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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쥬니퍼 베리의 깨끗한 향기와 맛 - 진(Gin)의 원료, 제조 방법, 종류, 브랜드, 칵테일

까브드맹 2011. 3. 22. 15:32

1. 진의 원료

진의 원료는 알코올을 얻기 위한 전분질 원료와 향을 얻기 위한 향료로 나뉩니다. 전분질 원료는 옥수수(Corn), 호밀(Rye), 밀(Wheat), 대맥(Barely), 몰트(Malt) 같은 곡물과 사탕수수(Sugarcane), 사탕무(Sugar Beet) 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향을 얻기 위한 향료는 주니퍼 베리가 대표적이지만, 아래처럼 향신료를 비롯한 각종 재료도 사용합니다.

① 구근류 : 안젤리카 뿌리(Angelica Root), 흰붓꽃 뿌리(Orris Roots), 민감초(Licorice), 생강(Ginger), 창포(Calamus) 등

② 열매류 : 고수 씨앗(Coriander Seeds), 비터 아몬드(Bitter Almond), 캐러웨이 씨앗(Caraway Seeds), 카르다몸(Cardamom), 코코아 닙(Cocoa Nibs), 스타 아니스(Star Anise) 등

③ 나무껍질류 : 계피(Cassia Bark), 육계피(Cinamon) 등

④ 과일류 : 레몬 껍질(Lemon Peel), 라임(Limes), 오렌지 껍질(Orange Peel) 등

⑤ 허브류 : 퍼넬(Funnel) 등

진에 사용하는 원료의 종류와 비율은 각 회사의 비법이며 고유의 맛과 향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진을 제조할 때마다 재료의 성분 변화에 따른 구성 비율을 다르게 합니다.

2. 진의 제조 방법

진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는 전분을 발효한 후 증류할 때 증류기 위에 그물망이나 시렁을 만들고 그 위에 향료를 놓아서 향을 얻는 "증류법(Distillation Method)"입니다. 증류법은 증류 회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1회로 끝나는 "오리지날 증류법(Original Distillation)"이고, 또 하나는 먼저 알코올을 만든 다음 알코올을 증류기에 넣어서 다시 증류하는 "재증류법(Redistillation)"입니다.

① 오리지날 증류법(Original Distillation Method)

오리지날 증류법은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전통적인 진 제조 방법입니다. 증류기 안에 '진 헤드(Gin Head)'라는 선반이나 시렁을 만들고 그 안에 잘게 부순 주니퍼 베리와 각종 향료를 넣어둡니다. 전분이 발효된 매쉬(Mash)를 끓이면 알코올은 진 헤드 안의 향료를 적시면서 향과 함께 증류됩니다. 이렇게 증류된 주정(酒精)에는 자연스럽게 향료의 향이 배어들죠. 냉각기를 통해 주정을 응결시켜서 받아낸 다음 증류수로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병에 담습니다. 연속 증류기를 개발하기 전까지 진은 이 방법을 통해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② 재증류법(Redistillation Method)

재증류법은 '연속 증류기(Column Still)'를 발명한 후에 개발된 방법입니다. 먼저 전분이 발효된 매쉬(Mash)를 연속 증류기로 증류해서 95% 정도의 알코올을 포함한 주정을 만듭니다. 이것을 팟 스틸(Pot Still)에 넣고 오리지날 증류법과 같은 방식으로 다시 증류하는 만드는 것이죠. 이 방법은 오리지날 증류법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한 진을 만들 수 있고 재증류할 때 높은 알코올로 원료의 향을 제대로 우려낼 수 있어서 완성품의 풍미가 더 좋습니다. 현재 런던 드라이 진을 비롯한 진 대부분은 이 방법으로 생산합니다.

두 번째는 먼저 매쉬(Mash)를 높은 알코올로 증류한 다음 이 알코올에 주니퍼 베리 오일과 각종 향료의 에센스를 넣어서 착향하는 방법으로 혼합법(Compound Method)이라고 부릅니다.

③ 혼합법(Compound Method)

연속 증류기로 매쉬를 증류해서 중성주에 가깝도록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정을 만든 다음 여기에 주니퍼 베리 오일과 각종 향료의 추출액을 넣어서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만든 진을 "콜드 컴파운드 진(Cold Compound Gin)"이라고 부르는데, 처음엔 풍미가 강렬하지만, 향이 '고착(Fixed)'되어 있지 않아서 금방 날아가며 향 자체도 약합니다. 하지만 제조 방법이 간단하고 생산 단가도 낮아서 미국에선 금주법을 시행하는 동안 밀주(密酒) 제조자들이 애용한 방법이죠. 이때 만들어진 진을 '바쓰터브 진(Bathtub Gin)' 또는 '후치(Hooch)'라고 불렀습니다. 만들기는 쉽지만, 품질이 아주 좋지 않아서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3. 진의 종류

①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

18세기 전반의 "진에 미쳐버린 시대(The Gin Craze)"에도 그랬지만, 오늘날에도 영국 런던 일대에선 많은 양의 진을 생산합니다. 여기에서 만드는 진은 대부분 드라이 진(Dry Gin)이며 'London Dry Gin'이란 표시는 세계 곳곳에서 생산하는 드라이 진의 대명사처럼 쓰입니다. 런던 드라이 진은 원료로 옥수수 75%, 발아 대맥(Malted Barely) 15%, 다른 곡물 10%의 비율로 섞은 곡물을 사용합니다. 

먼저 원료를 당화 발효한 후에 연속 증류기로 알코올 도수 95% 이상으로 증류합니다. 증류한 주정에 증류수를 넣어서 알코올 도수를 60도 정도로 낮춥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주정을 진 헤드를 설치한 팟 스틸에 넣고 알코올 도수 75~85%로 다시 증류해서 2차 주정을 만든 다음 증류수를 부어서 도수를 40%~45%로 낮춰서 병에 담죠. 이렇게 만든 런던 드라이 진은 주니퍼 베리의 향이 너무 진하지 않으면서 맛이 가볍고 산뜻하며 부드러워서 많은 사람이 좋아합니다.

② 더치 진(Dutch Gin)

'홀랜드 진(Holland Gin)', '즈네브르 진(Genevre Gin)'으로도 부르며 제조 과정은 드라이 진과 약간 다릅니다. 먼저 주정을 만드는 원료로 같은 비율로 섞은 발아 몰트(Barely Malt)와 옥수수, 호밀을 사용합니다. 원료를 발효한 후 단식 증류기로 증류해서 알코올 50%의 낮은 도수를 가진 주정을 만듭니다. 1차 증류 후에 나오는 주정을 몰트 와인(Malt Wine)이라고 부릅니다. 이 주정을 진 헤드를 설치한 다른 팟 스틸을 이용해서 알코올 50~55%로 재증류한 다음 증류수를 부어서 알코올 도수를 45% 정도로 낮춘 후에 병에 담습니다. 

몰트가 15% 정도만 들어가고 연속 증류기를 써서 거의 중성주 같은 주정을 만드는 런던 드라이 진과 비교해서 더치 진은 몰트 함량이 훨씬 높고 단식 증류기를 사용해서 증류하므로 주정에서 몰트 향이 짙게 나오죠. 따라서 더치 진은 원료의 향이 강하게 배어 있어서 풍미가 묵직하며 풀 바디(Full Body)한 것이 특징입니다.

홀랜드 로테르담(Rotterdam)시의 진 생산지인 '스키담(Schiedam)'은 예로부터 더치 진의 생산지로 유명하며 여기에서 생산하는 '스키담 진(Schiedam Gin)'은 더치 진 중에서 가장 유명합니다. 스키담 진은 호밀과 보리, 옥수수를 발효한 매쉬(Mash)를 단식 증류기로 세 번 증류한 다음 네 번째 증류할 때 주니퍼 베리를 비롯한 향신료를 함께 증류해서 만들며 무거운 풍미가 특징입니다.

③ 올드 탐 진(Old Tom Gin)

진의 품질이 좋지 않았던 18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했던 진입니다. 정체불명의 불량한 재료를 써서 만든 진의 조잡한 풍미를 가리려고 진에 설탕 시럽을 넣어서 약간 달게 만든 것이죠. 한때 매우 대중적이었지만, 현재는 아주 소량만 생산될 뿐입니다.

④ 플리머쓰 진(Plymouth Gin)

(이미지 주소 : http://bpando.org//wp-content/uploads//2012/02/packaging-plymouth-gin1.jpeg)

1798년부터 영국의 코트스(Coates) 회사에서만 생산하는 진으로 코트스사가 영국의 군항인 플리머쓰(Plymouth)에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향이 강한 진으로 여러 가지 약초와 과실로 만든 술인 앙고스투라 비터(Angostura Bitter)를 첨가해서 약간 핑크빛을 띠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맛과 향은 드라이 진과 더치 진의 중간 정도쯤 됩니다. 진의 폭음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 문제로 진저리를 쳤던 영국 정부이지만, 플리머쓰 진만은 항해 때문에 생긴 뱃멀미를 막으려고 영국 해군에서 특별히 애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 고객인 영국 해군에서 예전만큼 보급품으로 진을 사용하지 않는지 현재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습니다. 

⑤ 스테인하거 진(Steinhager Gin)

'스테인해거 진(Steinhaeger Gin)'이라고도 부르며 독일에서 생산합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영국의 드라이 진과 풍미가 비슷하지만, 주니퍼 베리 향이 좀 더 진합니다. 대개 원통형 도자기에 담아서 판매합니다.

⑥ 골든 진(Golden Gin)

나무통 속에서 짧은 기간 숙성한 진으로 나무통의 성분이 우러나서 골든 브라운(Golden Brown)색을 띠므로 골든 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현재 상품으로 유통되는 양이 극히 적어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4. 유명한 진 브랜드

유명한 브랜드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Beefeater : 1820년 최초 생산, 맛과 향의 균형이 좋다고 평가받습니다.

- BOLS Damrak Amsterdam : 더치 진

- Blackwood's

- Bombay Sapphire : 주니퍼 베리를 포함한 10종의 허브와 향신료를 사용합니다. 국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 Boodles

- Bruichladdich

- Damrak - 감초 등을 포함한 달콤한 레몬 향이 납니다.

- Desert Juniper Gin : 손으로 채집한 주니퍼 베리와 오레곤의 화산암 사이에서 흐르는 작은 폭포수를 사용하여 만듭니다.

- Gilbey's

- Ginebra San Miguel : 필리핀에서 만듭니다.

- Gordon's : 중후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 Greenall's

- Hayman's Old Tom Gin

- Hendrick's Gin : 스코틀랜드산으로 오이와 장미 꽃잎을 재료로 씁니다.

- Nicholson's : 1730년부터 런던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지금은 디아지오(Diageo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 Magellan : 마젤란이 발견한 정향을 특징으로 하는 11개의 향신료와 붓꽃 꽃잎을 써서 만든 진

- Plymouth : 1793년에 최초로 증류했습니다.

- Seagram's

- Sipsmith : 1820년에 최초로 구리 증류기를 써서 만들었습니다.

- Steinhäger : 독일산 진

- Taaka

- Tanqueray : 1830년 최초 증류, 특유의 4번 증류로 인한 깔끔한 풍미

- Uganda Waragi : 우간다산 주니퍼 베리를 써서 3번 증류하여 만든 진

- Fleischmann's : 1870년에 최초로 증류된 오리지날 미국산 진

국산 진으로는 해태음료에서 만들었던 "해태 런던 드라이 진"이 있습니다. 이 제품은 최근엔 국순당에서 "런던 드라이 진"이라는 이름으로 생산합니다. 진로에서도 '주니퍼'라는 이름의 드라이 진을 생산했지만, 홈페이지를 보면 2001년 이후에 제품이 사라진 거로 봐서 현재 생산이 중단된 것 같습니다.


5. 진을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

투명한 색과 깔끔한 풍미가 있는 진은 칵테일 베이스로 많이 사용합니다. 진 (앤) 토닉이나 싱가폴 슬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로 국내에서도 흔히 마실 수 있습니다.

(싱가폴 슬링)

아래는 진을 베이스로 사용해서 만드는 칵테일들입니다.

칵테일 종류

재료 및 제조법

20th Century

드라이 진 1½온스, 릴렛 블랑(Lillet Blanc) 3/4온스, 크림 드 카카오 3/4온스,

레몬 쥬스 3/4온스

Gimlet

플리머쓰 진 2온스, 로즈 라임 쥬스 1온스, 라임 1조각

Gin and Tonic

드라이 진 1온스, 토닉 워터 1/2온스, 라임이나 레몬 조각 1개

Gin Fizz

진 45ml, 레몬 쥬스 30ml, 고메 시럽 10ml, 소다수 80ml

Gin Rickey

진 2온스, 라임 1/2개를 짜 넣는다, 탄산 광천수

The Last Word

진, 라임 쥬스, 그린 샤르트루즈(Green Chartreuse), 마라스키노(Maraschino)를

같은 비율로 섞는다.

Negroni

진 30ml, 스위트 레드 베르무트 30ml, 캄파리(Campari) 30ml

Old Etonian

진 1.5온스, 릴렛 블랑(Lillet Blanc) 1.5 온스, 오렌지 비터 2스푼,

그렘 드 노이요(Crème de Noyaux) 2스푼

Pink Gin

플리머쓰 진, 앙고스투라 비터(Angostura Bitters) 소량

Fallen Angel

진, 그린 크램 드 멘트(green creme de menthe),

앙고스투라 비터(Angostura bitters), 레몬 쥬스나 라임 쥬스

Ramos Gin Fizz

진 45ml, 레몬 쥬스 30ml, 고메 시럽 10ml, 소다수 80ml

Salty Dog

진, 자몽쥬스, 소금

Satan's Whiskers

진, 드라이 베르무트, 스위트 베르무트, 오렌지 쥬스, 

그랑 마르니에(Grand Marnier) 또는 쿠라카오(Curaçao), 오렌지 비터

Singapore Sling

진 40ml, 체리 브랜디 20ml, 코인트로(Cointreau) 5ml, 베네딕틴(Bénédictine) 5ml, 그레나딘(Grenadine 10ml), 파인애플 쥬스 80ml, 레몬 쥬스 30ml,

앙고스투라 비터 조금

Tom Collins

드라이 진 1온스, 카린스 믹서 4온스, 레몬 조각 1개, 체리 1개

White Lady

진, 꼬앵트로(Cointreau), 레몬 쥬스를 2:1:1의 비율로 섞는다.


<참고 자료>

1. Wikipedia (http://en.wikipedia.org)

2. Wine and Spirits, Looking behind The Label, Wine & Spirit Education Trust.

3. 소믈리에 실무, 김의겸, 백산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