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수다] 뉴질랜드 와인

까브드맹 2019. 1. 16. 08:00

뉴질랜드 와인 산업의 도표
(이미지 출처 : https://i0.wp.com/socialvignerons.com/wp-content/uploads/2015/10/New-Zealand-grape-veriety-wine-production-region-Vintage-Indicators-2015_Page_1_2_small.jpg)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을 읽다 보면 갑자기 강한 힘을 가진 등장인물이나 세력이 등장할 때가 있습니다. "뭔 이런 개연성 없고 얼토당토않은 진행이냐?"란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역사책을 읽어보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죠. 초원을 통일하자마자 강력한 힘으로 주변을 정복해서 불과 수십 년 만에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제국으로 성장한 몽골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와인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평판이 좋지 않았던 와인이 세계 와인 시장에서 순식간에 대박을 터트리는 일이 있죠.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안 좋았던 평가를 바꾼 슈퍼 투스칸(Super Tuscan) 와인일 겁니다.

뉴질랜드에서 소비뇽 블랑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세계 시장에 신성(新星)처럼 등장한 존재입니다. 오늘날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프랑스 루아르 밸리의 소비뇽 블랑과 함께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소비뇽 블랑 와인이죠. 특히 말보로(Marlborough) 지역 와인은 깊고 농축된 과일 향에 깎은 잔디, 엘더 플라워(Elder Flower), 구스베리(Goose Berry), 미네랄, 아스파라거스 향이 함께 나와서 전 세계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첫손에 꼽힙니다. 그래서 어떤 비평가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이 "세계를 정복했다."라고 말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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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원래 뉴질랜드는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연 강수량이 600~1,500mm에 달하고 5,000mm까지 내리는 곳도 있어서 포도 재배지로는 비가 많은 편이죠. 게다가 땅이 비옥해서 포도나무가 당분과 양분을 나무 성장에 주로 쓰고 열매로 집중시키지 않으므로 포도 품질도 별 볼 일 없었죠. 그래서 1960년대까지 뉴질랜드 포도밭의 면적은 400헥타르에도 못 미쳤고 와인 품질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리처드 스마트(Richard Smart) 박사가 정부 지원으로 뉴질랜드에 잎 그늘 관리(Canopy Management) 기술을 도입하자 상황이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뛰어난 품질의 국제 품종들을 뉴질랜드 곳곳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되었고, 오랜 낙농업으로 다져진 뉴질랜드의 발효기술이 접목되면서 세계 유수의 와인과 어깨를 겨룰 만한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 피노 누아 와인, 샤도네이 와인

뉴질랜드에서 만드는 여러 와인 중에서 특히 우수한 것으로는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 샤르도네 와인이 있습니다.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 생산지로는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로 유명한 말보로, 피노 누아로 유명한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역시 샤르도네로 유명한 기스본(Gisborne),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와인을 생산하는 헉스 베이(Hawke's Bay)를 들 수 있죠. 북섬의 남단에서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말로보와 마주 보는 마틴보로(Martinborough)도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합니다.