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낮은 산도와 탄탄한 질감, 돼지고기 요리와 잘 어울릴 로제 와인 - Marques de Caceres Rosado 2009

까브드맹 2012. 6. 28. 06:00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로사도 2009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로사도(Marques de Caceres Rosado) 2009는 스페인 어퍼 에브로(Upper Ebro) 지역의 리오하(Rioja) DOCa에서 재배하는 뗌프라니요(Tempranillo) 80%에 가르나차 틴타(Garnacha Tinta) 20%를 넣어서 만드는 로제 와인입니다.

1.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Marques de Caceres)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1970년 앙리 포르니에(Henri Fornier)가 스페인 리오하 알타(Rioja Alta) 지역의 쎄니세로(Cenicero)에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다.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라는 이름은 앙리 포르니에의 친구이며 이 와이너리에 투자한 스페인 귀족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 합니다.

일반적인 와이너리와 달리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포도밭이 없습니다. 대신 주변의 포도 재배자들과 계약해서 양질의 포도를 공급받죠.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는 전통 양조법을 바탕으로 와인을 만드는데 보르도에서 사용하는 양조법과 비슷합니다. 반면 과학적으로 개발된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와인의 발효 온도와 숙성 환경을 정확하게 통제합니다. 또한 가장 진보적인 양조학자 중 한 명이며 전문 컨설턴트인 미쉘 롤랑(Michel Rolland)의 조언을 받아 최고의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의 와인은 레드, 화이트 가릴 것 없이 모두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 풍미를 유지하려고 세심하게 숙성됩니다. 레세르바(Reserva)와 그랑 레세르바(Gran Reserva) 등급 와인은 전통적인 방식을 좀 더 많이 사용해서 만들며 등급과 빈티지에 따라 최고 10년까지 저장고에서 숙성하죠.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그랑 레세르바 와인의 시음기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와인은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꽤 인기가 좋습니다. 또 미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스페인 와인 브랜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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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양조

로사도(Rosado)는 분홍색을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레드 와인은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은 대부분 청포도로 만들지만, 로사도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따로 없습니다. 로사도 와인은 껍질에 색소가 있는 적포도를 사용하며 때때로 청포도를 함께 쓰는 일도 있습니다.

로사도 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로사도(Marques de Caceres Rosado) 2009는 적포도 껍질에서 색소가 많이 빠져나오지 않았을 때 주스를 짜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짜낸 주스로 와인을 만들면 색상은 레드 와인보다 옅고 구조는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와인이 되죠. 생산자가 원하는 색상에 따라 보통 6~48시간 정도 지난 다음 주스를 뽑으며, 이렇게 만든 로제 와인은 다른 방법으로 만든 것보다 색상이 진한 편입니다.

포도를 수확해서 수 시간 동안 색소와 탄닌을 추출한 다음 주스에서 껍질과 씨앗을 제거했습니다. 낮은 온도로 유지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천천히 알코올 발효를 한 후 차가운 온도에서 천천히 안정화 과정을 거쳤죠. 신선한 과일 풍미가 중요한 로제 와인이므로 오크 숙성은 하지 않았습니다. 병에 넣은 후 21개월 이내에 마셔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2012년에 시음했으니 꽤 늦은 편이네요.

 

 

3.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연어색입니다. 향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풍성합니다. 조금 덜 익고 붉은 기운이 있는 복숭아 향이 진하며 산딸기와 붉은 사과 향도 나옵니다. 허브 향과 함께 고소한 기름 향도 풍깁니다.

부드러우면서 제법 진합니다. 구조는 튼튼하고 잘 짜였습니다. 굉장히 드라이하고 살짝 쓴맛이 돕니다. 산도는 생각보다 낮아서 로사도 와인의 장점 중 하나인 상큼한 맛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 덜 시고 진한 맛이 고기, 특히 돼지고기를 먹을 때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단순하지만, 덜 익은 청도 복숭아 맛이 나고, 풀 비린내 같은 맛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잡스러운 풀 맛이 사라지면서 좀 나아집니다. 로제 와인 중에선 여운이 제법 길지만, 느낌은 평범합니다.

산미가 좀 약한 것이 아쉽습니다. 묵직한 느낌과 탄탄한 구조가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채워주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음식과 함께 마시면 100%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와 붉은 살 생선, 조개와 멍게 같은 해물, 흰살생선구이,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를 사용한 중국요리, 올리브 오일과 허브, 향신료를 사용해서 지중해풍으로 조리한 생선과 닭고기 등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2년 4월 3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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