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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고지대에서 탄생한 맛있는 레드 와인 - Bodega Valdrinal Tradicion Crianza 2018

까브드맹 2024. 1. 16. 06:00

Bodega Valdrinal Tradicion Crianza 2018

2만 원대의 가격에 그 이상의 맛과 향을 가진 보데가 발드리날 드라디시옹 크리안자(Bodega Valdrinal Tradición Crianza) 2018은 DO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재배한 뗌프라니요(Tempranill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DO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

스페인 북부의 고원 지대에 있는 DO 리베라 델 두에로는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e and León)의 자치 지역에 속한 고급 와인 생산지 11개 중 하나입니다. 두에로강(Duero river) 북쪽을 따라 이어진 지역이라서 "두에로강의 강변(Ribera)"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리베라 델 두에로에선 대체로 평탄하고 바위가 많은 포도밭에서 재배한 띤토 피노(Tinto Fino), 즉 뗌프라니요로 레드 와인을 만듭니다. 국제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말벡(Malbec), 메를로(Merlot)로 와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뗌프라니요 100%로 생산하죠. 청포도인 알비요(Albillo)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도 소량 나오지만,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소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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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와인 등급 체계인 DOP(Denominación de Origen Protegida, 원산지 보호 명칭)에서 가장 높은 등급은 DOCa(denominación de origen calificada, 조건을 갖춘 원산지 명칭)입니다. 1991년에 유명한 리오하(Rioja)가 첫 DOCa로 지정되었고, 2003년에 프리오랏(Priorat)이 뒤를 이었죠. 카탈루냐 지방에 속한 프리오랏은 DOCa 대신 카탈루냐어를 써서 DOQ(Denominació d'Origen Qualificada)라고 표시합니다.

리베라 델 두에로는 세 번째 DOCa의 후보지로 손꼽히는 지역입니다. 실제로 2008년에 스페인의 와인 규정 감독 기관인 꼰세호 레굴라도르(Consejo Regulador)가 리베라 델 두에로를 DOCa로 지정하려 한다는 풍문이 있었죠. 그러나 도미니오 데 핀구스(Dominio de Pingus) 사의 피터 시섹(Peter Sisseck) 대표가 “와인을 파는데 까다로운 규정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라고 불만을 표시했고, 파고스 델 인판테(Pagos del Infante) 사의 알레한드로 모야노스(Alejandro Moyano)도 “세계 시장 전략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지만, 와인이 표준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된다. 우리는 와인 생산에 있어 최소한의 규정만 있으면 되고 보다 큰 자율성이 중요하다.”라면서 반대했었고, 리베라 델 두에로의 DOCa 승격 이야기도 근거 없는 이야기로 판명되었습니다.

리베라 델 두에로는 여전히 다른 스페인 와인 생산지처럼 DO(Denominación de Origin, 원산지 명칭) 등급으로 남아있지만, 리베라 델 두에로가 뛰어난 와인 생산지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4대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 온 보데가 발드리날(Bodega Valdrinal)은 고품질 와인의 소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와이너리입니다.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알데오르노(Aldehorno)와 푸엔테네브로(Fuentenebro), 모라디요 데 로아(Moradillo de Roa)에 포도밭이 있죠. 해발 910m~1,050m의 포도밭은 자갈이 많은 석회암 토양이어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 좋습니다. 이곳에서 보데가 발드리날은

• 발드리날(Valdrinal) 24

• 발드리날 트라디시옹 크리안자

• 발드리날 엔트레가 로블(Valdrinal Entrega Roble)

• 발드리날(Valdrinal) SQR

• 퀸(Quin)Q

• 발드리날 로제(Valdrinal Rosé)

를 생산합니다. 또한 DO 루에다(Rueda)의 베르데호(Verdejo) 포도로 화이트 와인인

• 발드리날 데 산타마리아(Valdrinal de Santamaría)

를 생산하죠.

보데가 발드리날의 와인 라벨에 나온 손은 현재의 소유주인 다빗 꾸에야(David Cuellar)와 그의 할아버지의 손으로 대대로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 합니다.

트라디시옹 크리안자 2018은 손으로 수확한 뗌프라니요만 사용해서 만들었고, 알코올 발효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2개월 동안 숙성했습니다. 오크 숙성이 끝난 후엔 병에 담아 다시 12개월 이상 숙성해서 최소 2년 뒤에 출시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퍼플색으로 흙과 나무 기름 향이 먼저 나오고 연한 검은 과일 향이 이어집니다. 가죽과 코코아, 모카 향이 퍼지다가 차츰 서양 자두와 말린 체리, 고소한 견과류, 초콜릿 향이 올라옵니다.

부드럽고 매끄럽습니다. 마신 후엔 탄닌이 잔잔하게 떫은맛을 남기네요. 순하지만 허술하지 않고 단단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더욱 매끄러워집니다.

드라이한 맛과 검은 과일의 산미가 그을린 나무 풍미와 함께 은은하게 어우러집니다. 블랙베리와 매끈한 나무, 육두구, 허브, 코코아, 약간의 흙 풍미가 나옵니다. 강하지만 너무 튀지 않고 우아하고 매끈하게 이어지는 맛이 훌륭하네요. 높은 알코올 도수는 강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힘을 줍니다. 마신 후엔 매끄러운 나무 느낌과 검은 과일 풍미가 길게 남습니다.

매끄러운 탄닌과 검은 과일의 풍부한 산미, 14.5%의 알코올이 멋지게 균형을 이루고, 미끈한 나무 느낌에 과일과 허브, 건조한 흙 등의 다양한 풍미가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90점을 줬고, 개인적인 평가는 B+에 가까운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12월 16일 시음했습니다.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DO 리베라 델 두에로 항목

2. 보데가 발드리날 홈페이지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