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당신이 지금까지 마셔왔던 돌체토 와인에 대한 생각을 버리세요 - Marziano Abbona Papa Celso Dogliani DOCG 2017

까브드맹 2020. 9. 17. 15:52

Marziano Abbona Papa Celso Dogliani DOCG 2017

마르지아노 아보나 파파 첼소 돌리아니(Marziano Abbona Papa Celso Dogliani) 2017은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Piemonte)주에 있는 쿠네오(Cuneo) 지방에서 재배한 돌체토(Dolcetto) 포도로 만든 DOCG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돌체토 와인

돌체토 포도는 네비올로(Nebbiolo), 바르베라(Barbera)와 함께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포도입니다. 피에몬테의 농부들은 가장 좋은 밭에 네비올로를 , 다음으로 좋은 밭에 바르베라를, 입지가 안 좋은 포도밭에 돌체토를 심죠.

돌체토 와인은 일반적으로 드라이하고 약간의 말린 서양자두(prune) 풍미와 함께 블랙 체리와 감초 향을 풍기며, 아몬드가 떠오르는 씁쓸한 뒷맛이 납니다. 대부분의 와인 생산자는 네비올로와 바르베라 와인이 충분히 익기 전에 와이너리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고 와인의 침용과 숙성 기간을 가능한 짧게 해서 빨리 시장에 내보내려 합니다. 그래서 돌체토 와인은 탄닌이 적고 바디(body)도 가볍거나 중간 정도입니다.

그러나 마르지아노 아보나 파파 첼소 돌리아니 2017은 "일상에서 즐기는 과일 풍미 가득한 가벼운 와인"이라는 돌체토 와인에 관한 기존의 경험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맛과 향이 납니다.

반응형

 

2. 와인 생산자

마르지아노 아보나 와이너리는 배려와 헌신을 통해 와인의 맛과 향을 발전시키려는 열정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와이너리가 보여주는 모든 것은 창업자인 첼소 아보나(Celso Abbona)의 노고 덕분이죠. 그는 자신의 뿌리를 자랑스러워했고, 아들인 마르지아노(Marziano)에게 땅에 대한 존중과 완고하면서 꼼꼼한 직업 윤리를 전달해줬습니다. 마르지아노와 그의 딸들이 직감, 열정, 헌신 속에서 모아놓은 오늘날의 유산은 와인의 절대적인 품질을 표현해주며, 아보나의 와인이 전 세계로 수출되도록 만들어줍니다.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인 파파 첼소 돌리아니는 첼소 아보나를 기억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는 피에몬테주 쿠네오 지방에 있는 돌리아니(Dogliani) 마을의 땅이 가진 잠재력을 믿고 주변 언덕의 특성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돌체토 포도의 가치를 인정한 첫 세대 중 한 명이었죠.

첼소는 가족과 함께 산타 루치아 디 돌리아니(Santa Lucia di Dogliani)에 있는 전설적인 브리꼬 도리올로(Bricco Doriolo) 포도밭에 하나하나 돌체토 묘목을 심었습니다. 오늘날 이 포도밭은 와이너리의 역사적 기억을 구체화 할 뿐만 아니라 돌리아니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크뤼(Crus) 포도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3. 와인 양조

이 위대한 인물을 기리기 위한 파파 첼소 돌리아니는 브리꼬 도리올로에서 자라는 돌체토 포도로 만듭니다. 2017 빈티지는 평균 수령 58년의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했죠.

수확한 후 줄기를 제거하고 으깬 포도를 토종 효모와 함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에 넣고 자연적으로 알코올 발효합니다. 껍질과 씨에서 색소와 탄닌을 뽑아내는 기간은 25일로 비교적 긴 편입니다.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찌꺼기를 가라앉힌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옮깁니다.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날카로운 사과산이 부드러운 젖산으로 바뀌는 젖산 발효를 거치면서 이듬해인 2018년 6월 초까지 숙성되죠. 숙성이 끝나면 병에 담고 다시 14℃의 온도에서 석 달간 추가 숙성해서 와인을 안정시켰습니다.

 

 

4. 와인의 맛과 향

Marziano Abbona Papa Celso Dogliani DOCG 2017의 색

진한 루비색으로 검붉은 체리와 서양 자두 향을 진하게 풍깁니다. 육두구 같은 향신료와 오크 향이 함께 나오고 연기 향도 조금 있군요. 진달래 같은 붉은 꽃 향과 흙, 동물성 향도 이어집니다. 30분 정도 지나면 잡스러운 향이 날아가면서 허브와 태운 나무, 볶은 아몬드 같은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돌 같은 미네랄 향과 타임(thyme) 향도 조금 나옵니다.

진하고 묵직하며 탄닌의 뻑뻑한 맛이 입에 남습니다. 구조는 일반적인 돌체토 와인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치밀하면서 짜임새 있군요. 맛은 드라이하고 검은 과일의 묵직한 산미가 가득합니다. 그을린 나무의 풍미가 조금 있지만, 검은 과일과 무거운 나무 풍미가 주로 나옵니다. 식물 느낌도 조금 있고 풋풋한 향신료 풍미도 나옵니다. 처음에 살짝 나오는 검은 과일의 단맛과 나중에 조금 나오는 태운 나무의 쓴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네요.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선 그을린 나무와 검은 과일, 덜 마른 나무 가지의 식물성 풍미가 남습니다.

 

 

검은 과일의 산미와 14.5%의 알코올이 어두운 느낌을 주면서 균형을 이룹니다. 탄닌은 초반엔 떫은 맛이 강하지만, 30분 정도 지나면 충분히 부드러워지면서 균형을 맞춥니다. 흔한 돌체토 와인의 문법을 부수는 와인으로 빈티지에서 적어도 3-5년 후에 마셔봐야 할 듯 합니다.

이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은 양고기와 소고기 스테이크, 너무 맵지 않게 조리한 각종 육류 요리, 미트 소스를 얹은 파스타와 피자, 숙성 치즈 등입니다.

2017 빈티지의 생산량은 51,972병이었고,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89점, 비누스(Vinous)에서 93점을 줬습니다. 그밖에 여러 와인 경연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8월 26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