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검붉게 빛나는 칠레의 숨겨진 보석 - Vina VIK VIK 2010

까브드맹 2013. 4. 12. 05:55

비냐 비크 비크 2010

비냐 비크(Vina VIK)의 비크(VIK) 2010은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에 있는 라펠 밸리(Rapel Valley)의 하위 구역인 꼴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 속한 아팔타 밸리(Apalta Valley)에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 56%에 까르메네르(Carmenere) 32%, 까베르네 프랑(Cabenet Franc) 5%, 메를로(Merlot) 4%를 섞어서 만듭니다.

1. 비냐 비크(Vina VIK)

비냐 비크는 칠레 아팔타(Apalta) 밸리 북쪽 경사면에 있는 미야우(Millahue) 밸리에 있습니다. 칠레 원주민들이 "황금의 장소"라고 부를 만큼 풍광이 멋진 미야우 밸리에 자리 잡은 비냐 비크는 동서남북으로 둘러싸인 산에 포근하게 안겨있죠. 아름다운 산뿐만 아니라 넓게 펼쳐진 포도원과 호수,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멋진 별장 등등 비냐 비크에서는 대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비냐 비크의 역사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르웨이의 사업가인 알렉산더 비크(Alexander Vik)는 특별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인 포도원을 설립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최고의 떼루아를 찾으려고 세심하게 토양을 공부했고, 남미의 모든 토양을 분석했습니다. 포도밭과 와이너리에 대한 연구와 작업은 팀을 이끄는 패트릭 발레트(Patrick Valette)가 맡았죠.

2006년에 알렉산더 비크는 칠레에서 포도가 자라기 위한 최적의 기후 조건과 최고의 떼루아를 갖춘 4,325 헥타르의 포도밭을 사들였습니다. 알렉산더가 선택한 특별한 장소가 바로 위에 말한 미야우 밸리였죠. 바로 그곳에서 "VIK"가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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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냐 비크 와이너리는 다양한 떼루아와 미세기후를 갖춘 수많은 협곡의 안쪽에 있습니다. 그곳은 강렬한 햇빛이 비추고 해안의 산들바람이 열기를 식혀주는 곳이죠. 이러한 환경은 와인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복합성을 주고, 남미 최고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비냐 비크의 와인은 미야우 밸리의 혜택 받은 자연 속에서 인간과 경험, 대지, 기후, 가장 진보된 기술의 완벽한 융합체로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죠.

칠레 레드 와인은 단일 품종 와인으로 생산하는 것이 많지만, 고급 와인은 오랫동안 까베르네 소비뇽 중심의 블렌딩 와인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칠레 고급 와인의 대표 주자인 알마비바(Almaviva)는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67~86%에 달하며, 또 다른 고급 와인인 알타이르(Altair)도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70~86%에 달합니다. 그밖에 세냐(Sena), 돈 멜초(Don Melchor), 산타 헬레나 돈(Santa Helena Don) 등의 칠레 최고급 와인들이 모두 까베르네 소비뇽 중심으로 블렌딩을 하죠. 비크(VIK 2010)도 까베르네 소비뇽 중심의 블렌딩 와인이지만, 까르메네르 비율이 32%로 상당히 높습니다.

다른 고급 와인처럼 수확은 100% 손으로 했고, 와인 양조량은 연간 8,000ℓ 정도로 비교적 소량입니다. 알코올 발효 전에 8℃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5~6일간 저온침용을 해서 과일 풍미가 잘 나오도록 했고, 이후 천연 효모를 넣고 28℃의 온도에서 알코올 발효했습니다. 껍질과 씨에서 색과 탄닌을 뽑아내는 침용 과정은 품종과 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7~15일 정도 진행합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프랑스의 세강 모로(Seguin Moreau)와 덩토스(Demptos), 실방(Sylvain)에서 가져온 새 오크통에서 18개월간 숙성됩니다. 숙성하는 동안 3개월마다 와인 찌꺼기를 제거하는 랙킹(racking, 통 갈기) 작업을 하며, 병에 담기 직전에 혼합해서 완성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아주 진하고 윤기가 흐르는 루비색입니다. 검은 과일과 오크 향이 매우 진합니다. 다른 고급 와인처럼 비크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향이 나오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향의 모습은 다음과 같습니다.

∙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색 과일 향. 새 오크통 비율이 높은 듯 오크 향이 매우 강합니다. 코를 찌르는 향의 기운은 아주 강렬합니다.

∙ 매콤한 생나무 줄기의 향 역시 강하며, 저가 와인처럼 비리거나 조잡하지 않고 매우 고고하며 품격이 높습니다.

∙ 시간이 지나면 슬슬 볶은 견과류 향을 고소하게 풍깁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하지 않으며 균형 잡혔습니다.

∙ 시간이 더 흐르면 시가 박스(Cigar Box)와 우아하고 향긋한 과일, 마카다이아 같은 견과류 향이 납니다.

∙ 완벽한 블랙커런트와 향나무.

∙ 아직 병에 남은 와인에선 이른 아침 산속에서 풍기는 신선한 나무 향이 납니다. 구운 과일 향과 부드럽고 밀키(Milky)한 향, 바닐라 향 등도 맡을 수 있습니다.

바로 마시면 향이 덜 열린 상태이니 한 시간가량 디캔팅한 후 마셔야 합니다.

 

 

초반엔 부드러운 듯 하지만, 이내 강하고 탄탄하며 잘 짜인 탄닌의 질감이 강하게 엄습합니다. 혓바닥에 깔리는 탄닌 느낌은 단순히 거칠지 않고 매우 굳건하죠. 빈틈없고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구조를 갖췄습니다. 1시간가량 지나면 아주 부드러워지면서 입안을 현혹할 만큼 섬세하고 우아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드라이하나 살짝 달콤한 풍미가 있습니다. 탄탄한 맛이 가득하고, 14%의 알코올이 힘찬 느낌을 주죠. 아주 진하디 진한 검은 과일과 오크, 향긋한 식물성 풍미가 이어집니다.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인상적이지만, 오크 풍미 또한 만만치 않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부드러운 느낌이 강해지고 더욱 매력적인 맛이 납니다.

2010 빈티지라 그런지 아직 젊고 힘찬 기운이 가득하군요. 숙성할수록 더욱 맛이 좋아질 와인이기에 최소 3년 후가 기대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양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과일-오크-스파이스-견과류로 이어지다가 다시 블랙커런트 같은 과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맛입니다. 기름진 맛도 느껴집니다.

 

 

무엇과 먹을까요? 어설픈 음식과 먹느니 차라리 그냥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최고 등급의 소고기나 양고기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짝이 되겠지요. 사슴과 멧돼지 고기, 숙성 치즈 등도 좋은 안주가 될 겁니다.

힘차고 강한 여운이 길게 이어지며 굳건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다만 중후한 중년이 아니라 30대 초반의 아직 젊은 남자 같군요. 원숙해지기까진 시간이 필요하죠. 후반부엔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며 웅장한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아직 나이를 덜 먹었습니다. 탄닌이 좀 더 숙성되어야 하죠. 그래도 풍부한 과일과 오크 풍미, 단단하고 탄력적인 탄닌, 와인의 구조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산미가 어울려 멋진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최소 3년이 지나서 탄닌이 좀 더 익으면 더욱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1시간가량 지나 탄닌이 부드러워지면 맛과 향, 질감의 조화가 좀 더 완벽해집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3년 4월 5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