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오스트리아] 맑고 청량한 느낌, 개성 있는 흰꽃과 금귤의 맛 - Kracher Welschriesling 2016

까브드맹 2020. 12. 12. 09:00

Kracher Welschriesling 2016

크라허 웰시리슬링(Kracher Welschriesling) 2016은 오스트리아의 바인란트(Weinland)에 있는 부르겐란드(Burgenland)에서 재배한 웰쉬리슬링(Welschriesling) 포도로 만든 콸리타츠바인(Qualitätswein) 등급의 화이트 와인입니다.

1. 웰쉬리슬링

웰쉬리슬링, 독일어 발음으로는 벨쉬리슬링은 리슬링(Riesling)이란 이름이 들어가지만, 리슬링과 관계없는 품종입니다. Welsch는 고대 게르만인들이 서로마를 가리키던 Walhaz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Welschriesling은 로마의 리슬링(Romanic Riesling)이란 뜻이 됩니다. 아마 고대 로마인이 중부 유럽을 점령하면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크로아티아에서 부르는 그라세비나(Graševina)라는 명칭은 이 포도가 발칸 반도의 동쪽 어디에선가 유래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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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설에서는 이 포도가 샹파뉴(Champagne)에서 시작해서 독일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를 거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웰쉬리슬링을 사용해서 화이트 와인뿐만 아니라 스파클링 와인과 귀부 현상을 이용한 디저트 와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2. 와인 생산자

이 와인을 생산한 알로이스 크라허(Alois Kracher) 부자는 일미츠 마을을 세계 와인 지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입니다. 크라허 부자는 매년 귀부병의 감염 정도에 따라 신중하게 포도를 선택해서 다양한 종류의 스위트 와인을 만들죠. 특히 샤르도네(Chardonnay)와 웰쉬리슬링을 섞어 만드는 트로켄베어렌아우스레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하는 와인 1001>에도 수록되었습니다. 그들은 현재 캘리포니아의 K&K와 스페인의 말라가에서도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Kracher Welschriesling 2016의 색

노이지들러제 호수 근처의 포도밭에서 기른 웰시리슬링으로 만든 크라허 웰시리슬링은 중간 농도의 레몬색을 띱니다.

시원한 청사과와 흰 복숭아 같은 과일과 미네랄 향이 먼저 나오고, 아카시아 같은 흰꽃 향이 퍼집니다. 이내 금귤의 껍질 향이 올라오고 레몬 그라스와 애플민트 같은 허브 향도 풍깁니다.

맑고 청량하며 미네랄 느낌이 강하군요. 약간 유질감이 도는 구조는 제법 단단합니다. 드라이하면서도 끝에 노란 과일의 과즙 맛이 약간 느껴집니다. 산도가 좋고 미네랄의 짠맛도 도네요. 흰 복숭아와 함께 금귤 맛이 나오고, 아카시아 같은 흰꽃 풍미가 돕니다. 피에몬테에서 가비 디 가비 와인을 만드는 코르테제와 비슷한 구석도 있습니다. 알코올은 알맞은 힘과 기운을 가졌습니다. 여운도 제법이며 덜 익은 흰 복숭아와 미네랄 느낌을 남깁니다.

 

 

알맞은 산도와 역시 알맞은 기운의 알코올이 조화를 이룹니다. 맑고 청량한 맛과 미네랄 느낌이 좋고 귀여운 과일 맛이 재밌는 와인이군요.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각종 샐러드, 광어와 대방어를 비롯한 흰 살 생선회, 새우과 게를 비롯한 갑각류, 조개 요리, 화이트소스를 사용한 닭요리, 연질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2월 4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