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얌전하지만 품종의 특성은 제대로 - El Toqui Gran Reserva Pinot Noir 2016

까브드맹 2020. 1. 3. 16:00

El Toqui Gran Reserva Pinot Noir 2016

까사스 델 토키(Casas del Toqui)의 엘 토키 그란 레세르바 피노 누아(El Toqui Gran Reserva Pinot Noir) 2016은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젼(Central Valley Region)에 속한 하위 생산지인 라펠 밸리(Rapel Valley)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포도로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1. 개인적인 좋은 와인의 기준

좋은 와인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와인에 대한 두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시는 순간 맛과 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와인입니다. 누구나 동의할 만한 매력적인 와인이죠. 이러한 와인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 지금은 싸더라도 곧 가격이 올라갑니다. 생산량은 적고 찾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또 하나의 좋은 와인은 경제적인 가격이면서 품종의 특성과 개성이 잘 살아있는 와인입니다. 이른바 가성비 좋은 데일리 와인이죠. 이런 와인은 살 때 부담 없고, 여러 음식과 두루 맞는 것이 많고, 마실 때 감탄스럽진 않아도 싫증 나진 않습니다. 저녁에 와인 한잔하고 싶을 때, 적당한 안주가 있을 때, 영화나 만화를 보거나 음악 감상하면서 마실 게 필요할 때 있으면 딱 좋죠. 엘 토키 그란 레세르바 피노 누아가 그런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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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생산자

엘 토키 그란 레세르바 피노 누아 2016은 칠레의 까사스 델 토키에서 생산합니다. 까사스 델 토키는 1994년에 칠레의 그라넬라(Granella) 가문과 프랑스의 샤토 라로즈 트랭투동(Ch. Larose Trintaudon)이 합작해서 설립한 칠레 와이너리입니다. 토키(Toqui)는 전쟁 당시 지도자로 선택된 칠레 토착민을 뜻하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2010년에는 와인에 열정을 가진 칠레의 꼬트(Court) 가문이 인수해서 그들의 고유 와이너리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까사스 델 토키는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약 100km 떨어진 까차뽀알 밸리(Cachapoal valley)와 마이포(Maipo), 까사블랑카(Casablanca) 등지에 포도밭이 있으며, 2011년에 새로 마련한 최신 설비로 국제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와인을 생산합니다. 양조장에는 2백만ℓ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가 있으며, 셀러에는 약 1,000개의 오크통을 갖췄죠. 또한 친환경 설비에 초점을 맞춰서 유리 사용량을 최소화한 병과 천연 코르크 사용, 태양광 패널 설치, 지역 생태계 보전 등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라펠 밸리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 포도로 만든 엘 토키 그란 레세르바 피노 누아 2016의 오크 숙성 기간은 6개월로 품종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쪽으로 양조했습니다. 실제로 시음했을 때 느낌도 그랬고요.

 

 

3. 와인의 맛과 향

El Toqui Gran Reserva Pinot Noir 2016의 색

맑고 영롱한 중간 루비색입니다. 처음엔 풋풋한 허브와 타이어, 또는 타르 향이 나오고, 점차 타임(thyme) 향으로 바뀝니다. 앵두 같은 연한 붉은 과일 향을 풍기지만, 단순합니다. 그러나 거슬리진 않네요. 30분 정도 지나면 딸기와 연한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이 많이 올라오면서 정돈된 허브 향과 좋은 조합을 이룹니다. 타임 향도 계속 올라옵니다.

탄닌은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힘이 강하진 않으나 구조는 나쁘지 않고 적당합니다. 맛은 드라이하며 산미는 평범하지만, 부족하진 않습니다. 처음엔 허브 풍미가 많이 나오고 과일과 나무 풍미는 약합니다. 하지만 점차 붉은 과일 풍미가 풍성해지고 허브 풍미가 정돈되면서 새콤한 감칠맛이 안정되게 이어집니다.

 

 

개성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으로 붉은 과일의 맛과 향이 강한 피노 누아의 특성이 잘 나옵니다. 알코올은 13.5%로 낮지 않지만, 순합니다. 그렇다고 약하진 않으며 입에서 충실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여운도 편안하고 기분 좋으며 연한 붉은 과일 느낌이 남습니다.

드라이한 맛과 부족하지 않은 산미, 충실하면서 순한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어 마시기 편합니다. 꽤 가성비 좋은 칠레 피노 누아 와인으로 품종 특성이 잘 나오면서 마시기 좋고 여러 음식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니 데일리 와인으로 딱 맞는군요!

그릴에 굽거나 삶은 닭고기 요리, 제육볶음, 돼지고기와 상추쌈, 다양한 파스타와 피자, 차돌박이, 표고버섯볶음과 새송이 구이, 육전, 동그랑땡 같은 한식, 까망베르와 브리처럼 부드러운 치즈 등등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20년 1월 2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