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항아리 속에서 숙성되는 과일향 풍부한 레드 와인 - Tipaume Grez 2011

까브드맹 2012. 9. 25. 06:00

티파우메 그레즈 2011

※ 이 포스트는 지난 9월 13일에 삼이홀딩스주식회사의 초대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칠레 와이너리 시음상담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것입니다.

1. 티파우메 그레즈(Tipaume Grez)

티파우메(Tipaume)는 설립자인 이브 푸제(Yves Pouzet)가 1996년에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전(Central Valley Region)의 까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에 있는 랑카과(Rancagua) 시 인근 세르리오스(Cerrillos) 마을에서 약 6.5헥타르의 포도밭으로 시작한 친환경 가족 경영 와이너리입니다. 설립자인 이브 푸제(Yves Pouzet)는 유기농법의 철저한 추종자이면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열대와 적도, 산악지역의 포도 재배에 특화된 포도 재배자 중 한 명이죠.

티파우메 그레즈 2011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60%에 까르메네르(Carmenère) 30%, 메를로(Merlot) 5%, 비오니에(Viognier) 2%, 라크리마 크리스티(Lacrima Cristi) 3%를 섞어서 만듭니다. 모두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들이죠. 티파우메 그레즈는 같은 와이너리의 티파우메(Tipaume) 와인보다 훨씬 적은 양이 생산되며 2011 빈티지는 단지 359병만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사진의 와인은 그중 5번째 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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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우메와 티파우메 그레즈에 사용한 포도와 혼합 비율이 같고, 사용한 포도나무의 수령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걸 보면 두 와인은 사실상 숙성 전까지는 같은 와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다만 티파우메는 오크통에서 숙성하지만, 그레즈는 레이블에 인쇄된 독특한 모양의 항아리에서 숙성합니다.

항아리에서 숙성하는 이유는 오크 향이나 탄닌이 녹아들어 가지 않고, 포도 고유의 풍미가 살아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과일 풍미가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포도 자체의 식물성 풍미와 미네랄 느낌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다소 진한 루비색입니다. 잘 익은 자두향이 주로 나오면서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과 프룬(prune) 같은 말린 과일 향을 함께 풍깁니다. 전체적으로 진하고 풍부하며 오크 숙성하지 않아도 나무와 식물성 향이 나옵니다. 오크 칩(oak chip) 같은 것을 써서 그런 게 아니라 포도 자체에서 나오는 향이죠. 아마 포도 줄기까지 함께 넣어서 발효한 것 같습니다. 포도가 토양에서 빨아들인 미네랄 향도 희미하게 올라옵니다.

부드럽고 진하며 구조도 잘 짜여 있습니다. 마치 실크와 비로드의 중간 같은 느낌이죠. 1~2년 정도 숙성되면 질감이 더욱 좋아질 것 같습니다. 마실 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셔도 좋고요.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풍부한 산미는 모나지 않고 잘 다듬어져서 꽤 우아합니다. 15%의 알코올이 주는 힘은 강렬하지만 거슬리는 느낌은 전혀 없군요. 자두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붉은 과일 풍미와 함께 뒷부분에 식물성 풍미가 살짝 기분 좋게 느껴지는 맛이 상당히 좋습니다. 진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가졌고 부드러우면서 떫지 않은 탄닌 덕분에 와인을 처음 마시는 분이라도 어렵지 않게 마실 수 있습니다.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여운은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완전하게 깔끔하진 않고 식물성 느낌이 약간 거슬리네요. 아직 어린 2011 빈티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죠.

강인하지만 깨끗한 알코올, 풍부하고 부드러운 탄닌, 우아하고 질 좋은 산미가 어울리면서 아주 멋진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레어나 미디엄 레어로 굽고 레드 와인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 양념하지 않는 최고급 안심과 갈빗살 구이, 미트 소스 파스타, 잘 숙성된 치즈와 잘 맞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9월 13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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