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노 비니(Bersano Vini)의 바롤로 니르바스코(Barolo Nirvasco) 2001은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Piemonte)주에 있는 바롤로(Barolo) DOCG에서 재배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1907년 쥬세페 베르사노(Giuseppe Bersano)는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의 중심지인 니짜 몽페라토(Nizza Monferrato)에서 12헥타르의 포도밭으로 베르사노 비니의 문을 열었습니다. 1912년에는 바르베라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콘티 크레모시나 포도원(Conti Cremosina Estate)를 구매했죠.
쥬세페의 아들인 아르투로(Arturo)는 베르사노 비니를 오늘날의 위치로 올려놓았습니다. 1940~60년대에 양조장과 함께 랑게와 로에로, 몽페라토의 포도밭을 사들여 와이너리를 확장했습니다.
현재 베르사노 비니는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총 230헥타르의 포도밭과 11채의 건물과 양조장, 박물관 2곳, 요리 학교, 와인 샵 2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바롤로
지난 한 세기를 거쳐오며 베르사노 비니는 강한 개성과 표현력을 가진 포도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바르베라 다스티, 네비올로 달바(Nebbiolo d'Alba),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 브라케토 다퀴(Brachetto d’Acqui),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등등 여러 DOC와 DOCG 와인을 만들고 있죠. 물론 그중에서 최고의 와인은 바롤로입니다.
바롤로는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와인입니다. 물론 피에몬테의 다른 와인도 개성과 매력을 갖췄지만, 바롤로 만큼 뛰어난 맛과 향을 보여주진 못하죠. 장미와 제비꽃 같은 꽃, 산딸기와 체리 같은 과일, 버섯, 낙엽, 담배의 타르, 가죽 향 등등 다양한 향과 훌륭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바롤로 와인은 종종 "왕들의 와인",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 "이탈리아 와인의 왕" 등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처럼 위대한 와인인 바롤로도 단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맛있게 마실 만큼 탄닌이 부드러워지려면 빈티지로부터 최소 10년 이상 기다려야 하죠. 그래서 바롤로를 "세상에서 가장 타협을 모르는 와인"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병에서 숙성한 후에야 바롤로의 진짜 매력인 공기처럼 가벼운 숙성 향(bouquet)이 나타나기에 "진짜" 바롤로에 대한 믿음과 지식이 있는 소수의 양조자는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바롤로 와인을 양조합니다.
최근엔 시장의 요구와 양조 방법의 발전으로 시음 적정기에 이르기까지 숙성 기간이 많이 짧아졌고, 과일 풍미도 더 많으며 마시기 쉬운 바롤로 와인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바롤로는 보르도 그랑 크뤼와 함께 제맛과 향을 즐기려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한 와인입니다. 물론 때가 되면 오랜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해주는 멋진 맛과 향을 선사해주죠.
베르사노 비니에서는 바다리나(Badarina)와 니르바스코라는 두 종류의 바롤로 와인을 생산합니다. 니르바스코는 보다 대중적인 바롤로 와인이죠. 안정적인 품질을 위해 온도 조절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했지만, 숙성은 전통 방식대로 커다란 슬로베니아산 오크통과 병에서 30개월 이상 했습니다.
수확 시기로부터 20년이 된 2001 빈티지는 지금 마시기 딱 좋은 상태입니다. 수입 후 국내에서 오래 보관한 것이 아니라 와이너리의 셀러에서 숙성 중이던 것이라 상태가 좋고요.
3. 와인의 맛과 향
오랜 숙성 기간을 입증하듯 중간 농도의 가넷 색입니다. 조금 마른 붉은 베리 종류의 유혹적인 향이 아주 향긋합니다. 산딸기와 레드 체리, 레드 커런트 등의 향을 복합적으로 풍기네요. 삼나무와 흙, 타임(thyme) 향이 이어지고 장미 향도 나옵니다. 은은하게 나오는 타르 향은 딱 알맞습니다. 향긋하게 그을린 나무와 견과류, 감초, 말린 대추 등의 향도 그윽하게 올라옵니다.
부드럽고 매끌매끌하지만 마신 후의 탄닌 느낌은 은근히 강합니다. 잘 만든 바롤로 와인의 바로 그 느낌이군요. 우아하고 세련된 구조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말린 붉은 과일의 산미가 아주 풍성합니다. 세련된 힘을 보여주는 탄닌과 함께 산딸기와 레드 체리,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풍미가 아름답고 삼나무와 흙, 장미 풍미는 와인에 재미를 더해줍니다. 알코올이 와인에 알맞은 힘을 주고, 과일 풍미를 중심으로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풍미가 와인을 복합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마신 후엔 과일과 삼나무, 장미, 박하 등의 풍미가 예쁘고 우아하게, 길게 이어집니다.
훌륭하게 숙성한 탄닌과 풍성한 붉은 과일의 산미, 13.5%의 알코올이 거의 완벽하게 균형을 이룹니다. 세월과 함께 우아하고 아름답게 숙성했군요.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메추리 같은 야생 조류, 오리, 양고기와 소고기 요리, 미트 스튜, 송로버섯이 들어간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소고기 리조토, 숙성 치즈 등입니다.
2006년 2월에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90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비싸더라도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21년 1월 21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