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만든 교황의 와인 - Domaine de Marcoux Chateauneuf du Pape Rouge 2008

까브드맹 2014. 1. 31. 06:00

도멘 드 마르쿠 샤토네프 뒤 빠프 루주 2008

1. 샤토네프 뒤 빠프(Chateauneuf du Pape)

프랑스 남부 론(Southern Rhone)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샤토네프 뒤 빠프 AOC의 영역은 북서쪽으로 오랑주(Orange) 인근의 론(Rhone) 강 유역부터 남동쪽으로 아비뇽( Avignon) 근처의 소르그(Sorgues)까지 이어집니다. 고도는 해발 약 120미터, 면적은 약 3,200 헥타르이며 최소한 3개 지역으로 토양과 떼루아가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북쪽과 북동쪽 지역은 진흙으로 된 토양 위를 둥글둥글한 자갈인 갈레(Galets)가 뒤덮고 있습니다. 갈레는 연간 2,800시간에 달할 만큼 일조량이 풍부한 샤토네프 뒤 빠프 지역의 뜨거운 태양열을 낮 동안 머금었다가 밤이 되면 대기 중으로 뿜어냅니다. 그래서 대부분 모래 토양으로 이뤄진 동쪽 지역과 모래와 자갈이 섞인 남쪽 지역보다 포도가 더 빨리 익도록 해주죠. 이 지역에 부는 강풍인 미스트랄(mistral)은 습기를 날려버려 가물고 뜨거운 기후를 더욱 건조하게 만듭니다.

샤토네프 뒤 빠프의 역사와 포도 품종, 와인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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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멘 드 마르쿠(Domaine de Marcoux)

도멘 드 마르쿠는 1344년 샤토네프 뒤 빠프에 정착한 아르메니에르(Armenier) 일가의 와이너리입니다. 샤토네프 뒤 빠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로 오랜 세월 동안 아르메니에르 일가가 도멘 드 마르쿠를 관리하고 경영해 왔죠. 현재는 까트린느와 소피 두 자매가 조부모와 부모의 뒤를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합니다.

여성 와인 메이커는 아직까진 와인 세계에서 소수이지만, 두 자매가 만드는 와인은 굉장히 섬세하고 골격이 좋으며 우아한 것으로 이름 높습니다. 생산하는 와인은 샤토네프 뒤 빠프와 꼬뜨 뒤 론(Cotes du Rhone), 리락(Lirac) 와인인 뀌베 라 로렌틴느(Cuvee la Lorentine)이며, 테이블 와인으로는 래진 드 룹(Raisin de Loup)이 있죠.

포도밭 면적은 약 21헥타르입니다. 대부분 샤토네프 뒤 빠프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밭이고, 꼬뜨 뒤 론 레드 와인과 샤토네프 뒤 빠프 화이트 와인을 위한 밭은 적죠. 서로 다른 4가지 토질을 가진 포도밭에서 그르나슈를 중심으로 무흐베드르와 시라, 쌩쏘 등을 재배하며, 17년 전부터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하여 100% 친환경적으로 포도를 가꿉니다. 도멘 드 마르쿠는 오염되지 않은 살아있는 토양에 자부심을 가지며, 이를 입증하듯 이곳엔 깨끗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정 동, 식물의 서식지가 많습니다.

포도 작황에 따라 매년 다르지만 샤토네프 뒤 빠프의 생산량은 약 29,500병입니다. 이중 10,000~22,000병이 레드 와인, 2,500~3,500병이 화이트 와인이며, 1900년과 1949년 사이에 심은 그르나슈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인 뀌베 비에이 비뉴가 약 4,000병입니다. 양조는 전통 방식을 따르죠.

 

 

3. 도멘 드 마르쿠 샤토네프 뒤 빠프 루주(Domaine de Marcoux Chateauneuf du Pape Rouge) 2008

도멘 드 마르쿠 샤토네프 뒤 빠프 루주 2008은 13개 구획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그르나슈(Grenache) 80%에 무흐베드르(Mourvèdre) 10%, 시라(Syrah) 7%, 생쏘(Cinsaut) 3%를 넣어서 만듭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樹齡)은 50년이죠. 혼합 비율은 매년 포도가 익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포도가 무르익었을 때 규정에 따른 방식으로 수확하고, 수확과 동시에 포도밭에서 정선(精選) 한 후 셀러로 옮깁니다. 셀러로 옮겨진 포도에서 줄기를 제거하고 으깬 다음 선침용(pre-fermentation maceration) 과정을 거치죠. 세심하게 온도를 관리하면서 약 2~3주간 발효와 침용을 진행합니다.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가 끝난 와인은 콘크리트 저장통과 350ℓ 오크통 속에서 숙성됩니다. 숙성 기간은 약 18개월입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루비 색이지만 미세하게 퍼플 빛도 보입니다. 풀잎 향과 함께 삼나무와 백단향(白檀香)에서 맡을 수 있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향이 굉장히 강합니다. 때론 피톤치드 향처럼 느껴지네요. 시간이 지나면 비누 같은 향이 풍기고, 구운 과일과 탄 나무, 캐러멜처럼 달콤하고 그을린 향이 나옵니다. 그러나 아직 활짝 열린 것은 아닙니다. 갖고 있는 모든 향을 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와인입니다.

구조가 강건하고 웅대합니다. 질감이 두텁군요. 구조와 질감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열적이고 풍부해서 마치 자신의 세계를 탄탄히 구축한 대장부 같습니다.

드라이하며 씁쓸한 맛도 나옵니다. 약한 말린 과일 풍미와 누룩 풍미가 있고, 탄 나무와 구운 과일, 캐러멜 풍미도 나옵니다. 강렬한 알코올과 씁쓸한 맛이 입을 강타해서 자극이 매우 강하네요. 과일 느낌은 적지만 다양한 풍미가 복합적입니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충분히 익으려면 세월이 더 필요합니다.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알코올 때문에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드라이한 맛과 굳건한 구조, 은근히 강한 탄닌의 수렴성, 풍부하고 푸근한 산미, 강렬한 알코올이 어울리면서 훌륭한 균형을 보여줍니다. 뛰어난 와인이지만 아직 마실 시기가 아닙니다. 다만 사놓고 몇 년 기다린 후에 마시면 훨씬 좋아질 듯하고 그때의 평가는 많이 달라질 겁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사슴과 멧돼지 요리, 숯불에 구운 고기 요리, 구운 채소, 숙성 치즈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3년 3월 22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남부 론 > 샤토네프 뒤 빠프(Chateauneuf du P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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