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드 까즈뇌브 블랑(Chateau de Cazeneuve Blanc) 2015는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의 꼬또 뒤 랑그독(Coteaux du Languedoc) AOC에서 재배한 루산느(Roussanne) 50%에 그르나슈(Grenache) 30%, 비오니에(Viognier) 10%, 베르멘티노(Vermentino) 5%, 뮈스카(Muscat) 5%를 넣어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랑그독-루씨용(Languedoc-Roussillon)에는 와인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프랑스 남부의 랑그독-루씨용 지역은 엄청난 양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포도밭 면적이 283,287 헥타르에 달해서 단일 와인 생산지로 세계에서 가장 크며,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와인 생산량보다 더 많은 와인을 생산했죠.
랑그독-루씨용 지역이 이렇게 와인을 많이 생산하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 지역의 떼루아가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지중해성 기후 지대로 5월에서 8월까지 비가 거의 안 내리고, 겨울에도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 유럽종 포도를 재배하기 좋습니다. 백악 연토질 석회암, 석회석, 자갈이 섞인 토양은 유럽종 포도 재배에 최적입니다. 게다가 평지는 덥고 건조하지만, 남서쪽의 피레네 산맥 일대는 고도가 높고 협곡이 많아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포도 종류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이 나오기도 합니다.
둘째, 필록세라(Phylloxera)가 전 유럽의 포도밭을 황폐하게 만들었을 때 이탈리아 남부와 함께 필록세라의 피해를 벗어난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의 와인 공장 역할을 했고, 당시 만들어진 와인 산업 형태가 아직까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AOC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면서 자연환경이 좋다 보니 다른 지역의 와인 생산자가 많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2013년에 상영된 "랑그독의 테루아 신봉자들(Les Terroiristes du Languedoc)"는 랑그독-루시용 지역의 성공한 와인 생산자 12명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영화에 소개된 12명 중 다섯 명은 랑그독 지방 출신이 아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었죠. 그만큼 많은 외지의 와인 생산자들이 랑그독-루씨용의 와인 생산 환경에 반해서 이곳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랑그독 지역의 픽 쌩 룹(Pic Saint Loup) 산지에 있는 샤토 드 까즈뇌브는 “픽 생 룹 지방 심장부에 위치한 최고 품질 와인 생산자.”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9세기에 건축된 포도원과 건물이 있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이기도 하죠. 지금의 오너인 앙드레 레나(André Leenhardt) 가문은 1987년부터 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픽 쌩 룹 정상의 돌산을 등진 천혜의 떼루아를 바탕으로 약 35 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 드 까즈뇌브는 앞서 말씀드린 "랑그독의 테루아 신봉자들"에 나온 12개 와이너리 중 하나이며, 랑그독 지역의 다양한 특징을 가진 떼루아를 잘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하는데 주력합니다.
샤토 드 까즈뇌브 블랑 2015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다섯 종의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알코올 발효 후에 와인의 절반은 중간중간 이스트 찌꺼기를 저어주면서(bâtonnages) 오크통에서 10개월간 숙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숙성한 다음 섞어서 병에 담았죠.
3. 와인의 맛과 향
진한 금색입니다. 구운 나무 향과 함께 은은한 식물성 기름 냄새가 나옵니다. 더 지나면 바게트, 혹은 버터 넣은 빵 같은 향긋하고 구수한 향이 올라오고 덜 익은 바나나 같은 과일 향도 풍깁니다.
진하고 매끄럽습니다. 묵직하지만 느끼한 맛은 거의 없고 살짝 탄산 기운이 있습니다. 처음엔 구조가 엉성한 듯 하지만 점점 튼실해집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노란 과일의 산미가 은근히 강합니다. 과일이 아닌 알코올의 은은한 단맛이 좋고, 나무와 식물성 풍미가 훌륭합니다. 서양배와 멜론 풍미가 살짝 나오지만, 흰 나무와 흰 채소, 섬세한 빵 풍미가 주로 나옵니다. 힘이 좋고 은은한 맛이 있습니다. 여운의 길이는 조금 아쉽지만, 깔끔하고 깨끗하게 떨어지는 맛이 나네요.
노란 과일 느낌이 나는 산미가 부드럽고 깔끔하며, 여기에 13.5%의 알코올이 적당한 힘으로 균형을 이룹니다. 강렬한 느낌보다 싫증 나지 않는 은은한 맛이 이어지는 와인이군요.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흰살생선 스테이크와 생선구이, 전가복처럼 맵지 않은 해물요리, 닭고기 샐러드, 닭고기와 돼지고기 요리, 크림소스 파스타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6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