종보다 수 주일 정도 빨리 익습니다.

뗌프라니요는 색이 깊고 딸기와 자두, 바닐라, 허브, 가죽, 신선한 담뱃잎 등의 향이 풍기는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에선 뗌프라니요를 90~100%가량 사용한 최고급 와인을 만들고, 리오하에선 뗌프라니요에 마주엘로(Mazuelo)와 그라시아노(Graciano)를 섞은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발데페냐스와 라 만차, 소몬타노(Somontano) 등지에선 오크통에서 숙성하지 않은 과일 향이 진한 와인을 만들죠. 꼬모 그란 콜렉시온 역시 과일 향이 풍부하고 오크 향은 강하지 않은 와인입니다. 물론 값비싼 오크통에서 숙성하기엔 너무 저렴한 와인이라서 오크 칩을 살짝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꼬모 그란 콜렉시온은 기존의 꼬모 와인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와인 라벨에 나온 "COMO"의 설명이 'Convenient Moment'이 아니라 'Cosmopolitan Moments(세계적인 순간)'로 되어있는 것이죠. 라벨 디자인할 때 실수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관련 내용이 나오질 않네요.

 

3. 와인의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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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붉은 과일 향이 풍부합니다. 딸기와 레드 체리, 레드 커런트 등의 향을 풍기죠. 은은한 나무와 허브, 희미한 견과류 향도 나옵니다. 과일과 나무 향 중심으로 단조롭지만 깨끗하고 향긋합니다. 나중엔 붉은 과일 향이 점점 진해져서 말린 과일 향까지 올라옵니다.

조금 가볍고 묽지만, 구조가 허술하진 않습니다. 9,900원이란 가격을 생각하면 좋은 편이네요. 부드러운 탄닌은 마신 후에 아주 얇게 떫은맛을 남깁니다.

드라이하면서 붉은 과일 풍미가 주로 나옵니다. 탄닌과 함께 나무 풍미도 느껴지고, 그을린 나무 맛도 조금 있습니다. 산도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과일 풍미를 살릴 만큼은 있습니다. 향처럼 맛도 단조롭지만 과일과 나무, 연기 등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고, 알코올도 와인에 알맞게 힘을 줄 뿐 튀지 않습니다.

여운은 길지 않고 평범합니다. 그래도 불쾌한 뒷맛 없이 깔끔한 편입니다.

부드러운 탄닌과 알맞은 붉은 과일의 산미, 13%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기억에 남을 맛은 아니라도 와인 이름처럼 편안하며 여러 음식에 두루 어울릴 맛이네요. 1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아주 좋습니다. 가성비 좋은 데일리 와인으로 와인만 마시기보다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꼬모와 미트 소스 파스타

미트 소스 파스타와 피자부터 그릴에 구운 닭고기와 삼겹살, 족발, 차돌박이 같은 소고기 요리까지 다양한 육류와 잘 어울릴 맛입니다. 채소를 듬뿍 넣은 순대볶음도 좋은 파트너가 될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24년 7월 13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보데가스 페르난도 카스트로 홈페이지

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