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샤토 그랑 바라이 라마르젤 피작(Chateau Grand Barrail Lamarzelle Figeac)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쌩-테밀리옹(Saint-Emilion) AOC에 있는 샤토 그랑 바라이 라마르젤 피작(Chateau Grand Barrail Lamarzelle Figeac)은 샤토 피작의 일부였다가 분리된 14개 샤토 중 하나입니다. 샤토 피작(Chateau Figeac)은 현재 쌩-테밀리옹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 B등급에 속하지만, A등급의 샤토 슈발-블랑(Chateau Cheval-Blanc)도 한 때 샤토 피작의 일부였을 정도로 예로부터 뛰어난 와인을 생산해 왔던 샤토입니다. 샤토 피작은 굉장히 넓은 포도밭을 소유했었지만, 19세기 초부터 부분 매각되어 오늘날엔 약 4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매년 12만 병가량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샤토 그랑 바라이 라마르젤 피작은 메를로(Merlot) 70%에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30%를 혼합해서 만듭니다. 1986년 쌩-테밀리옹 그랑 크뤼 등급 지정에는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s Classés)에 포함되었지만, 1996년 이후로는 그랑 크뤼 클라쎄에 들지 못하고 있죠. 와인 품질이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샤토의 와인들이 더 좋아진 덕분에 밀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쉬움이 남는군요. 2006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의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이 80~84점을, 영국의 와인 평론가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이 20점 만점에 14.5점을 줬습니다.
와인 생산지인 쌩-테밀리옹에 관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2. 와인의 맛과 향
맑고 깨끗한 빛을 띠며 테두리에 갈색 기운이 도는 가넷(Garnet) 색입니다. 풍부한 과일 향이 굉장히 달콤합니다. 왠지 푸근하고 구수한 느낌도 드네요. 검붉은 과일 향에 이어서 약간 그을린 잼과 허브, 연기(smoke) 등 여러 가지 향이 나오며, 시간이 더 지나면 농익은 블랙 체리 같은 검은 과일 향도 올라옵니다. 나중엔 유제품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향, 정향 같은 향신료 향도 풍깁니다.
중간 정도의 무게와 밀도를 가진 미디엄 바디 와인입니다. 쌩-테밀리옹 와인으로 5년이나 지났고, 색과 향을 통해서 매우 부드러울 거로 생각했지만, 은근한 힘과 함께 탄닌이 제법 떫었습니다.
맛은 드라이하고 후반부에 다소 씁쓸한 맛이 납니다. 산미는 별로 강하지 않고 침샘을 조금 자극하는 정도네요. 탄닌 때문에 그냥 마시면 조금 입에 걸리는 편이며, 스테이크나 기름진 고기 요리와 함께할 때 맛이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산도가 강해지면서 좀 더 부드러운 맛을 납니다. 쌉쌀한 느낌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질감은 훨씬 부드럽고 둥글둥글해지고, 맛도 좋아집니다. 처음엔 여운이 그리 길지 않고, 마신 후에도 강한 인상이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힘이 강해지면서 여운도 강해지고 길어지죠. 느낌도 좋아집니다.
향, 질감, 맛, 여운 등이 균형을 잘 갖췄으나 쌩-테밀리옹 와인치고 다소 건조하고 메마른 듯합니다. 이점이 약간 아쉽군요. 외국 자료를 찾아보니 시음 적기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라고 하는데, 조금 일찍 따서 아직 제맛을 내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각종 소고기구이, 바비큐, 구운 채소, 브리와 꽁테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2월 2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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