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차마시는 뜰에서 차를 마시다.

까브드맹 2010. 2. 3. 08:23
삼청동에는 작고 아름다운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곳도 상업적인 면이 너무 발달하여 예전같지 않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발품을 팔다보면 "야, 참 예쁘구나!"하는 곳들이 여기저기 보이곤 하죠. 몇 년 전 다녀왔던 한옥을 개조한 찻집인 "차마시는 뜰"에 대한 사진과 글을 재편집해서 올려봅니다. 2006년 8월의 일이라 최근에 다시 방문한다면 조금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 때의 모습은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비가 올듯 말듯 하여라..했던 토요일 오후. 스텝들끼리 불광동 삼오 옛날 순대에서 점심을 먹고, 차 한잔 마시러 발길을 휘적휘적 옮겨 도착한 곳은 삼청동에 위치한 '차 마시는 뜰'. 일전에 인터넷에서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해서 여러 날 별러왔던 곳인데, 드디어 가보게 되었습니다.
 
이 집은 주인장인 김영훈씨가 한옥을 구입하여 개조한 후 찻집으로 사용중인 곳인데요, 레이디 경향에 실린 이 집에 대한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옥을 리모델링, 김영훈씨. 집도 사람처럼 인연이 맺어준다.

삼청 주차장을 지나 좁다란 골목 사이를 지나 언덕배기에 오르면, 담을 허물어 안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한옥 집을 만날 수 있다. 여름·가을 야생초와 갖가지 나무들 때문에 지나는 사람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전통 찻집이다.

가게 주인 김영훈씨(48)는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집이다 싶었다. 하지만 결코 충동구매는 아니었다고. 집을 사기 전 이미 몇 년에 걸쳐 틈틈이 한옥을 보러 다녔고, 마음에 드는 한옥을 만나는 것은 사람과의 인연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주인이 집을 팔 마음이 전혀 없는 상태였는데, 몇 번이고 찾아가 매매 의사를 묻고 거절당할 때마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힘들게 만난 인연이라서인지 지금 이 집에 더욱 애착이 간다.

한옥에서 마시는 차 한잔의 느긋함

평소 여행을, 특히 산을 좋아하는 탓에 지리산이나 강원도 일대의 깊은 산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차와 야생초에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차에 관심이 많아져 다도를 배우다 보니 찻집을 하나 내고 싶었는데, 찻집에 어울리는 곳이 바로 한옥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한 찻집 ‘차 마시는 뜰’에서는 도심의 여느 찻집에서 판매하는 일회용 차가 아닌, 개인별 다도 세트에 정성스럽게 차려진 진짜 감잎차, 뽕잎차등을 맛볼 수 있다. 또,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떡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 결코 찾아가기 쉽지 않은 위치에 있는 이 찻집에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특별한 차 맛에 있다. 그냥 물이 아닌 항아리에 담겨졌던 물을 끓여 찻물로 사용한다. 또, 5인 이상 예약할 때는 그 물을 숯불을 피워 화루에 끓여 주는데, 한옥을 벗삼아 마시는 그 차 맛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다.
안과 밖이 소통하는 통유리 한옥집
이 집이 ☐ 자 한옥임에도 불구하고 막힌 느낌 보다는 ‘시원하다’, 혹은 ‘허전하다’ 라는 느낌까지 드는 이유는 벽과 문을 모두 통유리로 개조했기 때문. 따라서 멀리 인왕산과 북한산을 집 안의 어느 곳에서든 감상할 수 있다. 통창을 택한 대신 시에서 받는 보조금을 포기해야 했다. 시에서 한옥 보전 장려 보조금을 받으려면 창이나 담, 문 등에 대한 도면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가 원한 인테리어는 심사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할 한옥을 고를 때는 뼈대가 튼튼한지를 살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보일지 몰라도 서까래나 대들보가 튼튼하지 않으면 리모델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집은 워낙 뼈대가 튼튼해 공사 할 때 나무 부분은 하나도 손대지 않았는데도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서까래에 색을 칠하게 되면 나무가 숨을 못 쉬게 되기 때문에 하나도 덧칠하지 않았다. ☐ 자 구조의 집을 모두 한 공간으로 연결시키는데 든 총 공사비용은 1억원 정도, 기간은 50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내가 흙집을 택한 이유 
집은 대지 54평에 건평은 24평정도. 조명은 천정의 할로겐 조명이 전부다. 대지가 높아 낮에는 해를 밤에는 달을 조명삼아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흙집은 빛과 온기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조절하기 때문이다. 대신 찻집이 아닌 일반 주택용으로 리모델링 할 계획이라면 통창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한옥집의 특성상 겨울에는 양옥에 비해 공기가 차갑기 때문. 하지만 감기에 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바로 흙집의 장점이다.

또, 이 집은 전면이 통창이지만 열고 닫을 수는 없다. 구석에 있는 작은 창과 드나드는 문이 전부. 하지만 한옥은 천정이 흙이기 때문에 종일 자연 통풍이 된다. 그래서 환기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실제로 냄새가 나거나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관심을 기울인 만큼 되돌려주는 한옥

한옥은 양옥보다 손 볼 곳이 조금 더 많고, 또 빈번하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거나 하면 어느 한 곳 손 볼 곳이 생기게 되고 2년 마다 한번씩 기와등을 교체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귀찮음 마저도 즐겁다. 내가 관심을 준만큼 다른 즐거움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한옥이기 때문이다. 한옥의 편안한 나무 냄새하며, 땅과 그리고 하늘과도 가깝다. 양옥은 아무리 세련되게 꾸며도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 한옥은 그렇지 않다.



이 기사를 읽고는 가보고 싶었던 마음이 무럭무럭 샘솟았던 것이죠.



뜰 안에는 이런 저런 화초들을 심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뜰을 중심으로 ☐ 자 형태로 빙 둘러 차실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리에 앉자 갖다주는 호박씨. 통통한 씨를 살짝 볶아 고배에 담아 갖다 줍니다.



탁자 위에는 한포기 풀을 올려놓았습니다.


 
방안에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바람을 내뿜고 있지만, 그래도 방금 들어온 손님들이 더위를 쫓으라고 부채를 갖다줍니다.



차림표(메뉴판).

 


녹차부터 시작해서 민속차와 홍차까지 다양한 차를 갖추고 있습니다. 차 이름 밑에는 간단한 설명을 적어놓았구요, 가격은 지역이 지역이니 만큼 착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주변의 다른 찻집에 비하면 착한 편일지도. 날씨가 더워 시원하게 한 오미자차와 유자차, 그리고 주전부리용으로 단호박 떡을 시켰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둘러 본 방안 풍경. 뒤주네요.

 


입구 주변의 모습입니다. 항아리와 민화가 걸려있네요. 조그만 문 저 너머에는 홀로 시름에 잠겨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화장실입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시루 세트? 아마도 불을 때서 뭔가를 데우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천장에는 한옥의 뼈대인 대들보와 서까래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드디어 차가 나왔습니다. 새콤 달콤하면서, 끝에 가서는 떫은 맛과 쓴 맛과 약간의 짠맛이 나는 오미자차. 여름에 날씨가 더울 때는 이게 아주 제격이지요.

 


함께 나오는 말린 무화과. 곶감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가을과 겨울에는 곶감이, 봄과 여름에는 곶감을 대신할 말린 과일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한 쪽에선 떡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쌀가루와 단호박 말린 가루를 섞어 조그만 시루에 담고, 아래에 있는 철제 그릇에 물을 담아 끓이면 증기가 올라가 쌀가루를 익혀 떡을 만들어줍니다.



다 만들어진 단호박 떡. 방앗간에서 만들어 파는 떡에 비해 마무리가 깨끗하지 않고 좀 더 푸슬푸슬하지만, 방금 만들어진 것이라 맛은 더욱 좋군요. 따끈따끈~합니다. ^^


이렇게 무더운 날, 시원한 차 한잔을 마시고 환한 마루의 그늘에 앉아 있노라니 행복한 기운이 스륵스륵 밀려들어 왔습니다. 가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때로는 편안히 앉아 있자니 무릇 세상 살아가는 맛 중에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만약에 삼청동에 가실 일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들러보세요.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35-169

저놔 : 02-722-7006

찾아가는 길 : 삼청동 길을 따라 주욱 올라가다보면 안내 푯말이 보입니다. 따라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