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86년의 역사를 지닌 쿠지노 마쿨의 상징적인 와인 - Cousino Macul Antiguas Reservas Cabernet Sauvignon 2010

까브드맹 2013. 12. 30. 06:00

쿠지노 마쿨 안티구아스 레세르바스 까베르네 소비뇽 2010

1. 쿠지노 마쿨(Cousino Macul)

19세기 중반은 칠레 와인 산업의 태동기였습니다. 오늘날에도 명성을 떨치는 수많은 칠레 와이너리가 이 시기에 탄생했죠. 칠레 와인의 명가(名家)로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는 쿠지노 마쿨도 이때 등장한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쿠지노 마쿨 포도원의 역사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페인 침략자들이 남미를 정복하던 때인 1564년 스페인 왕은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인 후안 후프레(Juan Jufré)에게 마쿨 농장을 하사합니다. 후안은 밀, 보리, 그리고 포도를 재배했죠. 약 3백 년이 흐른 후인 1856년 마티아스 쿠지노(Matías Cousiño)가 마쿨 농장에 딸린 1000헥타르의 땅을 구매합니다. 그는 칠레 북부에서 은광과 구리 제련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칠레 남부 비오비오 주의 로타(Lota) 지역을 칠레의 주요 탄광지대로 개발한 수완 좋은 사업가였죠. 하지만 마티아스는 마쿨 농장을 와이너리로 바꾸는 도중에 1863년 사망합니다.

이때 마티아스의 아들인 루이스 쿠지노(Luis Cousiño)는 와인에 관한 아버지의 비전을 수행하던 도중이었습니다. 1860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루이스는 필록세라에게 피해를 입기 전의 프랑스 포도 묘목을 구매했죠. 이때 사들인 묘목 중에는 마고(Margaux)와 뽀이약(Pauillac) 마을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그라브(Graves) 마을의 마르띠약(Martilla)에서 기르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르고뉴의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누아(Pinot Noir) 묘목도 있었죠.

반응형

 

루이스 쿠지노는 여행 중에 38세의 나이로 갑자기 사망했고, 미망인인 이시도라 고예네체야(Isidora Goyenechea) 부인이 남편의 사업과 와인 양조업을 물려받았습니다. 1885년 그녀는 마쿨의 땅과 기후에 프랑스 포도나무를 접목하려고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 학자인 피에르 고드프루아 듀랑(Pierre Godefroy Durand)을 고용했습니다. 피에르의 아들인 라울 듀랑(Raúl Durand)도 아버지의 과업을 잇기 위해 쿠지노 마쿨에서 일하게 되었죠. 그 후 쿠지노 가문은 칠레 와인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현재는 창업자 마티아스의 6대손이 와이너리의 주인으로서 칠레 와인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칠레 와이너리가 해외에서 투자를 받아 상당히 상업성을 띠게 된 것과 달리 창립 이래 지금까지 가족 경영으로 운영해 온 쿠지노 마쿨은 와인 품질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쿠지노 마쿨은 한정 생산된 고품질 와인을 고집했고, 그 결과 쿠지노 마쿨의 이름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릴 수 있었죠. 동시에 쿠지노 마쿨이 현대 칠레 와인 산업의 표준점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것도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죠.

와인 스펙테이터는 쿠지노 마쿨을 "칠레 와인의 우수성을 알린 최초의 칠레 와이너리"라고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휴 존슨도 쿠지노 마쿨을 "칠레 와인 업계의 대표주자이며 칠레에 와인 산업을 처음 정착시킨 선구자"로 거론하죠. 이러한 평가에 만족하지 않고 쿠지노 마쿨은 14년 동안 샤토 무똥 로칠드의 와인메이커로 활약했고 칠레를 대표하는 와인 중 하나인 알마비바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인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파스칼 마티(Pascal Marty)를 수석 와인메이커로 영입하여 지금도 와인 품질 업그레이드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안티구아스 레세르바스 까베르네 소비뇽(Antiguas Reservas Cabernet Sauvignon)

칠레 중부 센트럴 밸리 리전(Central Valley Region)의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드는 86년 역사의 안티구아스 레세르바스 까베르네 소비뇽은 쿠지노 마쿨의 상징적인 와인입니다. 1927년 시장에 처음 등장한 후 신세계 와인의 성장과 전통 스타일의 우아한 맛을 입증하는 와인으로 잘 알려진 제품이죠.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며, 포도는 완전히 무르익어서 탄닌이 부드러워졌을 때 손으로 수확합니다. 포도의 색과 향을 충분히 추출하려고 알코올 발효 전에 저온침용 과정을 거치죠. 알코올 발효는 특별히 배양한 효모를 사용합니다. 발효와 침용을 할 때 양조 탱크 위로 떠오른 포도 껍질의 부패를 막고 색소와 탄닌을 잘 뽑아내기 위해 탱크 아래의 주스를 포도 껍질 위에 뿌려주는 펌핑 작업을 하루 3~4 차례 해줍니다. 발효가 끝나면 크기가 다른 통에 나눠 담아 숙성하죠. 숙성하는 동안 청징(淸澄) 작업을 하고, 병에 담기 전에 필터로 가볍게 걸러서 찌꺼기를 제거합니다.

와인 생산지인 마이포 밸리를 포함한 센트럴 밸리 리젼에 관한 정보는 하단에 있는 링크를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전체적으로 루비 색이지만 테두리엔 퍼플 빛이 살짝 돕니다. 자두와 블랙 체리, 블랙베리 같은 과일 향이 풍성합니다. 허브와 약간의 식물성 비린내도 나오죠. 과일 위주로 향을 풍기고 복합적인 면은 다소 부족합니다.

부드럽고 약간 진득합니다. 미디엄 바디로 구조가 좋습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약간 씁쓸합니다. 산미는 질과 양에서 중간 정도 수준입니다. 자두와 블랙 체리, 블랙베리 풍미가 있고 식물성 비린내가 살짝 섞였습니다. 과일 풍미만 진하고 강하며, 다른 풍미는 별로 없네요. 부드럽고 진득한 느낌에 과일 풍미가 풍성해서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습니다. 여운은 길이와 느낌은 보통입니다.

풍미와 산미, 탄닌의 균형은 좋습니다. 맛있고 무난하지만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네요.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양념한 고기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육류와 치즈로 토핑 한 각종 피자, 불고기와 양념 갈비, 숙성 치즈 등과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4월 13일 시음했습니다.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

스페인어로 발레 센트랄(Valle Central)이라고 부르는 센트럴 밸리는 칠레 와인의 핵심 생산지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칠레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할 뿐만 아니라 칠레 수도

aligalsa.tistory.com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