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 2001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A.O.C 쌩-테밀리옹(Saint-Émilion)에서 재배한 메를로(Merlot)와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를 섞어서 만든 쌩-테밀리옹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Saint-Émilion Premier Grand Cru Classé) A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샤토 슈발 블랑
"하얀 말의 성(White Horse Castle)"이란 뜻을 가진 샤토 슈발 블랑은 보르도 쌩-테밀리옹에서 가장 높은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A 등급의 와인입니다. 쌩-테밀리옹에서 처음 그랑 크뤼 클라쎄 제도가 성립된 후로 단 한 번도 이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을 만큼 뛰어난 와인이죠.
슈발 블랑은 까베르네 프랑과 메를로를 주로 사용하고, 까베르네 소비뇽은 넣지 않는 해가 많습니다. 빈티지에 따라 까베르네 프랑과 메를로 비율의 차이가 큰데, 2001 빈티지는 메를로 비율이 68%로 까베르네 프랑 32%보다 훨씬 높습니다.
로버트 파커는 2001 빈티지에 대해 “과일의 풍미가 있고,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풍부한 산도를 가진 농밀한 역작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파커의 점수는 92-94. 시음 적기는 2010~2030년이라고 합니다. 파커의 견해에 따르면 제 시기에 시음한 셈이죠.
2. 와인의 맛과 향
진한 루비색이지만 테두리엔 살짝 호박빛이 나타납니다. 아주 잘 익은 블랙 체리와 검은 자두,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향이 풍성합니다. 서양 삼나무처럼 우아하고 향긋한 나무 향도 코를 찌릅니다. 여기에 새벽이나 저녁에 숲에서 맡을 수 있는 흙 내음과 지린내가 섞여서 마치 울창한 침엽수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소한 나무 향과 달콤한 검붉은 과일 향이 조화를 이루고, 제비꽃 같은 향긋한 꽃 향도 섞여 있습니다.
마셔보면 살짝 차가운 느낌입니다. 실제 온도가 낮은 건 아니지만, 치밀하고 잘 짜인 구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탄닌은 처음엔 매우 부드럽다가 후반부엔 떫은맛을 입에 강하게 남겨줍니다. 그 후 점차 부드럽고 탄력 있게 바뀌어 갑니다. 탄닌만 놓고 보면 최고의 맛을 느끼기엔 아직 어리다고 봅니다.
부드럽고 훌륭한 산미 속에서 탄닌이 점차 존재를 드러내는 가운데, 검은 과일 풍미와 향나무나 오크 같은 나무 풍미, 흙 풍미 등등이 이어집니다. 입에 남는 탄닌과 나무 풍미, 지린내 등으로 인해 향과 마찬가지로 맛에서도 삼나무 숲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여운은 향과 맛에 비교하면 살짝 아쉽습니다. 원래 그런 것인지 빈티지 차이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여운의 절대적인 길이는 깁니다. 나무와 그을린 냄새, 검은 과일의 자취를 남깁니다.
산미와 적당한 알코올 도수, 다양한 풍미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탄닌이 아직 강하지만 시간문제일 뿐이죠. 멋집니다.
함꼐 먹기 좋은 음식은 섬세하게 조리한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훈제 오리, 그릴에 구운 닭요리, 에담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6년 12월 1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