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불굴의 정치인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 - Champagne Pol Roger Cuvee Sir Winston Churchill Brut 1999

까브드맹 2012. 8. 24. 06:00

샴페인 폴 로저 뀌베 서 윈스턴 처칠 브뤼 1999

1. 폴 로저(Pol Roger) 샴페인 하우스

1849년에 폴 로저가 설립한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는 주목할 만한 샴페인 생산자입니다. 1831년 12월 24일에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폴 로저는 처음엔 와인 도매업자로 와인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 1849년에 샹파뉴 지방의 에페르네(Epernay) 시 근교에 자기 이름을 건 샴페인 하우스를 만들었고, 4년 뒤인 1853년에 첫 빈티지를 시장에 선보였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소유권이 바뀌곤 했던 다른 샴페인 하우스와 달리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폴 로저의 후손들이 갖고 있습니다.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도 폴 로저 샴페인을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처칠은 1908년에 처음 폴 로저 샴페인을 마셨고, 마시자마자 흠뻑 반했다고 합니다. "승리했을 땐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실패했을 때도 샴페인이 필요하다(In victory, deserve it. In defeat, need it!)"라는 말을 했을 만큼 샴페인을 아주 좋아했던 처칠은 매일 샴페인을 마셨다는데, 그중 대부분은 폴 로저 샴페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반응형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와 VVIP 고객인 윈스턴 처칠은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게 됩니다. 1944년에 영국 대사관이 마련한 파리 만찬에서 70세의 처칠과 폴 로저의 손주 며느리인 33세의 오데트 폴 로저(Odette Pol Roger)가 만났고, 두 사람은 곧 친구가 됩니다. 오데트는 매년 처칠의 생일에 그가 좋아했던 1928 빈티지의 폴 로저 샴페인을 선물했고, 처칠은 자신의 애마 이름을 오데트라고 지었다는군요.

지금도 폴 로저 하우스는 매년 처칠 가문에 샴페인을 선물하며, 1965년에 처칠이 사망했을 때 영국으로 수출하는 브뤼(Brut) NV 샴페인의 레이블 주위에 검은 테두리를 둘러서 그를 추모하기도 했습니다.

2. 뀌베 서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

1984년 폴 로저 하우스는 샴페인 하우스 최고의 와인인 "뀌베 서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을 선보입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걸작 샴페인의 빈티지는 1975년이었으니 무려 10년이란 세월에 걸쳐 만든 것입니다. 피노 누아(Pinot Noir)를 주로 사용했고 첫 빈티지는 일반 샴페인보다 두 배 큰 매그넘 사이즈로만 만들었습니다. 첫 빈티지 이후 폴 로저 하우스는 1979, 1982, 1985, 1986, 1988, 1990, 1993, 1995, 1996, 1998, 1999 빈티지를 계속 선보였습니다. 1999년 빈티지 이후로는 2000, 2002, 2004, 2006, 2008 빈티지가 나왔죠. 지금도 폴 로저 하우스의 지하 저장고에는 여러 빈티지의 뀌베 서 윈스턴 처칠 샴페인이 숙성되고 있을 겁니다.

 

 

뀌베 서 윈스턴 처칠을 발표하기 전에는 "폴 로저 P.R. 리저브 스페시알레(Pol Roger P.R. Reserve Speciale)"가 폴 로저 하우스의 가장 최고급 샴페인이었습니다. 이 샴페인은 그랑 크뤼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 50%와 샤르도네(Chardonnay) 50%로 만들었고, 첫 빈티지는 1971년이었죠. 윈스턴 처칠을 발표한 후에도 리저브 스페시알레를 계속 만들었지만, 최고급 샴페인을 두 개나 만들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결정에 따라 1981 빈티지를 마지막으로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1999년의 기후는 평년보다 조금 따뜻한 기온과 수확기에 두 배나 많이 내린 비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포도가 매우 잘 익었고, 알코올 도수가 평균 9.9%로 나와서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사용했는데 혼합 비율은 자료를 찾아볼 수 없군요.

1999 빈티지에 와인 아드보카트는 94점, 와인 스펙테이터는 94점을 줬고, 프랑스의 와인 월간지인 라 레뷔 뒤 뱅 드 프랑스(La Revue du Vin de France)는 20점 만점에 19점을 줬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조금 진한 레몬색으로 0.1~0.2㎜ 크기의 거품이 올라옵니다. 잘 익은 사과와 약한 모과, 오렌지 향이 나오며 이스트처럼 구수하고 달콤한 향도 함께 올라옵니다.

잘 짜인 구조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느낌을 줍니다. 질감은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 비단처럼 매끄럽고 탄탄한 느낌도 듭니다. 밀도는 중간 이상입니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울려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짜릿하고 우아한 산도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적당히 드라이한 맛에 달콤한 풍미가 실려 있고, 와인 자체의 강한 힘과 거품이 강렬한 느낌을 주네요. 과일과 이스트 풍미가 조화를 이루고 상당히 섬세하며 우아한 맛이 나지만, 동시에 발랄한 기운도 느낄 수 있어서 복합적인 맛을 갖췄습니다. 다만 빈티지가 오래돼서 그런지 거품의 힘이 조금 약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스트 풍미가 점점 강해지며 구수한 느낌이 나타납니다. 처음엔 강하게 와닿다가 은은히 이어지는 여운의 느낌도 참  좋습니다.

굿 밸런스! 샴페인의 맛과 향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균형을 잘 이룹니다.

닭고기와 해산물 샐러드, 해산물 요리, 각종 튀김 종류, 닭고기 같은 가금류, 한식과 중식, 일식, 동남아 요리, 꽁테(Comté)나 파르메상(Parmesan) 같은 경성 치즈 등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1년 6월 25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젠틀맨의 샹파뉴 - 샴페인 폴 로저(Champagne Pol Roger)

1.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의 역사 1849년에 폴 로저가 설립한 폴 로저 샴페인 하우스는 주목할 만한 샴페인 생산자입니다. 1831년 12월 24일에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폴 로저는 처음엔 와인 도매업

aligalsa.tistory.com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