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고집쟁이 농부의 손길에서 태어난 최고의 꼬또 부르기뇽 - Domaine S.C. Guillard Coteaux Bourguignons 2013

까브드맹 2021. 7. 25. 18:35

도멘 S.C 기야르 꼬또 부르기뇽 2013

도멘 S.C. 기야르(Domaine S.C. Guillard)의 꼬또 부르기뇽(Coteaux Bourguignons) 2013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로 만든 AOC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가메(Gamay) 100%라는 자료도 있습니다).

1. 꼬또 부르기뇽

"부르고뉴 언덕들(Burgundian hills)"이란 뜻의 꼬또 부르기뇽(Coteaux Bourguignons)은 부르고뉴에서 재배한 포도를 자유롭게 혼합해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레드와 화이트, 로제 와인이 있죠.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와 가메를 주로 사용하며, 샤블리 마을이 있는 북부의 욘(Yonne) 지역에선 세자르(César)와 트레소(Trésor)라는 낯선 포도를 넣기도 하죠.

부르고뉴에서도 피노 누아로 만드는 부르고뉴 AOC 레드 와인은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기엔 가격이 부담스럽습니다. 유명한 생산자의 와인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부르고뉴 AOC 와인보다 저렴하면서 여러 음식과 잘 어울리는 꼬또 부르기뇽은 데일리 와인으로서 훌륭한 선택이 됩니다.

과거에 꼬또 부르기뇽에 속한 와인은 부르고뉴 그랑 오디네르(Bourgogne Grand Ordinaire), 또는 부르고뉴 오디네르(Bourgogne Grand Ordinaire)라고 불렸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후반기에 꼬또 부르기뇽이란 등급 명칭으로 바뀌었죠.

반응형

 

2. 와인 생산자

쥬브레-샹베르땅(Gevrey-Chambertin) 마을에서 총면적이 5헥타르도 안 되는 작은 밭을 고집스레 가꾸며 와인을 만드는 농부 겸 와인 생산자가 있습니다. 도멘 S.C 기야르(Domaine S.C. Guillard)의 오너인 미쉘 기야르(Michel Guillard)이죠. 도멘 S.C 기야르의 창립자는 미쉘이 아닙니다. 그의 외할머니인 잔느 리요네(Jeanne Lyonnet)가 설립했죠. 1882년에 태어난 잔느 할머니는 쥬브레 마을에서 잡역부로 일하다가 1909년에 오귀스트(Auguste)와 결혼했습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오귀스트는 프랑스군에 입대했고, 집에 남은 그녀는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1913년 처음 포도밭을 사게 되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무사히 돌아온 오귀스트도 쥬브레 마을에 있는 여러 도멘에서 노동자로 일했습니다. 부부는 착실히 돈을 모아서 1937년에 1등급 포도밭인 "까마귀(Les Corbeaux)"의 일부를 구매했고, 1958년에 외동딸과 사위에게 도멘을 물려줬죠. 도멘을 상속받은 외동딸과 사위 앙드레 기야르(André Guillard)는 도멘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와이너리에서도 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앙드레는 끌로 드 베제(Clos de Beze)로 유명한 삐에르 다무아(Pierre Damoy)의 양조팀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앙드레의 아들인 미쉘도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자연스레 와인 양조에 참여했습니다. 1979년 앙드레가 은퇴하면서 미쉘은 여동생인 오데트(Odette)와 함께 도멘 경영과 와인 양조를 맡게 되었죠.

 

 

작은 밭에서 오로지 와인 생산에 열중해서 그런지 미쉘은 도멘의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으며 페이스북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양조장에 컴퓨터가 아예 없다고 합니다. 팩스가 있긴 하지만 밭일이 바빠서 종이 넣는 것을 잊기라도 하면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신의 물방울" 10권에 쥬브레 샹베르땅 비에이 비뉴 '오 꼬르베스'(Gevrey Chambertin Vieilles Vignes 'Aux Corvées) 2001이 등장하면서 일본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알려졌죠.

현재 도멘 S.C 기야르는 쥬브레-샹베르땅 마을의 1등급 포도밭인 레 코르보(Corbeaux)와 푸아세노(Poissenots), 라보 생 자퀴(Lavaux St. Jacques), 일반 포도밭인 레니아르(Reniard), 오 꼬르베스(Aux Corvees), 라 플라티에르(La Platiere)의 일부 구획에서 와인을 생산하며, 포도의 수령은 40~70년 정도 됩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2013 빈티지의 꼬또 부르기뇽인데도 의의로 진한 루비색입니다. 산딸기와 검붉은 체리 같은 베리류 과일의 향이 은은한 나무와 흙 향과 어우러져 편안하고 향긋한 느낌을 줍니다. 잘 숙성한 부르고뉴 레드 와인에서 올라오는 향이 퍼지네요.

매우 잘 익은 탄닌이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구조와 힘은 충실하네요. 드라이하면서 검붉은 과일의 산미가 넉넉하고, 과일 풍미와 나무, 흙 등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어 편안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튀지 않는 알코올도 와인에 적당한 기운을 불어넣네요. 여운에선 과일과 흙, 기타 숙성 풍미가 편안하게 남습니다.

 

 

풍성한 검붉은 과일의 산미, 잘 익어서 부드러운 솜 같은 탄닌, 우아한 기운을 전달하는 13%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룬 맛과 향은 마시는 사람을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이끕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꼬또 부르기뇽 와인을 마셔봤지만, 이만한 꼬또 부르기뇽은 없었습니다. 편안하면서 맛과 향이 깊고, 가격도 저렴한 부르고뉴 레드 와인을 찾는 분이라면 만족할 겁니다.

부드럽게 익힌 소고기 스테이크와 로스트비프, 오리 스테이크, 고기 스튜, 뵈프 부르기뇽과 너무 짜지 않은 갈비찜, 맵지 않은 닭고기 요리, 참치 붉은 살, 고추 잡채 같은 중식, 소고기 수육, 가벼운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7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