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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각 지역별로 구분한 위스키의 종류 : 일본 위스키(Japanese Whisky)

까브드맹 2011. 3. 4. 14:34

(니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 

영국에서 열린 2007년 세계 위스키 품평회에서 일본 위스키가 두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니카 요이치 1987. 이미지 출처 : https://www.thewhiskyexchange.com/p/6035/nikka-yoichi-1987-cask-113200) 

쟁쟁한 유명 위스키들을 제치고 상을 받은 일본 위스키는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 부문에 출품된 '니카 요이치 1987'과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 부문에 출품된 '산토리 히비키 30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자국의 위스키 애호가를 상대해 왔던 일본 위스키가 이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수한 품질을 알리게 된 사건이었죠. 

(산토리 히비키 30년. 이미지 출처 : https://www.wine-searcher.com/find/hibiki+thirty+old+whisky+japan) 

일본에서 처음 위스키를 만든 것은 1870년 경이지만, 상업적인 생산과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일본 최초의 증류소인 야마자키(Yamazaki) 증류소가 문을 연 1924년이었습니다. 일본 위스키 역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의 선각자가 있습니다. 산토리(Suntory) 위스키를 설립한 토리이 신지로(鳥井信治郞)와 니카(Nikka) 위스키를 만든 다케츠루 마사타카(竹鶴政孝)이죠. 

토리이는 원래 의약품 도매업을 하던 상인으로 1899년에 '고토부키야(壽屋)'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서양의 주류를 수입해서 판매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술을 수입하던 토리이는 포르투갈 와인을 원료로 한 '아카다마(赤玉) 포트 와인'을 만들었고 이 제품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돈을 법니다. 하지만 토리이는 아카다마 포트의 성공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으며 그 사업이 일생의 숙원이 되죠. 바로 "일본인을 위한 일본 위스키"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회사 간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리이는 교토(京都) 외곽에 있는 야마자키(山崎)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하기로 결심합니다. 야마자키는 훌륭한 물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해서 일본 다도(茶道) 역사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명인인 센노 리큐(千利休)도 자신의 다실을 이곳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때 토리이가 증류 책임자로 고용한 인물이 다케츠루 마사타카였습니다. 


일본 청주인 사케를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난 다케츠루는 최초로 위스키 유학을 간 일본인이었습니다. 1919년에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화학과에 입학한 다케츠루는 학과 공부보다 위스키 양조 과정을 더 배우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동양인을 백안시하던 당시의 편견을 무릅쓰고 다케츠루는 롱먼 증류소를 찾아가서 위스키 제조 견학을 부탁합니다. 1820년대에 영국 정부가 공인한 제1호 스카치위스키인 ‘글렌 리벳(Glenrivet)’을 만드는 유서 깊은 롱먼 증류소의 대표인 J.R 그랜트는 다케츠루의 열정에 마음이 움직여서 5일간 견학을 허락하죠. 다케츠루는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고생을 겪으면서 증류학과 위스키 제조법을 배웠고, 1920년 초반에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아리따운 영국 아가씨와 결혼까지 해서 말이죠.

(다케츠루와 그의 아내. 이미지 출처 : https://alchetron.com/Masataka-Taketsuru) 

일본 땅에서 정통 위스키를 만들려는 꿈을 가진 다케츠루는 마찬가지로 일본인을 위한 위스키를 생산하려는 토리이의 회사에 입사합니다. 그리고 고토부키야에서 일하면서 야마자키 증류소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1929년에 드디어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증류한 일본산 위스키 제1호 '시로후다(白札)'가 발매됩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시로후다의 판매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청주처럼 낮은 도수의 곡물 발효주에 익숙한 일본인에게 알코올이 40%가 넘는 위스키의 강렬한 풍미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었죠. 시로후다가 발매되고 5년이 지나서 다케츠루는 토리이와 위스키 생산에 관한 의견 차이가 심해져서 고토부키야를 떠납니다. 아마도 시로후다의 실패가 두 사람의 결별에 직접적인 이유는 아닐지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봅니다. 

사실 토리이와 다케츠루는 일본에서 위스키를 생산하려는 꿈은 같았지만, 세부 사항에서는 의견이 많이 달랐습니다. 기술자의 입장에서 다케츠루는 가능한 한 스카치위스키와 같은 맛과 향을 가진 위스키를 만들려고 했고, 그래서 첫 증류소를 세울 때에도 후보지로 스코틀랜드와 자연조건이 비슷한 홋카이도를 주장했습니다. 만들려는 위스키도 스카치위스키처럼 강한 스타일을 가진 것이었죠. 반면에 원래 오사카의 거상으로 사업가의 생각을 가졌던 토리이는 교통이 불편한 홋카이도보다 시장과 소비자가 가까운 오사카 근처의 야마자키에 증류소를 세울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쉽게 공장을 보여 줄 수 없는 상품은 지금부터는 크게 될 수 없으니 오사카 근처에 증류소를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죠. 만들려는 위스키도 도수가 낮은 발효주에 익숙한 일본인의 입에 맞는 부드러운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처럼 생각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기에 언젠가 헤어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시로후다의 실패는 두 사람의 결별에 촉매제가 된 것이겠죠.


다케츠루가 회사를 떠난 후에도 토리이는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했고, 마침내 1937년에 '산토리 올드'를 개발해서 성공을 거둡니다. 

(산토리 올드. 이미지 출처 : https://www.amazon.de/Suntory-Old-Whisky-japanischer-Liter/dp/B001TP8OPS) 

산토리 올드는 오랫동안 일본인의 사랑을 받았고, 토리이는 1963년에 '고토부키야'라는 회사 이름을 아예 '산토리(Suntory) 위스키'로 바꿔버립니다. 참고로 산토리는 이름은 사람들이 토리이를 “도리이(鳥井)상, 도리이상” 하고 부르는 호칭을 거꾸로 해서 지은 것이랍니다. 

한편 고토부키야에서 퇴사한 다케츠루는 자신의 이상에 맞는 위스키를 만들려고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비슷한 홋카이도 요이치에 증류소를 만들고 다이니폰카쥬라는 회사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가 나중에 일본 제2의 위스키 회사가 되는 '니카(Nikka) 위스키'사의 전신입니다. 이때부터 산토리와 니카의 숙명적인 경쟁이 펼쳐지면서 일본 위스키는 발달했고, 일본의 위스키 소비도 크게 늘어납니다. 

일본 위스키는 스카치위스키를 일본에서 재창조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위스키(whiskey)를 표기할 때도 문자 'e'를 빼써 'Whisky'라고 쓰는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방식을 따르고 있죠. 일본 위스키의 개척자인 다케츠루는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스카치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을 주의 깊게 공부했고, 일본에서도 그 과정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거듭하면서 오랜 시간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증류소를 세울 때 토양과 기후를 고려해 특별히 선택한 홋카이도 요이치 시는 많은 면에서 스코틀랜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 때 일본 위스키는 "스카치 스타일로 만들어졌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하지 않는 위스키"로 세계 각국의 소비자에게 인식되기도 했죠.


일본 위스키가 가진 독특한 스타일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산하는 방법과 일본 위스키 산업의 특색에 따른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최근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블렌디드 위스키가 여전히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위스키의 대다수를 차지하죠. 스코틀랜드에 있는 증류소들은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주정 생산에 초점을 맞추며, 위스키 블렌더들은 여러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주정들을 놓고 자신들의 위스키를 혼합할 때 필요한 요소에 따라 알맞은 주정을 고릅니다. 그러므로 블렌디드 위스키의 성분은 여러 증류소에서 만든 몰트 위스키를 포함하며, 한 증류소의 주정이 여러 회사와 거래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일입니다. 특정 브랜드의 블렌디드 위스키는 하나 이상의 증류소를 소유한 여러 회사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일본의 위스키 회사는 일반적으로 스코틀랜드와 다른 모델을 채택했습니다. 전형적인 일본 위스키 회사는 증류소와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 양쪽을 다 소유합니다. 그리고 종종 경쟁사와 주정을 거래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하죠. 그래서 일본에서 생산하는 블렌디드 위스키는 보통 같은 회사가 소유한 증류소에서 만드는 주정만 포함할 뿐입니다. 이 사실은 과거 일본의 위스키 블렌더들이 그들의 제품을 창조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맛과 향이 상당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러한 행태는 일본산 블렌디드 위스키의 성공에 제한 요소가 되었고, 특히 일본 밖의 나라에서 판매될 때 더욱 안 좋게 작용했습니다.

이러한 구습에 대한 반동으로 최근 일본 국내에는 독립 증류소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독립 증류소에서 훈연 향과 피트 향이 나는 아일라(Islay) 스타일의 몰트부터 쉐리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시켜서 더 가볍고 섬세한 꽃 향을 가진 스페이사이드(Speyside) 풍의 몰트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이제 아주 일반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독립 증류소에서 발견되는 다양성과 혁신은 아마도 최근 일본 위스키가 보여주는 높은 품질과 연결되며, 국제 경연대회에서 받는 갈채에 공헌하는 요소 중의 하나일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국내에서 거의 소비되던 일본 위스키는 최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수의 위스키 잡지에서 진행하는 다수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일본산 싱글 몰트 위스키가 들아가기 시작했고, 증류소에 따라선 스코틀랜드의 최고 제품과 같은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을 고려할 정도입니다. 특히 요이치나 야마자키에서 생산하는 일본산 싱글 몰트 위스키가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일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위스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들이 몇몇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회사는 역시 산토리와 니카입니다. 두 회사는 모두 블렌디드 위스키와 싱글 몰트 위스키를 생산합니다. 현재 일본에는 두 회사가 운영하는 증류소를 포함해서 아래처럼 약 10개의 대표적인 위스키 증류소가 있습니다.

1. 야마자키 : 산토리사 소유로 혼슈의 오사카와 교토 사이에 있습니다. 

2. 하쿠슈 : 역시 산토리사 소유로 혼슈의 야마나시에 있습니다. 

3. 요이치 증류소 : 니카사 소유로 북쪽의 홋카이도에 있으며 니카는 아사히 맥주의 일부입니다. 

4. 센다이/미야지쿄 : 역시 니카사 소유로 혼슈 북쪽의 센다이 부근에 있습니다. 

5. 후지-고템바 : 기린 맥주 소유로 시즈오카의 후지산 기슭에 있습니다. 

6. 카루이자와 : 기린의 자회사인 메르시안 소유로 혼슈의 나가노현의 카루이자와 시 근교에 있습니다. 

7. 한유 : 도쿄 근처의 사이타마현에 있으며 때때로 골든 호스, 또는 치치부와 같이 언급됩니다. 2004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8. 치치부 : 사이타마현 내의 치치부 근처에 있습니다. 한유에서 근무하던 증류 기술자의 손자인 이치로 아쿠토가 새로 설립한 증류소입니다. 

9. 신슈 : 홈보 소유로 혼슈의 나가노현에 있습니다. 

10. 화이트 오크 : 에이가시마 소유로 혼슈의 효고현에 있습니다.

음식과 함께 종종 위스키를 미즈와리(水割り)나 오유와리(お湯割り)로 마시는 일본인의 독특한 위스키 음주법도 일본산 위스키에 차별성을 더해줍니다. 미즈와리는 40년 전에 산토리가 위스키의 대중화를 위하여 고안한 일본식 음주법으로 위스키에 찬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낮춰 마시기 편하게 한 겁니다. 반면에 오유와리는 따뜻한 물에 희석해서 마시는 것으로 이러면 향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죠. 그렇지만 따뜻해서 알코올 기운이 더 잘 돌고 금방 취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참고 자료> 

1. Wikipedia (http://en.wikipedia.org)

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