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규정

[규정] 신세계 와인의 품종 표시에 관하여

까브드맹 2020. 1. 30. 17:19

신세계 와인들

1. 신세계 와인의 레이블 표시

미국과 칠레, 호주 같은 신세계 와인의 레이블을 보면 Cabernet Sauvignon, Merlot, Chardonnay 등의 포도 품종 이름이 적힌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포도 품종이 쓰여 있는 와인은 대부분 레이블에 적힌 포도 품종으로 만든 것이죠. 하지만 레이블에 적힌 포도만 100% 사용하진 않습니다. 때때로 다른 포도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쉐이퍼 메를로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쉐이퍼 메를로(Shafer Merlot)는 레이블에 "Merlot"라고 표시되었지만, 사실은 까베르네 소비뇽과 말벡(Malbec)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빈티지에 따라 혼합 비율도 다르죠.

◯ 쉐이퍼 메를로 2009 빈티지 : 메를로 92%, 까베르네 소비뇽 7%, 말벡 1%

◯ 쉐이터 메를로 2010 빈티지 : 메를로 84%, 까베르네 소비뇽 10%, 말벡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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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도를 섞는 이유는 당연히 각 품종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와인 맛과 품질을 높이려는 것이지만, 어째서 "블렌디드 와인(Blended Wine)"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특정한 포도 품종 이름을 넣는 것일까요? 그것은 뉴월드에 속한 와인 생산국의 관계 법령 때문입니다.

2. 국가별 품종 표시 기준

호주 외인 법에 따르면 레이블에 포도 품종을 표시하려면 표시한 품종을 최소 80% 이상 넣으면 됩니다. 따라서 나머지 20%에는 다른 품종을 써도 되죠. 두 종류 이상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사용한 포도를 전부 표시하고 싶으면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레이블에 적으면 됩니다.

랜드하우스 무흐베드르 그르나슈 쉬라즈

예를 들어 랜드하우스(Landhaus)에서 나오는 랜드하우스 무흐베드르 그르나슈 쉬라즈(Landhaus Mourvedre Grenache Shiraz)는 무흐베드르 45%, 그르나슈 37%, 쉬라즈 18%의 비율로 혼합한 와인으로 레이블에 많이 사용한 포도부터 차례로 이름이 적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칠레에서는 포도 품종 하나를 75% 이상 사용하면 그 품종명을 레이블에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 생산자들은 대부분 유럽 와인 법의 기준인 85%에 맞춰서 포도를 사용하고 품종명을 레이블에 넣죠.

코노 수르 버라이어탈 까르메네르

이런 기준에 따라 코노 수르(Cono Sur) 와이너리의 버라이어탈 까르메네르(Varietal Carmenere) 와인도 실제로는 까르메네르 85%, 까베르네 소비뇽 8%, 시라(Syrah) 3%, 말벡 2%, 까리냥(Carignan) 1%, 알리깐테 부쉐(Alicante Bouschet) 1%를 넣어서 만들지만, 레이블엔 "Carmenere"만 적을 수 있는 겁니다.

미국도 위의 두 국가와 사정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와인을 생산하는 주에 따라 기준이 조금씩 다르죠. 오레곤에서는 90% 이상 사용해야 품종 이름을 표시할 수 있지만, 워싱턴주는 85%, 캘리포니아와 다른 주에서는 75% 이상만 사용하면 품종 이름을 적을 수 있습니다. 위의 쉐이퍼 역시 다른 포도가 섞여 있지만, 메를로가 75% 이상 들어갔으므로 레이블에 "Merlot"라고 쓸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신세계 와인은 각국의 외인 법에 따라 레이블에 적힌 포도를 100% 사용하지 않아도 포도 품종 이름을 표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따라서 레이블에 표시되지 않은 포도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맛있으면 그만인 것이죠.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