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엔다 비니콜라 파리나(Azienda Vinicola Farina, 파리나 와인회사)의 파리나 소아베 클라시코(Farina Soave Classico) 2018은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토(Veneto)주에 있는 소아베(Soave) DOC에서 재배한 가르가네가(Garganega) 포도 85%에 트레비아노 디 소아베(Trebbiano di Soave)와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15%를 넣어서 만든 DOC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소아베
소아베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토주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최고의 식전주(食前酒)로 평가받으면서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버린 와인이기도 하죠.
"Soave"라는 단어에는 "부드럽게, 사랑스럽게, 상냥하게"라는 뜻이 있습니다. 13세기에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쓴 이탈리아의 위대한 시인 단테가 소아베의 부드러움에 매료되어 'Soave(부드러워)’라고 칭송했고, 그래서 소아베란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죠. 마냥 상냥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소아베 와인이 많이 있긴 합니다.
20세기 초의 이탈리아 시인인 가브리엘레 단눈치오(Gabrielle d'Annunzio)는
이 와인은 젊음과 사랑의 와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점차 신중해지고 사려 깊어진 나에게 더는 어울리는 와인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 화려한 과거에 대한 찬미로 이 와인을 마신다. 이 와인이 나에게 다시 젊음을 돌려주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다시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라며 소아베를 젊음과 사랑의 와인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아지엔다 비니콜라 파리나는 베로나 시 북쪽의 발폴리첼라(Valpolicella) 마을에 있습니다. 인근에는 토마시(Tommasi)나 스페리(Speri) 같은 쟁쟁한 와이너리들이 있죠.
이들 와이너리처럼 파리나에서도 레드 와인인 발폴리첼라와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를 생산합니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루가나(Lugana) DOC와 쿠스토자(Custoza) DOC, 그리고 소아베 끌라시코 DOC를 만듭니다.
소아베 끌라시코 DOC는 이 지역의 전통 청포도인 가르가네가를 주로 사용해서 풍부한 향과 성숙한 느낌을 줬고, 트레비아노 디 소아베와 피노 비앙코를 소량 섞어서 매력적인 맛을 더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했고, 병에 담아서 숙성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레몬색입니다. 레몬과 속살이 노랗게 익은 부사 사과 같은 과일과 애플민트 같은 허브 향이 나옵니다. 길거리의 이팝나무 같은 흰꽃 향에 나무 새순을 비빌 때 나오는 향긋하고 매콤한 향이 살짝 올라오네요.
부드럽고 탄탄하면서 소아베 와인으로서는 제법 무게가 있습니다. 잘 짜인 구조는 치밀합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노란 사과의 맛있는 산미가 풍부합니다. 사과 풍미에 라임과 미네랄 느낌도 조금 나오네요. 향처럼 애플민트 같은 허브 풍미도 있습니다. 힘은 너무 강하거나 약하지 않고 은은하면서 힘찹니다. 부드럽고 진하며 은근한 감칠맛이 돕니다. 여운은 길고 미네랄과 은은한 허브, 사과의 산미가 이어집니다.
맛있게 잘 익은 훌륭한 산미가 풍성하고, 12.5% 밖에 안되지만 힘찬 느낌을 주는 알코올이 멋진 균형을 이룹니다. 과일과 허브, 미네랄의 알맞은 조화가 뛰어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메로처럼 기름진 흰 살 생선구이와 화이트소스를 사용한 농어, 연어 스테이크, 굽거나 찐 조개요리, 닭튀김과 닭고기 구이,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 리코타처럼 가벼운 치즈를 사용한 샐러드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6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