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5년 보르도 공식 와인 등급(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의 5등급 와인인 샤토 랭슈-바쥬(Chateau Lynch-Bages) 2004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뽀이약(Pauillac) 마을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73%에 메를로(Merlot) 15%,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2%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1. 샤토 랭슈 바쥬 2004
샤토 랭슈-바쥬는 16세기에 설립된 도멘 드 바쥬(Domaine de Bages)라는 샤토가 발전한 것입니다. 바쥬(Bages)라는 이름은 샤토와 셀러가 있는 고원의 지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군요. 그 후 도멘 드 바쥬 소유주의 딸과 랭슈가의 토마스 랭슈(Tomas Lynch)가 결혼하면서 샤토 랭슈-바쥬가 되었습니다. 랭슈가가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 집안이었기에 샤토 랭슈-바쥬는 영어식 발음인 샤토 린치 바쥐란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샤토 랭슈-바쥬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샤토 랭슈-바쥬(Chateau Lynch-Bages) 2004는 와인 스펙테이터에서는 89점을 줬고, 로버트 파커도 89점을 줬습니다. 신의 물방울 13권에는 "농후함만을 추구하는 작금의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로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제조법을 지켜오고 있는 성실한 샤토"라며 샤토 랭슈-바쥬를 언급하는 장면이 나오죠. 1시간가량 디캔팅 한 후 시음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매우 진한 루비색입니다. 처음엔 싱싱하고 향기로운 나무 향이 진하게 올라오다가 이윽고 잘 익은 붉은 과일 향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푸릇푸릇하고 매콤한 향과 진한 향나무 향, 블랙 체리와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프룬(prune) 같은 검은 과일 향이 올라오죠. 오크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 향과 함께 기름지고 고소한 향도 풍깁니다. 흡사 볶은 견과류 같은 향입니다.
질감은 깨끗하고 탱탱한 기운이 있지만, 너무 무겁거나 진하지 않습니다. 튀지 않는 탄닌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품위 있으면서 은근한 힘을 가졌네요.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산도는 제법 높습니다. 과일과 나무 풍미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검붉은 과일 맛과 향신료 풍미가 입에서 강하게 느껴집니다. 검붉은 과일의 넉넉한 풍미 때문에 은근한 단맛도 나네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무엇보다 가식이 없는 맛입니다. 마치 교양과 학식이 충실하고 성숙한 내면을 지닌 점잖은 신사 같은 느낌이군요. 시간이 지나면 과일 풍미가 더 강해지지만, 반대로 활력은 조금씩 줄어듭니다. 여운은 길게 이어지되 요란하지 않습니다. 은근한 가운데 점잖고 솔직합니다.
향과 맛과 비교하면 균형은 묘하게 뭔가 살짝 아쉬운 구석이 있네요. 그래도 절대적인 품질을 보면 나무랄 데 없습니다. 다만 너무 점잖아서 튀는 구석이 없다는 것이 단점 아닌 단점이군요.
섬세하게 조리한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갈비, 각종 고기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4월 8일 시음했습니다.
※ 쿠팡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