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지네스떼(Ginestet) 사에서 생산하는 마르퀴스 드 샤스 쏘테른(Marquis de Chasse Sauternes) 2006은 보르도(Bordeaux)의 쏘테른(Sauternes) 지역에서 재배한 쎄미용(Sémillon) 75%에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20%와 무스까델(Muscadelle) 5%를 섞어서 만드는 AOC 등급 와인입니다.
1. 쏘테른
"쏘테른"은 프랑스 보르도의 쏘테른 지역에서 만드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보트리티스 씨네레아(Botrytis cinerea)라는 곰팡이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죠. 포도밭 근처에 강이 있어서 아침에 안개가 자주 끼는 곳에선 종종 포도 껍질에 보트리티스 씨네레아 곰팡이가 발생합니다. 이 곰팡이는 번식하면서 포도 껍질에 상처를 내죠. 만약 낮에 햇볕이 계속 내리쪼이는 곳이라면 포도는 상처를 통해서 수분이 빠져나가 과육이 점점 쪼글쪼글 마릅니다. 이때 당분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으므로 포도의 당도는 매우 높아지죠. 이렇게 마른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굉장히 단맛과 꿀 같은 향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보트리티스 씨네레아가 퍼진 포도로 만드는 와인을 "고귀하게 썩었다"라는 뜻으로 노블 롯(Noble Rot), 또는 귀부(貴腐)와인이라고 부르죠.
쏘테른에서 쎄미용 포도로 귀부 와인을 만듭니다. 쎄미용은 껍질이 얇아서 보트리티스의 침입에 약하므로 환경만 갖춰지면 노블 롯이 아주 잘 생기죠. 그래서 쏘테른에서는 쎄미용을 많이 재배합니다. 쎄미용은 산미가 적어서 스위트 와인으로 만들면 단맛만 너무 강해서 먹기 힘듭니다. 그래서 신맛이 강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함께 섞어서 맛의 균형을 맞추죠.
쎄미용과 소비뇽 블랑을 섞어서 만드는 쏘테른 와인은 당도가 매우 높지만, 산뜻하고 부드러워서 프랑스 최고의 디저트 와인으로 인정받습니다. 특히 쏘테른의 특 1등급(Premier cru superieur) 와인인 샤토 디껨(Chateau d'Yquem)은 세계 최고의 디저트 와인으로 명성이 높고 빈티지에 따라 가격에 차이는 있지만, 매우 비싸죠.
마르퀴스 드 샤스 쏘테른 2006은 프랑스의 지네스떼 사에서 생산하는 대중적인 쏘테른 와인으로 샤토 디껨처럼 값비싼 디저트 와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격보다 품질이 좋아서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기에 손색이 없는 맛과 향을 갖고 있죠. 다른 쏘테른 와인과 마찬가지로 쎄미용과 소비뇽 블랑을 혼합했고 무스까델 포도를 넣어서 향을 보탰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색은 맑고 제법 진한 금빛입니다. 당도가 높아서 잔을 흔들면 와인의 눈물이 제법 진하게 흘러내리네요. 쏘테른 와인답게 잔에서 달콤한 향이 솔솔 풍겨 나옵니다. 달콤하고 진한 꿀 향기에 열대 과일과 말린 과일의 농밀한 단 향, 살구와 라이찌의 달콤한 과일 향이 주로 나오죠. 여기에 시트러스 종류의 과일과 오렌지의 상큼한 향이 함께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룹니다. 구수한 토스트 향과 함께 아몬드 같은 각종 견과류의 고소하고 약간 비릿한 휘발성 향은 덤입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매끄럽고 무게감 있는 질감이 일품입니다. 메이플 시럽 같은 무게감과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당도와 산도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쏘테른 와인의 풍미가 잘 살아납니다. 매우 달지만 물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풍부한 산미가 있으며 부드럽고 탄탄한 질감과 입안에 가득 퍼지는 풍미가 매력적이네요. 꿀 같은 달콤함과 오렌지의 상큼한 느낌이 잘 섞인 맛이 나오고 견과류 풍미가 곁들여져서 복합적인 느낌을 줍니다. 식후에 디저트로 마시기에 아주 좋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꽤 길게 이어지며, 13.5%의 알코올과 풍부한 향이 어우러져 마신 후에도 울림이 상당합니다.
향, 질감, 여운의 조화가 좋고 당도와 산도가 잘 어우러진 맛은 훌륭한 느낌을 줍니다.
블루치즈, 푸아그라, 각종 디저트 음식과 과일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은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1년 3월 2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