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포르투갈] 롱 재즈나 긴 호흡의 영화와 함께 - Herdade do Rocim Alicante Bouschet 2016

까브드맹 2019. 9. 3. 14:53

Herdade do Rocim Alicante Bouschet 2016

에르다데 도 호심(Herdade do Rocim)의 에르다데 도 호심 알리깐테 부쉐(Herdade do Rocim Alicante Bouschet) 2016은 포르투갈 남부의 알렌떼주(Alentejo) 지역에서 수확한 알리깐테 부쉐 포도로 만든 비뉴 헤지오날(Vinho Regional)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와인 생산자

에르다데 도 호심은 모비꼬르테스 S.A(Movicortes S.A)의 자회사인 호심(Rocim)에 속한 와이너리입니다. "호심의 농가"라는 뜻을 가진 에르다데 도 호심은 "신이 원하시고, 인간이 꿈꾸어서, 일이 탄생했다(“God wishes, Man dreams, the Work is born)."라는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의 시적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죠. 국내에선 영어식 발음을 따라 "로침"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에르다데 도 호심은 포르투갈 남동부의 알렌떼주에 있으며 포르투갈 전통 품종과 프랑스 품종으로 스파클링부터 화이트와 레드, 로제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반응형

 

2. 포도 품종과 와인 양조

알리깐테 앙리 부쉐(Alicante Henri Bouschet)라고도 부르는 알리깐테 부쉐는 쁘띠 부쉐(Petit Bouschet)와 그르나슈(Grenache) 포도의 교배종입니다. 알리깐테는 텅투리에(Teinturier) 포도 종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종류의 포도는 포도의 섬유질에 안토시아닌 안료 성분이 많아서 과육과 포도즙이 붉게 나오죠. 그래서 염색업자를 뜻하는 "Teinturier"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표적인 포도로는 조지아의 고대 품종인 사페라비(Saperavi)를 들 수 있습니다. 색이 진한 알리깐테 부쉐 와인은 종종 가볍고 색이 연한 레드 와인과 혼합되곤 합니다.

알리깐테 부쉐는 1866년부터 널리 보급되었고, 1958년에는 남부 프랑스를 중심으로 24,168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이 포도를 재배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재배지가 줄어들어서 오늘날엔 랑그독(Languedoc)과 프로방스(Provence), 꼬냑(Cognac) 지역을 중심으로 약 4,0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자라고 있을 뿐이죠. 이 기간에 알리깐테 부쉐는 다른 유럽 지역으로 퍼졌고, 남부 포르투갈에서는 종종 토종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했습니다.

에르다데 도 호심 알리깐테 부쉐 2016은 12㎏ 상자에 담아 조심스럽게 양조장으로 운반한 다음 정선 테이블에서 한 번 더 불량한 포도알을 골라냈습니다. 골라낸 포도를 전통적인 양조 방식대로 뚜껑이 없는 석조 발효조에 넣고 발로 밟아 으깨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숙성은 커다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Herdade do Rocim Alicante Bouschet 2016의 색

진한 퍼플색입니다. 서양 자두와 프룬(prune) 같은 검은 과일 향이 진하고, 타르와 타고 남은 나무 향이 올라옵니다. 동물성 향도 슬쩍 나오고. 바닐라와 감초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향도 조금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서양 자두와 블랙 체리, 블랙커런트 같은 과일 향과 함께 커피와 그윽한 나무 향을 풍깁니다. 1시간 후에는 태운 콩의 구수하고 고소한 향이 퍼집니다.

풍부한 탄닌이 입안을 두껍게 조여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구조도 제법 크고 짜임새 있습니다. 드라이하며 검은 과일의 풍미가 가득합니다. 풍성한 탄닌의 진득한 느낌도 좋고요. 산미는 은근하면서 양도 많습니다. 기분 좋은 쓴맛과 함께 말린 서양 자두 풍미와 향신료, 흙, 숯 등의 풍미가 나옵니다. 향보다 맛이 더 좋은 와인으로 시간이 지나면 산미가 더욱더 맛있어집니다. 여운에선 프룬과 숯, 나무 등의 느낌이 길게 이어집니다.

 

 

묵직하고 풍성하며 부드럽지만, 수렴성도 강한 탄닌과 풍성한 산미, 14.5%나 되지만 전혀 튀지 않는 알코올이 이루는 균형이 훌륭합니다. 풍부하고 진하면서 떫은맛이 많은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또한 1시간 정도 지나야 맛과 향이 제대로 나오므로 되도록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롱 재즈나 긴 호흡의 영화를 보면서 마신다면 금상첨화겠죠.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구이 요리, 양 갈비와 양고기꼬치, 곱창과 대창 같은 내장 요리, 돼지 곱창볶음, 곱창전골, 감자탕, 부대찌개, 향신료를 많이 쓴 깐풍기나 고추 잡채 같은 중국 요리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7월 1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