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불가리아] 달라진 품종 비율에 따라 늘어난 향신료 풍미 - Domaine Bessa valley Enira 2017

까브드맹 2023. 3. 27. 09:06

도멘 베사 밸리 에니라 2017

도멘 베사 벨리(Domaine Bessa Valley)는 프랑스 쌩-테밀리옹에 샤토를 가진 독일인 오너가 불가리아에 세운 와이너리입니다. 도멘의 대표 와인인 에니라(Enira)는 불가리아의 떼루아에서 키운 프랑스 포도 품종인 메를로(Merlot)와 시라(Syrah),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1. 불가리아의 와인 산업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가성비 좋은 불가리아 와인”의 명성을 만든 포도는 어디에서나 안정된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이었습니다. 그 후 메를로가 대열에 합류했죠. 21세기 초에 온도 조절 장치가 부착된 발효 탱크를 설치한 양조장이 들어서고 외국의 첨단 양조기술이 유입되면서 신선하고 과일 향이 좋은 레드 와인과 샤르도네 와인을 제대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많은 국유 와이너리와 와인 생산 공장이 민영화되었습니다. 공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오래된 대형 와이너리들은 인수와 매각, 분리, 합병 과정을 계속 거쳤습니다. 일부 우수 와이너리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그들의 손에 휘둘리게 되었죠.

이탈리아 직물업계의 거물인 에도아르도 미로글리오(Edoardo Miroglio)는 엘레노보(Elenovo)의 산악지대에 새로운 피노 누아 밭을 만들었고, 프랑스의 주류회사 벨베데르(Belvedere)도 불가리아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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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EU에 가입하면서 불가리아 정부는 47개 와인 생산지를 중심으로 고품질 와인 생산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리저브(Reserve)”란 용어는 출고 전에 최소 1년간 숙성한 단일품중 와인에만 붙게 되었죠. 그러나 불가리아 와이너리들은 이 계획을 따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고품질 와인 생산 계획의 근간이 되는 PDO 규정을 따르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향의 와인을 자유롭게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불가리아의 포도밭 면적은 불확실한 공식 수치이지만 2005년 기준으로 약 9만 헥타르였습니다. 2016년에는 약 6만 헥타르로 줄어들었죠. 남부 프랑스나 남부 이탈리아의 사례를 볼 때 불필요한 포도밭을 갈아엎고 저가 와인 생산을 줄이면서 뛰어난 떼루아를 골라 고품질 와인을 만드는 쪽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가리아의 와인 수출은 1996년에 절정에 달했고 지금도 전체 와인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수출합니다. 오늘날 불가리아 와인업계는 오랜 전통과 최신 시술을 접목하여 자연적이면서 최고급의 맛을 가진 신비로운 붉은 음료를 전 세계 애호가와 공유하려 합니다. 불가리아 와인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하단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2. 와인 생산자

도멘 베사 밸리는 프랑스 보르도 쌩-테밀리옹(St. Émilion)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쎄(Premier Grand Cru Classé) B에 속한 샤토 카농 라 가펠리에르(Chateau Canon-la-Gaffeliere)와 쌩-테밀리옹의 페트루스(Petrus), 또는 르 뺑(Le Pin)으로 극찬을 받는 개러지 와인인 샤토 라 몽도트(Chateau La Mondotte)의 오너인 스테판 폰 네이퍼그 백작(Count Stephan von Neipperg)이 오너인 와이너리입니다.

불가리아 수도인 소피아의 남동쪽 120km 지점에 있는 파자르지크(pazardzhik) 지역에 있는 도멘 베사 벨리는 2001년 약 800명의 오그니아노보(Ognianovo) 마을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구매하면서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총 250 헥타르의 대지 위에 140 헥타르의 포도밭을 경작하며, 주요 저장고는 언덕 아래에 아치 모양의 호를 파서 만들었죠. 저장도의 일부는 돌을 쌓아서 만들었는데, 이 돌들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줘서 와인 숙성에 도움을 줍니다.

현재 포도 수확량은 약 650,000kg이며 이 포도로 매년 72만 병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능숙한 직원의 손으로 수확된 포도는 두 차례에 걸쳐 가장 좋은 것만 골라져서 양조장으로 보내집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2,500개의 오크통을 수용할 수 있는 셀러로 보내져 출시될 때까지 천천히 숙성되죠. 베사 밸리에서는 개당 570유로에 달하는 프랑스산 오크통만 사용해서 와인을 숙성합니다. 오크통은 세 번까지만 와인 숙성에 사용되며 그 후엔 쓰이지 않습니다.

생산된 와인의 80%를 수출하며 주요 시장은 영국과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캐나다, 미국, 러시아입니다, 최근에 중국, 일본, 홍콩, 그리고 한국이 추가되었죠.

 

 

3. 와인 양조

2010 빈티지가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장어초밥과 마리아쥬가 맞는 와인으로 나온 에니라는 메를로와 시라, 쁘띠 베르도, 까베르네 소비뇽을 사용해서 만들며 품종 비율은 매년 조금씩 달라집니다. 2017 빈티지의 품종 비율은 메를로 48%, 시라 31%, 쁘띠 베르도 15%, 까베르네 소비뇽 6%로 이전 빈티지보다 시라 비율을 대폭 늘렸습니다.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2차례 골라내고 줄기를 제거한 다음 10~12℃에서 5~7일간 보관해 과일 풍미를 극대화했습니다. 그 후 내부를 수지로 바른 콘크리트 탱크에서 24~26℃의 온도로 5~10일간 알코올 발효했고, 다시 28~30℃의 온도에서 10~14일간 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냈습니다. 콘크리트 탱크에서 젖산 발효하면서 일부는 새 오크통으로 옮겨서 젖산 발효했습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할 때 10%는 12개월, 70%는 24개월, 20%는 36개월을 해서 와인에 복합미를 추구했습니다. 36개월이 지나면 모든 와인을 혼합한 다음 찌꺼기를 제거하고 병에 담았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중간 농도의 루비색입니다. 타임(thyme) 같은 허브 향에 이어서 서양 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 향을 풍깁니다. 진흙과 나무, 향신료, 볶은 견과류 등의 향도 이어집니다. 시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향신료 향이 좀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부드럽고 진합니다. 둥글둥글하면서 마신 후에 끈적한 느낌을 남기는 탄닌이 입을 훑고 지나가네요. 잘 짜인 구조는 제법 큰 느낌을 줍니다.
드라이하면서 검붉은 과일의 풍미가 진합니다. 부드럽고 질 좋은 산미가 넉넉하고, 진흙과 가죽, 타임 풍미가 이어집니다. 알코올은 은근한 기운을 과시합니다. 마신 후엔 검붉은 과일과 타임, 진흙 등의 풍미가 길게 남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탄닌과 넉넉하고 질 좋은 산미, 14.5%나 되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검붉은 과일과 타임, 그을린 나무, 향신료 풍미의 조화가 좋습니다.

함께 하기 좋은 음식은 역시 양고기와 소고기 스테이크,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미트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와 피자, 갈비찜과 비프 부르기뇽,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3년 2월 20일 시음했습니다.

 

[불가리아] 불가리아(Bulgaria) 와인 개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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