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글래처(Ben Glaetzer)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와인인 아몬-라(Amon-Ra) 2006은 남호주의 바로싸 존(Barossa Zone)에 있는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에서 수확한 쉬라즈(Shiraz) 100%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1. 아몬 라
1888년 독일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에서 바로싸 밸리로 이민 온 글래처 가문의 후예인 콜린 글래처(Colin Glaetzer)가 세운 글래처 와인스는 콜린의 아들인 벤이 만든 와인으로 세계 와인 업계가 주목하는 와이너리가 되었습니다. 글래처 와인스와 벤 글래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하단에 있는 글을 참조하세요.
아몬-라는 글래처 와인의 아이콘 와인입니다. 이집트 신화의 신인 아몬-라는 신화에서 모든 신의 왕으로 간주됩니다. 또한 아몬-라의 사원은 시민을 위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밭을 개간한 첫 번째 사원이라고 알려져 있죠.
레이블 전면에 그려진 눈은 호루스(Horus), 또는 "완전한 하나"를 뜻하는 웨잣(wedjat)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을 뜻합니다. 이 눈은 보호를 뜻하는 고대 이집트의 강력한 상징이면서 고대 이집트 인이 인간의 여섯 가지 감각으로 간주했던 촉각, 미각, 청각, 시각, 후각, 생각을 반영하죠. 벤은 이러한 여섯 가지 감각을 구현하려고 아몬-라를 만들었습니다.
아몬-라 2006은 아몬 라의 여섯 번째 빈티지입니다. 바로싸 밸리에서 재배하는 수령 30~120년의 쉬라즈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고 하루 세 번 펀칭 다운하면서 알코올 발효를 끝냈습니다. 이후 오크통에서 젖산 발효했고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15개월간 숙성했죠. 100% 새 오크통을 사용했으며 이중 80%는 프랑스산, 20%는 미국산입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아주 진한 퍼플빛으로 루비색도 살짝 돕니다. 블랙커런트와 체리 향이 강하고 언뜻 이탈리아 레드 와인 같은 향도 풍깁니다. 이윽고 말린 과일과 오크, 삼나무, 강한 향신료, 타임(thyme) 같은 허브 향이 올라오네요. 시간이 갈수록 강렬한 모카커피와 말린 자두, 민트 향이 퍼지고 볶은 견과류의 고소한 향도 나옵니다.
잘 짜인 구조는 치밀하고 탄탄합니다. 탄력적이고 매끄러우나 살짝 껄끄러운 탄닌 기운이 마치 비단 위에 튀어나온 보푸라기처럼 느껴집니다.
혀에선 단 맛이 느껴지지 않으나 입에는 과일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단 풍미가 가득합니다. 초기엔 장중한 느낌이 다소 떨어지지만, 이윽고 산미와 알코올, 각종 풍미가 강렬하게 퍼지면서 입에 가득 차오르네요.
타이어 풍미와 향신료, 박하, 바닐라, 스위트 스파이스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피어나고, 생생하고 짱짱한 서양 자두와 블랙체리 맛에 탄닌 느낌이 곁들여져서 마치 숯을 갈아 넣은 잼 같습니다. 복합성이 풍부하고 입에 짝 붙는 맛이군요. 나무와 허브 풍미가 강하지만 과일과 향신료 풍미도 충실합니다. 여운도 길고 좋군요. 느낌이 강하면서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진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강하고 풍부한 산미, 강렬한 14.5%의 알코올이 조화를 이루고 균형도 우수합니다. 좋은 음식과 함께 먹어야겠지만, 그냥 마셔도 아주 좋은 느낌이 듭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와인입니다. 한 병 사뒀다가 특별한 날에 마신다면 틀림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호주산 와규나 한우 등심 또는 안심 구이, 양고기, 라구 소스 파스타,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멋진 기억을 남길 겁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10월 12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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