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아르헨티나] 고기 구울 때 딱 좋은 데일리 와인 - Uxmal Cabernet Sauvignon 2013

까브드맹 2023. 3. 29. 08:00

욱스말 까베르네 소비뇽 2013

까테나 자파타(Catena Zapata)의 욱스말 까베르네 소비뇽(Uxmal Cabernet Sauvignon) 2013은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멘도사(Mendosa)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이탈리아 중부 마르께(Marche) 주에서 와이너리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니콜라스 까떼나(Nicolas Catena)는 1898년에 아르헨티나로 이주했습니다. 4년 뒤인 1902년에 니콜라스는 멘도사 지방에 까떼나 자파타(Catena Zapata)를 설립했고, 그의 와이너리는 곧 아르헨티나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로 성장했습니다.

1963년 창업자의 손자이고 현재의 소유주이면서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니콜라스(Nicolas)가 가업을 물려받았고, 그는 와인 종류를 다양화하며 규모를 늘렸습니다. 그리하여 까떼나 자파타는 1970년대에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와인 회사 중 하나로 발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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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초빙교수로 가 있는 동안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이너리를 여러 차례 방문한 니콜라스는 로버트 몬다비가 프랑스 와인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 만큼 수준 높은 와인을 생산하려고 과감한 설비 투자와 선진 기술 도입을 집행하는 걸 보고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멘도사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983년 멘도사로 돌아온 니콜라스는 기후, 품종, 토양 등 모든 분야의 연구를 거듭하면서 생산량은 적어도 품질은 세계 수준에 걸맞은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 재배에 몰두했습니다. 당시 아르헨티나 와인 산업계의 눈에는 무모하게만 보였던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을 뜻한다(less means more)”라는 혁신적인 개념은 1980년대 후반에 세계 최고 수준의 관개 기술을 통한 최고급 포도 생산과 이를 바탕으로 한 와인 고급화에 성공하면서 결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 까떼나 자파타의 와인들이 미국에 첫 수출되자마자 미국의 와인 애호가들은 까떼나 자파타 와인의 품질과 매력적인 가격에 빠져들었습니다. 까떼나 자파타 와인은 곧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고, 전 세계 와인 비평가들도 우수한 와인 품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니콜라스의 딸인 로라(Laura)도 와이너리 경영에 참여했습니다. 그녀는 건조한 고지대인 멘도사의 독특한 떼루아에서 자라는 포도의 특성이 최대한 표출될 수 있는 고품질 와인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죠. 두 부녀가 만든 니콜라스 까떼나 자파타(Nicolas Catena Zapata), 까떼나 알타(Catena Alta), 까떼나(Catena), 알라모스(Alamos), 아르젠토(Argento) 등의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습니다.

까떼나 자파타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펴낸 ‘세계의 가장 위대한 와인 생산자(The world’s Greatest Wine Estates)’에 남미 와이너리 중에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2005년과 2006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까떼나 알타 말벡(Catena Alta Malbec) 2002와 2003 빈티지가 선정되었고, 2006년에는 영국의 와인 평론지인 디캔터(Decanter)가 까떼나 말벡(Catena Malbec) 2003 빈티지를 세계 50대 레드 와인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2. 와인 양조

멘도사 주의 아그레로(Agrelo)와 투푼가토(Tupungato) 포도밭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28℃의 온도로 조절되는 발효 탱크에 선정된 이스트를 넣고 8일간 알코올 발효하고 15일간 침용하면서 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냈습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프랑스 산 오크통에 넣고 숙성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자줏빛에서 루비색으로 넘어가는 색입니다. 블랙커런트를 비롯한 검은 과일 향이 먼저 나오고, 오크와 비린내를 슬쩍 풍기는 생 나뭇가지 향이 이어집니다. 구수한 흙 향도 섞여 있습니다. 향의 양은 풍부하나 매력적이거나 다채롭진 않네요. 그래도 저가 와인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괜찮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유칼립투스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도 올라옵니다. 검은 과일과 나무, 유칼립투스 향이 3박자를 이루네요.

 

 

부드러운 탄닌이 풍부합니다. 살짝 떫은맛이 나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입니다. 구조도 제법 좋습니다.

달고 향긋한 과일 풍미가 나오고 신맛이 넉넉합니다. 생 나무줄기의 자극적이고 비린 맛도 섞여있지만, 같은 가격대의 저렴한 신세계 와인에선 흔히 나오는 맛이니 특별한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안 좋은 풍미는 슬슬 사라지고 맛이 더 부드러워지네요. 태운 나무 풍미도 조금씩 나타납니다. 복합적인 맛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데일리 와인으로는 적당합니다. 여운도 저가 와인치고 긴 편이며 느낌도 나쁘지 않습니다.

검은 과일과 유칼립투스 중심의 풍미에 부드러운 탄닌과 충분한 산도가 있고, 13.5%의 알코올이 바디를 든든하게 해 주며 균형을 이룹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으로 1박스 정도 구매해 뒀다가 고기 구울 때 함께 마시면 딱 좋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바비큐뿐만 아니라 스테이크와 불고기에도 좋습니다. 파스타와 햄버거, 블루치즈도 좋은 안주가 됩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5년 1월 23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