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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샴페인에 들어가는 세 가지 포도의 역할

까브드맹 2009. 9. 15. 09:26

돔 페리뇽 빈티지 2006 샴페인

1. 샴페인이란?

샴페인(Champagne)은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전통 방식인 메쏘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elle)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의 영어식 이름입니다. 메쏘드 트라디시오넬은 원래 메쏘드 샹파누와즈(Methode Champenoise)라는 명칭이었는데 EU가 1994년에 용어를 변경했죠. 영어로는 트레디션 메써드(Tradition Method)라고 합니다.

원래 샴페인이 아니라 샹파뉴라고 해야 맞지만, 이미 샴페인이라는 명칭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어권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통용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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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샴페인의 조건

와인에 거품이 보골보골 올라온다고 모두 샴페인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샴페인으로 불릴 수 있죠. 그 조건은

● 무조건 프랑스 샹파뉴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 전통적인 제조 방법인 '메쏘드 트라디시오넬'로 만들어야 합니다.

위의 두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달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다른 지역이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지에서 샴페인과 똑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에는 각각 다른 이름이 사용됩니다. 이탈리아의 스푸만떼(Spumante), 스페인의 까바(Cava),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등이 그것이죠. 샹파뉴가 아닌 프랑스의 스파클링 와인은 7개의 지정된 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크레멍(Cremant), 기타 지역에서 3.5~4기압 정도인 것은 뱅 무스(Vin Mousseux), 2기압 이하인 것은 페티앙(Petillant)이라고 부릅니다.

 

 

3. 샹파뉴에서 법적으로 재배가 허용된 포도

1) 피노 누아(Pinot Noir) : 적포도

2)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 적포도

3) 샤르도네(Chardonnay) : 청포도

4) 피노 블랑(Pinot Blanc) : 청포도

5) 쁘띠 메슬리에(Petit Meslier) : 청포도

6) 피노 그리(Pinot Gris) : 청포도

7) 아르반느(Arbanne) : 청포도

이며, 샴페인은 이 포도만 사용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중에 피노 누아, 샤르도네, 피노 므니에가 주로 사용되죠. 피노 블랑과 쁘띠 메슬리에, 피노 그리, 아르반느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샹파뉴 지역 전체의 포도 수확량에서 피노 블랑, 쁘띠 메슬리에, 아르반느의 세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0.02%에 지나지 않을 정도죠.

 

 

피노 누아는 원래 레드 와인을 만드는 적포도 품종답게 샴페인에 힘과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바디와 여운을 강하게 해주며 와인의 뼈대 같은 구실을 하죠.

샤르도네는 샴페인에 신선하고 산뜻하며 우아한 맛과 오랜 기간 숙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산도를 부여해줍니다. 꽃 향과 감귤류의 과일 향이 나오도록 해주며, 가벼운 바디와 섬세한 거품을 만들어줍니다.

피노 므니에는 과일 향과 꽃향기를 넣어주면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두 품종이 조화를 이뤄 섞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피노 므니에가 많이 들어갈수록 마시기 편한 과일 특성이 나타나며, 출시 후 오래되지 않았을 때 즐기기 좋은 와인이 됩니다.

만약에 샴페인 생산자가 힘과 복합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피노 누아를 더 많이 넣을 것이고, 산뜻한 맛에 오랜 기간의 숙성미를 더 하고 싶다면 샤르도네를 더 많이 넣을 것입니다. 또한, 피노 누아를 많이 넣으면 색이 진해지고, 샤르도네를 많이 넣으면 거품의 크기가 작아집니다. 피노 누아, 샤르도네, 피노 므니에의 혼합 비율은 샴페인 하우스의 철학이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달라지는데, 세 품종을 다 섞기도 하지만 피노 누아 + 피노 므니에로 만들거나 샤르도네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샴페인 병에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라고 적혀 있으면 피노 누아 단일 품종이거나 피노 므니에를 함께 넣은 것이고,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이라고 적힌 것은 샤르도네 한 가지로만 만든 것이죠.

샴페인 그롱네 브뤼 블랑 드 누아
(Blanc de Noirs 입니다. 풍부한 과일향과 오랜 여운을 지니고 풀 바디한 것이 많습니다)
프랭크 봉빌 그랑 크뤼 브뤼 블랑 드 블랑
(Blanc de Blancs. 대체로 가볍고 산도가 높으 며, 가벼운 바디와 신선한 감귤류 향, 사과향이 나는 것이 많습니다)

이처럼 세 품종을 다 넣느냐, 아니면 한두 품종만 사용해서 만드냐에 따라 샴페인의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두 가지를 놓고 비교 시음하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미각과 후각이 매우 발달한 분들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겠죠. 그러니 처음부터 Blanc de Noir인지 Blanc de Blanc인지 구분해서 마시기보다 여러 종류의 샴페인을 편안하게 드실 것을 권합니다. 오래 마시다 보면 본인의 입맛에 맞는 샴페인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