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체(Trapiche)의 오크 캐스크 까베르네 소비뇽(Oak Cask Cabernet Sauvignon) 2010은 아르헨티나 서부의 멘도사(Mendoza)주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트라피체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주요한 와인 생산지인 멘도사주에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1883년에 설립되었고 멘도사 일대에 7개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죠. <국제 와인 & 증류주 경연대회(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Competition)>에서 두 차례나 "올해의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자"로 뽑힐 만큼 뛰어난 양조 실력을 갖췄고,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와인 그룹인 그루포 페냐플로르(Grupo Peñaflor)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다른 아르헨티나 와인처럼 트라피체 와인도 가격이 비싼 편은 아닙니다. 가장 비싼 와인은 말벡(Malbec)과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섞어서 만드는 이스까이(Iscay)로 가격은 10만 원대 초반입니다. 나머지 와인은 대부분 10만 원 이하죠. 그러나 가격에 비해 맛과 향이 좋고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잘 맞습니다.
2. 와인과 와인 양조
트라피체의 오크 캐스크(Oak Cask) 와인은 최초로 세계적인 인정을 아르헨티나 와인입니다. 해발 76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며, 오크 캐스크란 이름처럼 큰 오크통에서 9개월 이상 숙성합니다. 트라피체 오크 캐스크 와인은 말벡을 비롯하여 총 7종이 생산되며, 국내에는 오크 캐스크 말벡, 오크 캐스크 까베르네 소비뇽, 오크 캐스크 샤르도네의 세 종류가 들어왔습니다. 세 포도 모두 오크와 친화력이 좋은 품종입니다.
오크 캐스크 까베르네 소비뇽은 멘도사에서 수확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알코올 발효한 후 프랑스와 미국산 오크 캐스크에서 12개월 동안 숙성했습니다.
3. 와인 시음기
매우 진하며 테두리는 퍼플색입니다.
신선한 검은 과일 향을 풍기지만 농익은 느낌은 아닙니다. 덜 마른 나무와 오크 향도 나옵니다. 향이 점점 부드러워지다가 볶은 견과류 향이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달콤한 향신료 향도 조금 풍깁니다.
첫맛엔 진하고 부드럽지만, 마신 후에 조금 지나면 떫은맛이 납니다. 강하고 풍부한 탄닌이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아직 어린 느낌이 강해서 더 숙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30분 정도 지나면 떫은맛이 많이 가시고 상당히 부드러워집니다.
드라이하며 씁쓸합니다. 완전히 익지 않은 포도로 만들거나 양조할 때 포도 줄기가 섞이면 흔히 나오는 그런 풍미입니다. 아니면 병 숙성 기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죠. 산도는 중간 정도이고 조금 거칩니다. 검은 과일 풍미가 강해서 살짝 단 느낌도 있습니다. 차츰 부드러운 맛과 과일 풍미가 강해지고 씁쓸한 맛과 나무 풍미는 줄어드니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여운은 제법 길지만 단편적이고 인상적이지도 않습니다.
탄닌과 산도, 알코올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으나 단지 그것뿐입니다. 단순하고 마시기 편한 테이블 와인이랄 수 있죠. 직설적이고 단순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와인으로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을 지닌 요리보다 단순하고 풍미가 강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함께 할 음식으로 불에 구운 소고기와 양고기, 소와 양고기 꼬치구이, 곱창 같은 내장 요리, 숙성 치즈 등을 추천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5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