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15년의 세월이 만들어준 원숙함 - Chateau Lynch-Bages 1997

까브드맹 2012. 5. 14. 06:00

샤토 랭슈 바쥬 1997

1855년 보르도 공식 와인 등급(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의 5등급 와인인 샤토 랭슈-바쥬(Chateau Lynch-Bages) 1997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뽀이약(Pauillac) 마을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75%에 메를로(Merlot) 15%,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1. 샤토 랭슈-바쥬 1997

샤토 랭슈-바쥬는 16세기에 설립된 도멘 드 바쥬(Domaine de Bages)라는 샤토가 발전한 것입니다. 바쥬(Bages)라는 이름은 샤토와 셀러가 있는 고원의 지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군요. 그 후 도멘 드 바쥬 소유주의 딸과 랭슈가의 토마스 랭슈(Tomas Lynch)가 결혼하면서 샤토 랭슈-바쥬가 되었습니다. 랭슈가가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 집안이었기에 샤토 랭슈-바쥬는 영어식 발음인 샤토 린치 바쥐란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샤토 랭슈-바쥬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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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보르도 빈티지를 살펴보면 1997년은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해였습니다. 와인 스펙테이터에 나온 1990년대의 보르도 레드 빈티지 점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죠. 

● 전반기 : 1991년 72점/ 1992년 72점/ 1993년 82점/ 1994년 85점/ 1995년 96점

● 후반기 : 1996년 91점/ 1997년 85점/ 1998년 88점/ 1999년 87점/ 2000년 99점

말할 수 없이 참혹한 빈티지였던 1991년과 1992년을 예외로 치면, 1997년 점수는 거의 바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에도 샤토 랭슈-바쥬의 생산자들은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리려고 큰 노력을 기울였고, 결과적으로 괜찮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죠. 로버트 파커는 샤토 랭슈-바쥬 1997에 86점의 점수를 주면서 "가벼운 스타일이면서 크림 같은 새 오크 향이 난다.", "깊이가 없긴 하나 매력적이다."란 평가를 했습니다.

제가 마신 샤토 랭슈-바쥬 1997년은 제공자가 구매 후 약 15년간 셀러에서 고이 보관했다가 개봉한 것입니다. 평가가 안 좋았던 빈티지이고, 병에서 장기간 숙성했기에 따로 디캔팅하지 않았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약간 진한 루비색으로 아직 생생한 빛깔을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향이 좀 무겁습니다. 공기와 접촉하면서 살아날 시간이 필요하죠. 이윽고 삼나무와 향나무 같은 나무 향이 무겁게 흘러나오고, 블랙베리와 블랙 체리 같은 검은 과일 향이 따라 나옵니다. 향신료 향과 타임(thyme) 같은 허브 향도 조금 있습니다. 향의 복합성은 함께 마신 2004년보다 다소 떨어집니다.

빈티지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최고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진하진 않지만, 탄닌이 탄탄하며 생생합니다. 마치 유리 같은 질감이네요. 탄닌의 기운이 여전하지만, 느낌은 부드럽습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생생한 산미가 있습니다. 너무 강하지 않고 딱 적당하군요. 과일보다 나무 풍미가 더 강해서 당시에 조금 안 좋았을 포도의 상태를 짐작하게 합니다. 과일 맛도 검은 과일보다 아주 잘 익은 붉은 과일 느낌이 더 강합니다. 2004년과 비교하면 더 오랜 기간 숙성해서 균형과 구조는 낫지만, 조금 단조롭고 복합성은 떨어집니다. 여운은 길고 느낌은 우아하고 섬세합니다. 깨끗하고 탄탄하며 깊은 느낌이 참 고급스럽습니다.

 

 

아직도 탄닌 기운이 조금 세지만, 각 요소가 잘 어울리며 조화롭고 균형 있는 모습입니다. 2004년보다 더 균형 잡힌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숙성하면서 더욱 원숙한 모습을 갖게 되어서 그런 걸까요? 환경만 좋으면 아직도 10년은 더 보관할 수 있을 듯합니다.

1997년은 재고가 없어 소매상에서 구하긴 힘들 겁니다. 설령 있어도 1997년은 빈티지 점수가 낮았던 해라 보관 상태를 확신하기 힘들죠. 그래서 개인이 소장한 와인이 아니라면 마시기 힘듭니다.

섬세하게 조리한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갈비, 각종 고기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2년 4월 8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통 로칠드" - 샤토 랭슈-바쥬(Chateau Lynch-Bages)

1. 샤토 랭슈-바쥬의 역사 샤토 랭슈-바쥬는 16세기에 설립된 도멘 드 바쥬(Domaine de Bages)라는 샤토가 발전한 것입니다. 바쥬(Bages)라는 이름은 샤토와 셀러가 있는 고원의 지명에서 유래된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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