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오스트리아] 고귀한 푸른 품종이 보여주는 훌륭한 맛과 향 - Weingut Heinrich Blaufränkisch Leithaberg 2011

까브드맹 2020. 12. 11. 09:00

Weingut Heinrich Blaufrankisch Leithaberg 2011

바인구트 하인리히(Weingut Heinrich)의 하인리히 블라우프랑키쉬 라이타베르크(Heinrich Blaufränkisch Leithaberg) 2011은 오스트리아 바인란트(Weinland)의 부르겐란트(Burgenland)에 있는 라이타베르크 DAC에서 재배한 블라우프랑키쉬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블라우프랑키쉬

색이 진한 블라우프랑키쉬는 만생종 포도로 오스트리아와 체코 공화국, 독일,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볼 수 있죠. 동유럽의 재배량과 평판, 농축된 체리와 레드커런트 향, 풍부한 산미 때문에 블라우프랑키쉬는 "동부의 피노 누아(Pinot Noir)"로 불리죠. 미국에선 렘베르거(Lemberger)라고 부르며 동부의 아이다호(Idaho)부터 서부의 캘리포니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합니다.

DNA 조사에 따르면 블라우프랑키쉬는 중세 유럽에서 많이 재배했던 청포도인 구애 블랑(Gouais blanc = Weißer Heunisch)과 블라우어 짐므트라브(Blaue Zimmettraube = Blue Grape)의 교배로 태어난 품종입니다. 원산지는 슬로베니아의 슬로벤스카 슈타예르스카(Slovenska Štajerska)이죠. 불가리아에서 이 포도를 가메(Gamé)라 부르고 형태도 가메(Gamay)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가메 포도의 클론 품종으로 잘못 여겨진 적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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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름인 렘베거(Lemberger)는 19세기에 블라우프랑키쉬가 오늘날 슬로벤스카 슈타예르스카에 있는 렘베르그(Lemberg)에서 독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죠. 이후 이 포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전해졌습니다.

독일어권의 국가들은 중세시대부터 모든 포도 품종을 품질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맛있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는 고귀한 품종을 뜻하는 프랑키쉬(fränkisch)라고 불렀죠. 이는 자신들의 기원인 프랑크(Franks)에서 따온 것입니다. 반대로 품질이 낮은 품종은 후니쉬(hunnisch, heunisch)라고 불렀습니다. 아마 이들이 무시했던 이민족인 훈족(헝가리 민족)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블라우프랑키쉬의 이름은 청색의 블라우에(Blaue)와 고급 품종인 프랑키쉬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죠.

 

 

2. 와인 생산자와 와인 양조

비록 동부의 피노 누아로 불리는 블라우프랑키쉬로 만든 와인이지만, 제가 마신 하인리히 블라우프랑키쉬 레이타베르크 2011은 풍부한 탄닌과 강한 향신료 풍미로 시라(Syrah)와 흡사한 부분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동부의 시라"라고 부르고 싶군요.

바인구트 하인리히는 오스트리아 동쪽의 라이타베르크 DAC 지역에 있습니다. 소유주인 게르노(Gernot)와 하이케 하인리히(Heike Heinrich) 부부가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기른 포도로 만드는 레드 와인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죠.

"와인을 통해 자연과 그 다양한 측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인 하인리히 부부는 2006년에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했으며, 보다 튼튼하고 활력 넘치며 서로 다른 부분이 합쳐진 포도밭을 만들려고 합니다.

와인을 만들 때에도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며, 와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몇 주, 또는 몇 년 동안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죠. 숙성 단계에서는 와인 특유의 아로마를 살리려고 한 번 이상 쓴 오크통을 사용하며, 와인을 발효할 때 생긴 효모의 잔해를 함께 넣습니다.

 

 

노이지들러 호 주변의 라이타베르그 산에 있는 경사진 오래된 포도밭에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기른 블라우프랑키쉬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10월 초에 손으로 수확해서 부드럽게 으깬 후 나무 발효통에서 3주간 알코올 발효하면서 색소와 탄닌을 뽑아냈죠. 숙성은 500ℓ 오크통에서 20개월간 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Weingut Heinrich Blaufrankisch Leithaberg 2011의 색

색이 아주 진하며 테두리에는 퍼플빛이 돕니다. 처음엔 검은 과일과 향신료 향이 코를 확 덮칩니다. 블랙커런트와 프룬, 진한 블랙베리, 오디 같은 검은 과일향이 나오네요. 미네랄과 흙, 가죽, 버섯, 타임(thyme)과 그을린 나무 향도 나옵니다. 점차 에스프레소와 고소한 견과류 향이 퍼지고 과일 향은 말린 검은 과일과 블루베리 향으로 바뀝니다. 새순을 비빌 때 나오는 풋풋하고 매콤한 향도 나오고, 진흙과 퇴비 같은 흙 종류의 향도 올라옵니다. 동물과 솔잎 향도 느껴집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탄닌이 돋보이는 미디엄 바디의 와인으로 잘 짜인 구조는 순하면서 포근합니다. 드라이하면서 검은 과일의 부드럽고 묵직한 신맛이 풍부하게 이어지네요. 검은 과일의 단 풍미와 함께 태운 나무의 씁쓸한 맛도 약하지만 맛있게 나옵니다. 다양한 검은 과일 풍미가 좋고 화끈하면서 매콤한 향신료 풍미는 마치 시라 와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을린 견과류와 콩 느낌도 나오고 타임 같은 허브 풍미도 있군요. 힘찬 알코올은 와인에 화끈한 기운과 힘을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붉은 과일 느낌도 슬슬 나타납니다.

 

 

여운은 아주 길고 태운 나무와 타임, 화학적인 맛을 주로 남깁니다. 그러나 검은 과일 풍미도 약간 있습니다.

진하면서 부드러운 탄닌과 검은 과일 쪽의 풍성한 산미, 14%의 강력한 알코올이 화끈한 균형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는 향과 맛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은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바비큐와 꼬치 요리, 미트 소스 파스타, 갈비와 등심구이 같은 고기구이, 갈비찜과 뵈프 부르기뇽 같은 고기찜 요리, 피자,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2월 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