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 El Toqui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16

까브드맹 2020. 2. 5. 10:43

El Toqui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16

엘 토키 그란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El Toqui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16은 칠레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의 라펠 밸리(Rapel Valley)에 있는 까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칠레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칠레에선 좋은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와인 산업 초창기에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벤치마킹하면서 보르도 포도인 까베르네 소비뇽을 들여왔고, 기후와 토양이 재배하기 좋아서 널리 퍼졌죠. 까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해 여러 품종을 섞어서 와인을 만드는 보르도와 다르게 칠레에서는 까베르네 소비뇽만 사용하거나 75% 이상 넣은 버라이어탈 와인(Varietal Wine)을 주로 생산하지만, 그 부분이 오히려 보르도 와인과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차별점입니다.

미국과 호주보다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 소득이 많이 떨어지기에 칠레에선 오랫동안 프리미엄급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87년에 설립한 비냐 몬테스(Viña Montes)를 필두로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 최고급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죠. 오늘날엔 몬테스 알파(Montes Alpha) M, 돈 멜초(Don melchor), 세냐(Sena) 등등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사용한 최고급 와인이 유럽과 미국, 호주 등등 다른 와인 생산국의 최고급 와인과 어깨를 겨루면서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코와 입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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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엘 토키 그란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2016은 칠레의 까사스 델 토키(Casas del Toqui)에서 만듭니다. 까사스 델 토키는 1994년에 칠레의 그라넬라(Granella) 가문과 프랑스의 샤토 라로즈 트랭투동(Ch. Larose Trintaudon)이 합작해서 설립한 칠레 와이너리이죠. 토키(Toqui)는 전쟁 당시 지도자로 선택된 칠레 토착민을 뜻한다고 합니다. 레이블에 그려진 그림은 지도자의 표시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네요. 2010년에 와인에 열정을 가진 칠레의 꼬트(Court) 가문이 인수했고 그들의 고유 와이너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까사스 델 토키는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약 100km 떨어진 까차포알 밸리와 마이포(Maipo), 까사블랑카(Casablanca) 등지에 포도밭이 있으며, 2011년에 새로 마련한 최신 설비로 국제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와인을 생산합니다. 양조장에 2백만ℓ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가 있고, 셀러에는 약 1,000개의 오크통이 있어서 충분한 생산량을 갖췄죠. 친환경 설비에 초점을 맞춰서 유리 사용량을 최소화한 병과 천연 코르크를 사용하며, 태양광 패널 설치와 지역 생태계 보전 등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El Toqui Gran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16의 색

진한 퍼플색입니다. 향이 풍성합니다.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같은 과일 향과 커피, 코코아 분말 같은 태운 콩 종류의 향이 나옵니다. 날김 같은 해조류와 피망 향도 살짝 풍기네요. 모두 칠레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에서 익숙한 향들이지만, 좀 더 세련되고 부드럽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식물성 향은 가라앉고 검은 과일과 견과류 향이 강해집니다. 나중엔 향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다크 초콜릿 향이 올라옵니다.

진하고 매끄러우며 두텁습니다. 탄닌은 부드러우면서 마신 후엔 혀 위에 자잘한 가루 같은 느낌을 남깁니다. 구조가 크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잘 짜인 편입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산미는 처음엔 "넉넉하네"라고 생각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검은 과일이 떠오르면서 강하고 풍성해집니다. 코코아와 태운 나무, 다크 초콜릿 같은 풍미가 강하고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함께 합니다. 초반엔 결명자나 김 같은 비릿한 식물성 풍미도 있지만, 곧 사라집니다. 따라서 개봉하고 30분 후에 마셔야 합니다.

 

 

속살이 붉은 나무와 적당히 그을린 나무 풍미도 나옵니다. 기름지고 부드러운 맛도 있는데, 강하게 볶은 견과류나 카카오, 또는 커피콩이 생각나는 맛입니다. 1시간 정도 지나면 기름진 맛이 가라앉고 과일 풍미가 늘어나면서 마시기 편해집니다. 알코올 도수는 14%로 와인에 충분한 힘을 줍니다. 여운은 길고 다크 초콜릿과 강하게 볶은 커피콩 느낌이 주로 남습니다.

비슷한 가격의 다른 칠레산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진 않지만, 깔끔하고 깨끗하며 꽤 세련된 모습을 갖췄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탄닌과 갈수록 풍성해지는 산미, 기운 좋은 14%의 알코올이 균형을 이룹니다. 강배전으로 볶은 기름진 커피콩이 생각나며 검은 과일의 풍미도 훌륭합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그릴에 구운 소고기와 양고기 요리, 숯불 소고기 구이, 미트 스튜, 미트 소스 파스타와 육류로 토핑한 피자, 숙성 치즈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30일 시음했습니다.

같은 회사, 같은 브랜드의 피노 누아 와인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