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지금까지 마셔보지 못했던 가르나차의 맛과 향을 알려주마 - Comando G El Hombre Bala 2017

까브드맹 2021. 2. 28. 13:20

Comando G El Hombre Bala 2017

코만도 G 엘 옴브레 발라(Comando G El Hombre Bala) 2017은 스페인의 마드리드(Madrid) 지역에서 재배한 가르나차 띤타(Garnacha Tinta) 포도로 만든 DOP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엘 옴브레 발라(El Hombre Bala)는 스페인어로 "총알 남자"라는 뜻입니다. DOP 비노스 데 마드리드(Vinos de Madrid)에서 수확한 가르나차로 만드는 "총알 남자"는 가르나차로 최고의 와인을 만들려는 코만도 G의 강한 야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와이너리 이름도 "가르나차 특공대(Commando of Garnacha)"를 뜻한다고 하네요.

세 명의 30대 양조학자가 세운 코만도 G는 비노스 데 라 띠에라 데 까스띠야 이 레온(Vinos de la Tierra de Castilla y Leon)과 비노스 데 마드리드, 멘트리다(Méntrida) 지역에서 가르나차로 뛰어난 와인을 생산해왔습니다.

이 지역은 외딴곳이라 기계 농사가 거의 불가능해서 지난 40년 동안 와인 생산자들이 방치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까스띠야의 프리오랏(Priorat of Castille)"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와인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동부에 있는 프리오랏은 리오하(Rioja)와 함께 스페인에서 가장 뛰어난 고급 와인 생산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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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양조

엘 옴브레 발라 2017은 마드리드 서쪽에 있는 까달소 데 로스 비드리오스(Cadalso de los Vidrios)와 세니시엔도스(Cenicientos), 로자스 데 푸에르도 레알(Rozas de Puerto Real) 마을의 4개 포도밭에서 기르는 수령 50~90년의 가르나차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화강암 토양으로 이뤄진 해발 1,000m의 포도밭에서 자라는 포도나무는 바디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으로 길러지며, 가혹한 기후와 심한 일교차 속에서 포도는 당도와 산도의 균형을 이루며 익어갑니다. 헥타르당 수확량은 2000ℓ입니다. 부르고뉴 그랑 크뤼의 수확량이 3500~3700ℓ 정도이니 수확량이 얼마나 적은지 알 수 있죠.

수확한 포도의 줄기를 제거한 다음 저온 탱크에 약 30일간 넣어둬서 향과 풍미를 좋게 합니다. 그 후 포도를 으깨서 토종 효모와 함께 크고 작은 오크통에 넣고 온도를 관리하면서 알코올 발효합니다. 발효 후엔 400~700ℓ 크기의 프랑스산 오크통에 넣고 숙성하며 숙성 기간은 10개월입니다. 와인 고유의 풍미를 위해 찌꺼기를 필터로 걸러내지 않고 와인을 병에 담았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Comando G El Hombre Bala 2017의 색

조금 연한 루비색입니다. 처음엔 부엽토에 레드 체리와 산딸기 같은 붉은 향이 섞여 있고, 허브와 구수한 검은흙 향을 풍깁니다. 사향 같은 동물성 향도 관능적인 느낌을 줍니다. 향이 부드러워지면서 동물 계열 향은 거슬리지 않게 되고, 숲과 흙 같은 은은하고 복합적인 향이 올라옵니다. 나중엔 우아한 삼나무 향과 함께 산딸기와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베리류의 향이 퍼집니다.

바디는 중간 정도입니다. 부드럽지만 마신 후에 끈적한 탄닌이 입 천정과 혀에 붙네요. 구조는 탄닌 때문에 어쩐지 쫀득합니다. 짜고 조금 씁쓸합니다. 태운 나무와 부엽토 풍미가 먼저 나오고 검은 과일 풍미가 약하게 이어집니다. 검은 과일의 산미는 처음엔 은은하다가 점점 살아납니다. 그을린 나무와 검은흙, 깊은 숲 속의 지린내 같은 복합적인 풍미가 한데 어우러지고 시간과 함께 좋아지네요. 알코올은 적당한 기운을 계속 불어넣고, 향과 풍미는 점점 우아하고 섬세해집니다. 여운에선 흰 나무와 흙 풍미가 나오고 베리류 과일의 느낌도 은근합니다.

처음엔 부엽토와 동물성 풍미가 너무 강하고 탄닌은 끈적했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우아하고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아한 탄닌과 섬세한 산미, 알맞은 알코올 기운이 균형을 이루면서 와인의 완성도를 높여주네요.

 

 

중급자 이상이어야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하며, 기존의 가르나차 와인과 아주 다른 매력적인 맛과 향을 보여줍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지역과 품종을 맞추기 어렵겠네요. 숙성 향과 풍미가 가득한 오래된 피노 누아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개봉 후 최소 30분, 되도록 1시간 후에 마셔야 합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드라이 에이징한 스테이크, 뵈프 부르기뇽이나 갈비찜 같은 고기찜 요리, 양고기 스튜와 양탕, 양꼬치처럼 향신료를 많이 쓴 꼬치구이, 메추라기와 오리 같은 조류, 숙성 치즈 등입니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평론지인 기아 페닌(Guia Penin)에서 93점을 받았습니다. 2018 빈티지는 파커 점수 93+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1년 2월 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