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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이트 와인의 교황"이 손 댄 아름다운 와인 - Denis Dubourdieu Domaines Clos Floridene Blanc Sec 2014

까브드맹 2019. 3. 12. 13:00

Denis Dubourdieu Domaines Clos Floridene Blanc Sec 2014

드니 뒤부르디유 도멘(Denis Dubourdieu Domaines)의 끌로 플로리덴 블랑 섹(Clos Floridene Blanc Sec) 2014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그라브(Graves) AOC에서 재배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55%에 쎄미용(Sémillon) 45%를 넣어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1. 드니 뒤부르디유 도멘

드니 뒤부르디유 도멘은 2016년에 암으로 타계하신 고(故) 드니 드부르뒤유 교수가 운영했던 와이너리입니다. "화이트 와인의 교황", "보르도 와인의 교수" 등으로 불린 드니 드부르뒤유 교수는 보르도 레드 와인과 비교할 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보르도 화이트 와인을 오늘날의 위상으로 끌어올린 주역입니다. 샤토 디껨(Château d'Yquem),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 샤토 그리에(Château Grillet)를 비롯한 수많은 와이너리를 컨설팅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와인 평론지인 디캔터(Decanter)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Man of the Year) 2016"으로 뽑혔고,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Legion d'Honneur)를 받기도 했죠.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는 보르도 대학 양조학 주임 교수로 현대 와인의 전설적인 선구자였던 에밀 뻬이노(Emile Peynaud) 교수의 반열에 오를 만큼 빼어난 업적을 남긴 분으로 2009년엔 새로운 와인 교육기관이며 연구기관인 "포도나무와 와인의 과학 연구소(ISVV, Institut des Sciences de la Vigne et du Vin)"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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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양조학자이며 상담사로 "메를로의 마술사", "플라잉 와인메이커"라고 불리는 미쉘 롤랑(Michel Rolland)과 비견될 만큼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의 명성은 높습니다. 학문적 성과는 비교할 바가 안될 만큼 빼어나죠. 미쉘 롤랑이 레드 와인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그에 따른 권위를 가졌다면,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는 화이트 와인에 더 많이 치중했습니다. 아무래도 미쉘 롤랑은 뽀므롤(Pomerol)이 고향이고 그곳에서 주로 활동했다면,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는 보르도 좌안 남쪽의 그라브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그럴 겁니다.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와이너리의 소유주이기도 했습니다. 뒤부르디유 가문에서 만드는 와인으로는 샤토 레이농(Château Reynon), 샤토 도와지 댄느(Château Doisy Daene), 샤토 쌍테그릴(Château Cantegril), 샤토 우하(Château Haura), 끌로 플로리덴(Clos Floridene)이 있죠.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 사후엔 큰아들이 총괄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소 드니 뒤부르디유 교수는 "합리적 가격에 맛있는 와인을 만든다."라고 자신의 와인을 평가했지만, 최근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2. 와인 양조

드니 뒤부르디유 도멘의 대표 와인인 끌로 플로리덴 블랑 섹은 로버트 파커가 "등급이 새롭게 지정된다면, 크뤼 클라쎄의 지위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라고 평가했을 만큼 뛰어난 와인입니다. 손으로 수확한 포도에서 천천히 즙을 짜낸 다음 오크통에서 발효했고, 이때 새 오크통의 비율은 1/4 정도로 와인에 나무 향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죠. 발효가 끝난 후엔 이스트 잔해인 리(lees)와 함께 8개월간 숙성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연둣빛이 들어간 레몬색입니다. 신선한 사과와 구즈베리, 그린게이지(greengage) 같은 과일 향이 나오고, 훈연 향을 풍깁니다. 케이퍼와 나무 새순의 매콤한 향과 구수한 효모 향도 있죠.

 

 

둥글둥글하면서 묵직한 와인으로 루아르 소비뇽 블랑 와인보다 무겁고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보다 둥글둥글한 느낌입니다. 산미가 아주 훌륭하고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사과와 구즈베리의 상큼하면서 달콤한 풍미가 나오고, 나무 새순 같은 풋풋하고 매콤한 풍미도 있습니다. 여운에선 견과류와 나무 수지 같은 고소한 풍미와 밀랍에 든 꿀, 향신료 등의 느낌을 납깁니다.

뛰어난 산미와 13%의 알코올이 주는 적당한 무게와 질감이 멋진 균형을 이루고,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풍미가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은 흰살생선과 연어, 대방어회, 생선구이, 해산물과 치즈 샐러드, 구운 채소와 두릅, 굴, 동남아 음식, 새우찜, 냉채 등입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9년 2월 10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