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슬로베니아] 글레라 - 프로세코에서 오래된 또 다른 이름으로 돌아가다. (재업)

까브드맹 2023. 12. 22. 20:00

글레라 포도의 모습

글레라(Glera)는 슬로베니아(Slovenia)가 원산지인 청포도입니다. 글레라는 2009년까지 프로세코(Prosecco)라고 불렀습니다. 슬로베니아의 크라스(Kras) 지역에서 이탈리아의 프로세코 마을로 건너온 포도였기 때문이죠. 세부적으로 글레라 룽가(Glera Lunga)와 글레라 톤도(Glera Tondo)의 두 품종으로 나뉘며, 이중 글레라 톤도를 주로 재배하죠.

1. 글레라의 특성

글레라 포도는 산도가 높아서 스파클링 와인 양조에 알맞습니다. 그래서 프로세코 DOCG나 프로세코 DOC 같은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지만 일반 와인으로 만들기도 하죠. 이탈리아에서 재배하는 2,000종가량의 포도 중 프로세코의 재배량은 30위 정도입니다.

2. 글레라의 역사

학자들은 글레라가 로마 시대부터 재배되었을 거로 추측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 Gaius Plinius Secundus Major)가 칭찬했던 비눔 푸치눔(vinum pucinum)이란 포도가 글레라일 거라고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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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레라 포도의 재배지

이탈리아의 글레라 재배지는 베네토(Veneto)주가 94%,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Friuli–Venezia Giulia)가 5%를 차지합니다. 베네토주의 주요 재배지는 꼬넬리아노(Conegliano)와 발도비아데네(Valdobbiadene), 트레비소(Treviso)의 북쪽 언덕들이죠.

글레라를 주로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거나 글라레가 블렌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와인 생산지로는

아솔로 프로세코(Asolo Prosecco) DOCG, 카르소/카르소-크라스(Carso/Carso-Kras) DOC, 콜리 디 꼬넬리아노(Colli di Conegliano) DOCG, 콜리 유가네이(Colli Euganei) DOC, 꼬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Conegliano Valdobbiadene Prosecco) DOCG, 몬텔로 아솔로/아솔로 몬텔로(Montello Asolo/Asolo Montello) DOC, 프로세코 DOC, 베네치아(Venezia) DOC

가 있습니다.

프로세코 와인의 생산지 지도

DOC 등급의 프로세코는 베네토주와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주의 9개 마을에서 생산합니다. DOCG 등급 와인은 프로세코 꼬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 수페리오레(Prosecco Conegliano-Valdobbiadene Superiore) DOCG와 생산량이 좀 더 적은 아솔로 프로세코 수페리오레(Asolo Prosecco Superiore) DOCG에서 만들죠.

프로세코 DOC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푸만테(Spumante) 외에 약발포성 와인인 프리잔테(Frizzante)와 일반 와인인 트랑뀔로(tranquillo)도 생산합니다. 프로세코는 글레라를 주로 사용하지만, 산도를 조절하기 위한 베르디소(Verdiso)와 과일 향을 보태주는 비앙케타(Bianchetta), 페라라(Perera) 포도 등을 15%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샤르도네(Chardonnay)와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피노 누아(Pinot Noir)도 사용할 수 있죠.

프로세코는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하는 "샤르마(Charmat)" 방식으로 양조합니다. 이 방식은 샴페인 양조에 사용하는 전통 방식((Méthode Traditionelle)보다 생산 비용이 덜 듭니다. 프로세코 가격이 저렴한 이유죠. 하지만 DOCG 등급의 프로세코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4. 프로세코와 글레라

프로세코라는 명칭은 오래전부터 포도 이름과 그 포도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 양쪽에 사용되었습니다. 꼬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와 프로세코 디 꼬넬리아노(Prosecco di Conegliano), 프로세코 디 발도비아데네(Prosecco di Valdobbiadene)는 원래 DOC 지역이었고, IGT 와인 생산지가 세 지역을 둘러싸고 있었죠. 그런데 프로세코 디 꼬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가 더 높은 등급인 DOCG가 되면서 포도 이름과 원산지 보호 지정 명칭이 같은 것이 문제가 됩니다. 차별성을 부여하기 어렵게 된 거죠.

그래서 2009년에 프로세코의 또 다른 이름이면서 오래전부터 써온 글레라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DOCG 지역은 프로세코로, 더 넓은 DOC 지역의 프로세코는 글레라로 부르기로 한 거죠. 그래서 프로세코에 사용하는 포도의 이름으로 글레라와 프로세코를 모두 써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등급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올바릅니다. 이런 변화는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 와인 생산자나 해외 생산자가 라벨에 'Prosecco'라는 품종명을 적어서 자신들의 스파클링 와인이 마치 프로세코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방법을 무력화시켰죠. 그러나 해외의 와인 생산자와 마스터 오브 와인인 잰시스 로빈슨과 줄리아 하딩(Julia Harding), 호세 부야모(José Vouillamoz) 같은 주요 와인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침을 거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프로세코를 포도 품종 이름으로도 부르고 있습니다.

5. 글레라로 만드는 프로세코의 향

프로세코의 주요 향 중 하나인 허니 듀 멜론

녹색 사과와 허니듀 멜론, 서양 배, 흰 복숭아 등의 과일 향과 허니서클(Honeysuckle) 같은 꽃 향이 나오고 크림 같은 부드러운 향을 풍기기도 합니다.

6. 프로세코와 어울리는 음식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는 당도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이 조금 다릅니다. 달지 않은 브뤼(Brut)는 춘권과 말린 햄, 간단한 까나페, 짭조름한 포카치아(Focaccia), 오믈렛의 일종인 프리타타(Frittata),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초밥, 해산물을 넣은 딤섬, 치킨이나 가라아게 등과 잘 맞습니다. 단맛이 나는 것은 스펀지케이크와 마카롱, 비스킷, 수플레, 팝콘,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맛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