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이)만원의 행복' 시음회 - 부르고뉴 레드 와인 3개 도멘편

까브드맹 2010. 3. 4. 17:22

1. 시음회 풍경

지난 2월 25일에 잠실 레벵(Les Vins)에서 모처럼 열리는 "만원의 행복 시음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참석을 못했다가 이번엔 시간이 맞아서 참석하게 되었죠. 그런데, 가격이 상당한 부르고뉴 와인이라 그랬는지 이날만큼은 회비가 만원이 아니라 '2'만원으로 상승. 그래도 이 정도 가격에 고가의 부르고뉴 와인을 6종이나 시음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는 꿈에서라도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시간에 늦지 않게 출발하여 시음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시음 와인의 모습들

오픈된 체로 시음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와인들. 같은 종류로 2병씩, 총 6종 12병의 와인들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시음용 와인 글라스

1인당 잔이 세 개씩 준비된 잔. 와인이 6종이니까 6잔이 준비되어야 비교 시음하기도 좋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대만족! 와인엑스포 같은데서는 잔 하나로 수십 종류의 와인을 시음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주 넉넉한 숫자지요. 그리고 불참자가 발생하자 점장님의 배려로 나중에 잔 하나를 추가로 받았답니다.

시음용 빵

안주 겸 저녁 겸으로 나온 빵들. 시음회 상황을 트위터로 올렸는데 빵에 대한 얘기를 올리자

"흠... 빵을 안주로요??"

이런 반응을 하시더군요. 술안주로 빵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음주 문화로서는 상상하기 쉽지는 않은 일이니 당연한 반응일 겁니다. 그래서 저의 트윗.

"와인 시음에는 빵이 참 좋습니다. 되도록 단 맛이 안 들어간 밋밋한 빵은 와인과 잘 어울리면서 입안을 깨끗이 닦아주기 때문에 먼저 마신 와인의 향에 나중에 마신 와인이 덜 영향을 받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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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막걸리와 커피 시음에도 빵을 좀 써먹어볼까요?"

이런 트윗이 와서 오고 간 트윗.

"막걸리에는 빵보다는 절편 같은 떡이 좋지 않을까요?"

"네 안 그래도 @님과 떡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건포도 안 들어간 백설기를 주사위 크기로 썰어서요.. RT @CavedeMaeng 막걸리에는 빵보다는 절편 같은 떡이 좋지 않을까요?"

호홍... 막걸리 시음에 백설기를 안주로 곁들이는 것도 꽤 괜찮다고 봅니다. 나중에 막걸리 시음회에서 떡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부르고뉴 지도

시음회 자료. 부르고뉴 지방의 꼬뜨 드 뉘와 꼬뜨 드 본 지역의 지도가 첫 장에 나와있습니다. 와인 공부를 하다 보면 지겹도록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항상 눈여겨보게 되는 지도지요.

 

 

2. 시음 와인

이날 시음했던 와인 6종을 도멘 별로 정리해 보면

● 도멘 장 쇼브네 본 로마네(Domaine Jean Chauvenet Vosne-Romanee) 2006

● 도멘 장 쇼브네 뉘 생 죠르주 프르미에 크뤼 레 다모드(Domaine Jean Chauvenet Nuits-St-Georges 1er Cru Les Damodes) 2006

● 도멘 죠르주 리니에르 모레 생 드니(Domaine Geoeges Lignier Morey-St-Denis) 2006

● 도멘 죠르주 리니에르 끌로 생드니 그랑 크뤼(Domaine Geoeges Lignier Clos St-Denis Grand Cru) 2003

● 도멘 비뚜제 프리외르 볼네 프르미에 크뤼 따이피에(Domaine Bitouzet-Prieur Volnay 1er Cru Taillepieds) 1999

● 도멘 비뚜제 프리외르 볼네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쉔느(Domaine Bitouzet-Prieur Volnay 1er Cru Clos des Chenes) 1994

요렇게 총 6종이었고, 시음 순서도 위의 순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1. 도멘 장 쇼브네 본 로마네 2006.

Domaine Jean Chauvenet Vosne-Romanee 2006

본 로마네는 최고가의 와인인 로마네 꽁띠(Romanee-Conti)를 비롯하여 라 타쉐(La Tache), 리셰부르(Richebourg) 등의 쟁쟁한 와인들이 나오는 마을이지요. 이 와인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위의 와인들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헐값(?)입니다. 하지만 맛은 전혀 헐값이 아니었습니다.

Domaine Jean Chauvenet Vosne-Romanee 2006의 색

색이 반짝반짝... 참 맑고 깨끗하죠? 보르도 와인들이 짙은 보라색이나 벽돌색을 띠며 한치도 안 들여다 보이는데 반해 부르고뉴 와인들은 투명하고 깨끗한 루비빛을 보여줍니다. 2006년이라 아직은 한참 이른 느낌. 가늘고 탄탄한 근육을 가진 혈기방장한 애송이(?)랄까? 아직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몇 년 뒤에 마신다면 훨씬 좋은 맛과 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도멘 쟝 쇼브네 뉘-생-죠르주 프르미에 크뤼 레 다모드 2006

Domaine Jean Chauvenet Nuits-St-Georges 1er Cru Les Damodes 2006

뭔가 정향 같은 향신료의 그윽한 냄새가 나고 침샘을 자극하는 적절한 산도가 아주 좋네요. 첫 번째 와인이 애송이 청년이라면 이쪽은 생기발랄한 아가씨.

 

 

3. 도멘 죠르주 리니에르 모레 생드니 2006

Domaine Geoeges Lignier Morey-St-Denis 2006

첫 번째 와인인 도멘 장 쇼브네 본 로마네 2006과 색상을 비교해 봤습니다.

Domaine Jean Chauvenet Vosne-Romanee 2006와 Domaine Geoeges Lignier Morey-St-Denis 2006의 색 비교

도멘 죠르주 리니에르 모레 생드니가 더 양이 많은데도 훨씬 연한 색이군요. 매우 섬세하고 부드럽습니다.

4. 도멘 죠르주 리니에르 끌로 생드니 그랑 크뤼 2003

Domaine Geoeges Lignier Clos St-Denis Grand Cru 2003

마치 잘 제련된 얇은 강철 단도, 다마스쿠스 검 같은 느낌이에요. 2시간 정도 디캔팅을 거쳤음에도 이제 막 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백지에 비춰본 Domaine Geoeges Lignier Clos St-Denis Grand Cru 2003의 색

백지에 비춰본 와인 빛깔. 마치 불꽃처럼 일렁이는군요.

 

 

5. 도멘 비뚜제 프리외르 볼네 프르미에 크뤼 "따이피에" 1999

Domaine Bitouzet-Prieur Volnay 1er Cru Taillepieds 1999

얌전하고 부드러운 맛, 그리고 향긋한 체리향. 새색시 같은 와인이더군요.

6. 도멘 비뚜제 프리외르 볼네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쉔느" 1994

Domaine Bitouzet-Prieur Volnay 1er Cru Clos des Chenes 1994

어쩐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시골의 가을 하늘이 떠오르는 맛과 향이었습니다. 가을에 맡을 수 있는 어딘가 스산하면서 쓸쓸한 공기 내음...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는 향이더군요.

 

 

이렇게 해서 총 여섯 종의 부르고뉴 레드 와인을 맛보았습니다. 다 시음하고 난 후의 느낌은 모두 같은 종류의 포도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확연히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도멘일 경우에도 밭에 따른 와인의 차이는 확연하더군요. 부르고뉴 와인에서 왜 그토록 떼루아가 중요시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마신 와인과 도멘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한 가지 공통된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것은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포도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었습니다. 포도를 둘러싼 떼루아를 존중하고 떼루아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부르고뉴 지역의 재배농법과 철학을 느낄 수 있었던 시음회였습니다.

피노 누아는 너무 섬세하기 때문에 손을 덜 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Cristophe Dr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