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 체사레(Pio Cesare)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DOCG 2011은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주의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 재배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DOCG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피오 체사레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양조업체 중 하나인 피오 체사레는 현재 소유주인 피오 보파(Pio Boffa)의 증조부인 체사레 피오(Cesare Pio)가 1881년에 설립했습니다. 체사레 피오의 아들은 쥬세페 피오(Giuseppe Pio)는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받아 양조장과 판매망을 확대하고, 피오 체사레 와인이 지역 와인 생산자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도록 했죠.
1940년에 쥬세페 피오의 외동딸인 로지(Rosy)가 쥬세페 보파(Giuseppe Boffa)와 결혼했습니다. 밀라노에서 큰 공장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였던 쥬세페였지만, 결혼 후에 밀라노를 떠나 피오 체사레 와이너리에서 일하기로 하죠. 그의 노력으로 피오 체사레는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명성을 쌓았고,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이너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현재 소유주는 창업자 피오 체사레의 증손자입니다.
피오 체사레는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바롤로 와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개량해서 세계 곳곳에 이름을 널리 떨쳤습니다. 근대적인 와인 제조 철학을 와인에 담아내지만, 항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죠. 와인에 복잡미묘한 맛과 지속성을 담아내려고 피오 체사레는 회사의 여러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혼합해서 와인을 만듭니다. 피오 체사레의 포도밭은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지역의 최적지에 있고 포도밭 면적은 현재 45헥타르에 달합니다.
2. 바르바레스코
바르바레스코는 바롤로(Barolo)와 자매 같은 와인입니다. 바롤로 동북쪽에 있는 이웃 마을인 바르바레스코에서 바롤로와 마찬가지로 네비올로 포도로 만든 와인이기 때문이죠.
두 마을이 서로 가깝고 양조에 쓰는 품종도 같으므로 와인 성격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강건한 바롤로보다 바르바레스코는 조금 더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바롤로를 '왕들의 와인', 바르바레스코를 '여왕들의 와인' 혹은 '귀족들의 와인'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지리적으로 비슷한 곳에 있고 같은 포도를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었는데 성격이 미묘하게 다른 것은 토양의 차이뿐만 아니라, 양조 방식의 차이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롤로가 최소 3년 이상 숙성해야 하고 그중 2년 이상은 오크통에서 숙성해야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지만, 바르바레스코는 최소 2년 이상 숙성하고 그중 1년 이상만 오크통에서 숙성하기만 하면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기간이 더 짧고 그만큼 오크의 탄닌이 적게 들어가므로 바르바레스코는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규정상 바롤로는 알코올이 13% 이상이어야 하지만, 바르바레스코는 12.5% 이상이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죠.
3. 와인의 맛과 향
주변이 석류석 빛을 띱니다. 복숭아와 붉은 자두의 달콤한 향과 부드럽고 고소한 견과류 향이 나타나고, 뒤를 이어 섬세한 라즈베리와 체리 향이 느껴집니다. 시원한 나무 향과 구수한 흙 내음도 피어오릅니다. 나중에는 동물성 향과 버섯, 담배 같은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단단한 느낌으로 굳건한 질감을 지녔습니다. 섬세한 산미와 얇지만 단단한 느낌의 탄닌이 있습니다. 향에선 과일 느낌이 강하지만, 맛에선 나무 느낌이 강하네요. 갈수록 탄닌 느낌은 강해지고 입안에 떫은맛이 많이 깔립니다. 향긋한 과일 풍미와 대조적으로 씁쓸한 맛이 납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 속에 메마른 나무 풍미가 느껴집니다.
섬세하고 훌륭한 산미와 적당한 강도의 알코올, 다양한 풍미의 어울림이 좋습니다. 다만 탄닌이 좀 더 숙성했으면 싶습니다. 아직 마시기엔 조금 이르군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듯합니다.
이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 고기 스튜, 버섯 요리, 버섯을 사용한 피자와 파스타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7년 10월 19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