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헤라클레스와 같은 강인함, 웅장하게 울리는 - Frescobaldi Castel 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2002

까브드맹 2010. 10. 13. 09:35

프레스코 발디 지오콘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02

1.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있는 몬탈치노(Montalcino) 마을에서 브루넬로(Brunello)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말합니다. 물론 브루넬로로 만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이 명칭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탈리아 와인법의 규정에 따라 만들고 지역 와인 평가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죠. 만약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브루넬로로 만들었어도 한 단계 낮은 등급인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나 벌크와인으로 판매해야 하죠.

브루넬로는 1870년에 비욘디 산티(Biondi Santi) 가문의 페루치오 비욘디 산티(Feruccio Biondi Santi)가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포도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사용해서 만든 클론(clone) 품종입니다. 클론은 같은 품종 안에서 개성이 다른 세포를 선별하고 분열을 반복해서 만든 품종을 말합니다. 이는 품종 교배와 다르며 어디까지나 포도의 기본적인 특성을 지키면서 기후와 토양 등에 맞춰 세부적인 특성을 개량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포도 품종 교배의 대표적인 예로는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교배로 탄생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들 수 있고, 클론인 브루넬로는 산지오베제만 계속 심는 과정에서 기후와 토양에 맞춰 일부 특성만 강화한 것입니다. 이런 클론 품종은 각 포도 품종마다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베르네 소비뇽은 특성이 다른 수십 개의 클론 품종이 있으며, 피노 누아(Pinot Noir)도 이용할 수 있는 클론 품종이 인증된 것만 70여 개 정도 됩니다.

브루넬로 와인은 오랜 시간을 버텨내는 놀라운 숙성력으로 잘 알려졌으며 우아한 질감과 탄탄한 구조, 긴 여운 등이 주요한 특성입니다. 국내에는 현재 50여 종 이상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 들어와 있어서 다양한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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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프레스코발디 가문은 가업인 은행업 외에도 700년 이상 와인 산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뛰어난 품질로 영국의 에드워드 1, 2세(Edward I, II)와 헨리 8세(Henry VIII)도 프레스코발디 와인을 즐겼고,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도나텔로(Donatello), 미켈로초(Michelozzo),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프레스코발디 와인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프레스코발디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써 세계 곳곳에 와인을 수출하며, 1995년에는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합작해서 새로운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최저가의 프레스코발디 알비지아 샤르도네(Frescobaldi Albizzia Chardonnay)부터 최고가인 슈퍼 투스칸 프레스코발디 루체(Frescobaldi Luce)까지 30여 종 이상의 레드, 화이트 와인을 다양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프레스코발디의 멋진 와인들을 시음해 보기 바랍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깨끗하고 영롱하며 매혹적인 빛을 보여주는 진한 다크 레드 칼라로 진하고 매혹적인 향이 잔 바깥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옵니다. 

프레스코 발디 지오콘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02의 색상

레드 체리와 서양 자두, 블랙커런트 같은 붉고 검은 과일 향 외에도 삼나무처럼 그윽하고 향기로운 나무 향이 퍼집니다. 최고급 향수 같은 품격 있고 우아하며 균형 잡힌 향이죠. 저가 와인에서 흔히 맡곤 하는 비릿한 나무줄기 냄새는 전혀 나지 않습니다. 향에서는 정말 발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묵직하고 웅장한 풀 바디 와인으로 입안에서 풍부하고 탄력적인 질감이 느껴집니다. 디캔팅이 덜 되었는지 약간 떫은맛이 있었는데 개봉 후 4시간 정도 지나니 사라집니다. 마실 땐 최소 3시간 이상 디캔팅 해야 합니다. 매우 강한 힘을 보여주며 입안에서 쟁쟁 울리는 듯 진동하는 느낌을 줍니다. 똑같이 강한 힘을 갖고 있어도 저가 와인들이 깡패처럼 조잡하고 거칠다면 이 와인은 마치 헤라클레스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아직 다 열리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강해서인지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마시게 되는 환상적인 맛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강한 힘 때문에 마시기에 다소 힘이 듭니다. 그래서 초반엔 편하게 마시기가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서 활짝 열리기 시작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과 향이 갈수록 원숙해지고 전혀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죠. 여운은 '울린다'란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여운과 뱃속에서 진동하는 힘과 다양한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강한 힘이 드러나는 여러 요소가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뻗어 나가지 않고 조화를 이룹니다. 그래서 이 와인을 힘이 넘치지만 균형이 잘 잡힌 걸작으로 만들어줍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강인한 맛과 향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마셔보길 바랍니다.

레드 와인 소스를 얹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구이, 양념 안 한 소갈비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10년 9월 27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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